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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와 함께 쓸려내려간 태양광…국가 전력공급계획 '비상'


입력 2020.08.13 10:09 수정 2020.08.13 10:55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산림청 "무분별한 난개발이 산사태 원인"

태양광 시한폭탄 설비만 전국에 2180개

5배 늘어나는 태양광에 '전기 공급' 불안

장기간 장마가 이어지며 전국적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후 전남 함평군 대동면 상옥리 매동마을에서 산사태로 밀려내려와 민가를 덮친 태양광 발전시설 잔해들이 쌓여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장기간 장마가 이어지며 전국적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후 전남 함평군 대동면 상옥리 매동마을에서 산사태로 밀려내려와 민가를 덮친 태양광 발전시설 잔해들이 쌓여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역대급 집중호우에 '태양광 리스크'가 드러나면서 현재 추진 중인 국가 전력공급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난개발이 자연재해를 유발 시킬 수 있다는 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할 발전원으로서 자연재해에 대한 안전성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도 드러냈다. 정부는 에너지계획에 따라 태양광 설비를 지금보다 5배 더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지구 온난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이상기후 빈도가 더 잦아질 것이란 예상 속에서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자연재해에 대한 안정성과 유연성을 담보하는 에너지원을 도입해 전력수급계획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도 태양광 설치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자연재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정부가 얼마나 포용할지도 관건이다.


◆ 엇갈린 입장…산업부 "1% 불과 안심" vs 산림청 "산사태 원인은 난개발"


집중호우가 한반도 전역을 휩쓸면서 산사태로 태양광 발전설비 일부가 쓸려 내려갔다. 토사가 유실돼 옹벽이 붕괴되는가 하면 설비가 비탈길을 따라 굴러떨어져 주변 만가와 농장까지 피해를 입힌 처참한 상황이다.


12일 산림청에 따르면 전국 산지에 포진된 태양광 발전설비 중 장마철이 시작되며 토사 유실로 피해가 발생한 곳은 12개소다. 이중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7개소로 집계됐다. 강원 철원, 충남 천안, 충북 충주, 충북 제천, 경북 봉화, 경북 성주, 경북 고령, 전북 남원, 전남 함평 등 전국 범위다.


태양광 개발이 산사태 주범이라는 여론이 들끓자 태양광 주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산업부는 "전체 산사태 건수(1079건) 대비 1% 수준에 불과하다"며 태양광과 산사태는 직접적인 연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산사태 주관부처인 산림청 입장은 사뭇 다르다. 산림청은 무분별한 산지 개발이 산사태 원인이라고 지속적으로 홍보해왔다.


산림청은 "우리나라 산은 경사가 급하고 여름철 집중호우 영향에 노출돼 있어 무분별한 산지 개발이 산사태를 촉발하는 원인이 된다"며 "어린나무와 큰나무가 골고루 섞여 적당한 간격으로 자라도록 해야 산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분별한 난개발 양상을 보이는 태양광 사업이 산사태를 촉발했다는 주장을 강화해주는 대목이다.


산림청은 이러한 논리를 강화하는 자체 연구도 진행했다. 산림청 산하 산림연구원은 나무가 우거진 '산림지'와 토사만 있는 '산불피해지' 산사태 발생률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산림지보다 산불피해지가 산사태 유발률이 최소 2.5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창우 산림연구원 박사는 "강우량과 실험 면적에 따라 차이를 보이겠지만 단위면적당 산사태 면적을 계산해보면 평균 2.5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며 "산불피해지는 2~3년이 지나면 나무뿌리가 썩어 흙을 붙잡는 힘이 약해지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일 충북 제천시 대랑동에 위치한 태양광 발전시설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붕괴돼 있다. 패널(모듈)은 엿가락처럼 휘어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1일 충북 제천시 대랑동에 위치한 태양광 발전시설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붕괴돼 있다. 패널(모듈)은 엿가락처럼 휘어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태양광 '시한폭탄' 2180개인데…온난화가 산사태 발생 부추겨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이번 호우는 견뎠지만 후속 산사태가 발생할 경우 국민 안전과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잠재적 위험' 태양광 설비 개수가 전국에 무려 2200개소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림청은 산사태가 일어날 경우 민간 피해 유발 가능성이 높은 태양광 설비에 대해 지자체와 합동으로 현장 조사에 나섰다. 이번 집중호우로 이미 산사태가 발생한 설비는 제외됐다. 그 결과 경기 북부, 충청, 전라 등 전국 각지에 2180개소가 고위험군 설비로 분류됐다. 이는 전체 산사태 건수(1079건)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산림청 관계자는 고위험군 설비에 대해 "호우나 태풍이 재차 발생할 경우 태양광 모듈과 지지대, 이를 받치던 축대나 옹벽 등이 토사와 함께 휩쓸려 민가로 내려갈 수 있다"며 "사람은 물론 축사, 논밭 등을 덮치게 되면 주민 안전과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각별히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앞으로 집중호우나 태풍의 발생 빈도가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되는 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철은 단기간에 많은 양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집중호우 추세가 뚜렷했다. 최근 22일 동안 하루에 150mm가 넘는 비가 내린 날은 15일이었다.


이같이 유례없는 집중호우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상청과 환경부가 공동으로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는 2040년 한반도 일강수량 최대치는 14%까지 늘어나고, 2070년이 되면 28%, 2100년에는 3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반도 집중호우 빈도와 강도는 1990년 중반 이후 꾸준히 증가해 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역시 유사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스탠퍼드대는 지구 온난화가 조금만 진전돼도 폭염과 집중호우 등 극단적인 이상 기후가 급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사태 등 자연재해 발생률 역시 증가할 것을 암시해준다. 외부 영향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무조건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 2040년엔 5배 늘어나는 태양광…'환경 리스크' 전기 공급 불안 키운다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한 태양광이 전기 공급에 불완전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태양광 설비와 발전량 비중이 가파르게 늘어날수록 자연 재해로부터 받는 타격이 그만큼 더 커지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를 미래 전력 공급의 구심점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최상위 국가 에너지 계획인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조금 더 공격적인 목표를 잡아 재생에너지 비중을 2040년까지 30~35%로 늘리겠다고 공표했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명시된 연도별 태양광 설비용량. 2030년 태양광 설비용량은 33.5GW다. ⓒ산업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명시된 연도별 태양광 설비용량. 2030년 태양광 설비용량은 33.5GW다. ⓒ산업부

연도별 재생에너지 비중 및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태양광 설비용량을 2030년까지 33.5GW로 잡은 점을 고려해보면 2040년이 되면 태양광 설비용량은 56.4GW(33.5GW×1.75)까지 늘어난다. 최근 태양광 설비용량이 12.4GW인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수준보다 태양광 발전설비를 5배 가까이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산 계획에 부응하려면 앞으로 태양광 난개발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현재 태양광의 산사태 비중이 1%라고 해서 안심해도 좋다는 산업부의 인식은 국가 에너지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안일한 태도라는 지적도 따른다.


한 전력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로 내세운 태양광이 자연재해를 유발하고 국민을 위협하는 흉기가 돼버렸다"며 "앞으로 기후변화가 극심해질 것이란 예측을 감안하면 태양광을 무조건적으로 늘릴 것만이 아니라 전력공급에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도입해 국가 전력수급계획을 손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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