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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의 i티타임] 갤노트20 자급제 흥행 뒤엔 ‘게으른 이통사’


입력 2020.08.21 07:00 수정 2020.08.20 22:09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부족한 5G망·고가 요금제에 소비자 불만 ‘외면’

자급제 폰에 LTE 유심으로 합리적 대안 모색

늦장 망 구축에도 변명 일관…고객 외침들어야

삼성전자가 지난 8일 오픈한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갤럭시노트20 스튜디오’에서 방문객들이 제품을 사용해보고 있다.ⓒ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 8일 오픈한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갤럭시노트20 스튜디오’에서 방문객들이 제품을 사용해보고 있다.ⓒ삼성전자

지난해 8월 5세대 이동통신(5G)폰 ‘갤럭시노트10’을 구매했다. 5G 상용화 초기라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 새로운 서비스가 쏟아져 나왔고 이통업계를 취재하는 입장에서 서비스를 직접 써봐야 한다는 이유를 핑계 삼아 거금을 들여 최신폰을 장만했다.


구매할 당시 자급제 단말을 사서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를 유지할지, 5G로 이통사 공시지원금을 받을지 고민이 컸다. 장고 끝에 당장 단말기 가격 부담이 덜한 이통사 지원금을 선택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 선택을 무척이나 후회한다. 놀랍게도 1년이 다 돼가는 동안 단 한 번도 5G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5G가 아예 터지지 않았고 AR·VR은 몇 번 체험하면서 ‘신기하다’라는 생각이 들 뿐 일상에서 사용할 만한 것들은 아니었다.


5G는 쓸 곳도 없는데 거액의 5G 요금은 계속해서 빠져나갔다. 월 7만5000원짜리 5G 요금제에 가입했더니 데이터 200기가바이트(GB)를 줬다. 몇 달 써보니 한 달에 보통 50GB 정도 사용했고 150GB는 날리고 있었다.


요금제를 한 단계 낮추려고 찾아보다가 화가 솟구쳤다. 한 단계 낮은 요금제는 월 5만5000원이었는데 제공되는 데이터는 고작 9GB에 불과했다. 중간인 6만5000원 요금제가 있을 법도 한데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반면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는 100GB를 주는 6만9000원짜리 요금제가 버젓이 존재했다. 5G 고가 요금제 가입 유도라는 의심이 들면서 ‘호갱(호구+호객)’이 된 기분에 씁쓸했다.


21일 출시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 시리즈는 사전 예약판매에서 자급제 모델이 흥행을 거뒀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이 150만원에 육박하지만 조금만 계산해보면 매월 지출되는 통신요금이 소비자들에게는 더 무섭게 다가온다.


알뜰폰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는 마당에 자급제 단말을 사서 LTE 유심을 꽂아 쓰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소비자들은 진작 눈치챈 것이다. 미흡한 5G 서비스를 기점으로 이러한 이탈 현상이 더 가속화되고 있을 뿐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이통사는 부지런히 5G 전국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항변하기 바쁜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늑장 망 구축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구실이 됐다.


실제 정부 조사 결과 서울과 6대 광역시 다중이용시설 중 5G망이 구축된 곳은 4000곳도 되지 않았고 그나마 그 중 3분의 1가량은 신호가 약해 제대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 3사 평균 5G 속도(다운로드)도 656.56메가비피에스(Mbps)로 측정됐다. 이는 5G 최고 속도인 20기가비피에스(Gbps)의 3% 수준에 불과하다.


이통사는 마진 높은 5G 가입자를 많이 확보해야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상승하고 망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마치 초기 소비자들이 호갱이 돼 5G답지 않은 서비스를 감수하며 망 투자비용을 선지불하고 난 뒤에야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갤럭시노트20 시리즈의 자급제폰 흥행은 이제 이통사들의 변명같지 않은 변명은 그만 듣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외침이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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