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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현대차·SK하이닉스·LG화학…'K-위기돌파' 빛났다


입력 2020.08.09 06:00 수정 2020.08.08 21:36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규모의 경제', '사업 다각화'로 위기 맞설 체력 갖춰

고부가가치 전략으로 차별화되는 수익성 확보

업종 환경 변화에 신속, 효율적으로 대응

왼쪽부터 삼성 서초사옥, 현대차 양자새옥, SK 서린사옥, LG 여의도 사옥. ⓒ데일리안 홍금표/류영주 기자 왼쪽부터 삼성 서초사옥, 현대차 양자새옥, SK 서린사옥, LG 여의도 사옥. ⓒ데일리안 홍금표/류영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세계 제조업이 불황에 빠진 가운데서도, 국내 대표기업들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화학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은 위기에 맞설 강인한 체력을 갖추고 업종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언택트(비대면) 트렌드 호재를 극대화했고, LG화학은 배터리 톱 기업의 노하우로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부진을 만회했다. 현대차, 대한항공, 현대오일뱅크 등은 업종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도 차별화된 전략으로 독보적인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규모의 경제'·'초격차 전략'으로 업황 수혜 극대화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분기 시장의 예상을 깬 깜짝 실적을 올린 대표적인 기업들로 꼽힌다. 반도체 업황 호조를 등에 업긴 했으나 선제적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확보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과 초격차 전략으로 효과를 극대화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8조1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3.5% 증가하며 지난 2018년 4분기(10조8000억원) 이후 최대치를 찍었다. 영업이익률도 15.4%에 달했다.


실적 발표 전 6조원 중반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던 시장의 예상을 훌쩍 넘어선 어닝 서프라이즈급 실적이었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라인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삼성전자 삼성전자 직원들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라인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삼성전자

호실적을 견인한 것은 반도체였다. 반도체는 2분기 5조4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2를 책임졌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모바일향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약세였으나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등 언택트 트렌드로 데이터센터와 PC향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매출과 수익이 확대됐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적극 육성해온 파운드리 사업도 고객사 수요 회복과 재고 확보 증가 등으로 실적에 힘을 보탰다.


반도체 산업의 또 다른 축인 SK하이닉스 역시 ‘어닝 서프라이즈’ 대열에 합류했다. 2분기 영업이익이 1조94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05.3%나 증가했다. 1조7000억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예상했던 시장 전망치를 크게 넘어섰다.


D램의 경우 모바일향 수요 부진 속에서도 언택트 수요가 견조했던 서버와 그래픽 제품 판매 확대가 실적을 이끌었다. 낸드플래시는 우호적인 가격 흐름이 이어진 SSD 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 SSD 비중을 5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현대차, 글로벌 車업계 줄줄이 적자에도 고부가 전략으로 선방


현대차는 1년 전과 비교해 반토막이 난 2분기 영업이익을 올리고도 박수를 받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주요 시장이 사실상 ‘폐쇄’됐던 상황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실적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59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3% 감소했으나, 당초 3000억원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던 시장 컨센서스에 비해서는 낙폭을 크게 줄였다.


2분기 글로벌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36.3% 감소한 70만3976대에 불과했으나 세단 대비 수익성이 좋은 SUV 비중을 늘리고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고부가가치 전략으로 맞서며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었다.


현대차 울산 2공장에서 팰리세이드가 생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차 울산 2공장에서 팰리세이드가 생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 내 또 다른 완성차 회사인 기아차 역시 2분기 시장의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2분기 기아차 영업이익은 72.8% 감소한 1451억원이었다.


실적 발표 이전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의 영업이익을 3000억원대, 기아차의 영업이익을 700억원대로 예상했었다. 두 회사 모두 예상치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해외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현대·기아차가 2분기 상당히 선방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토요타는 98%의 영업이익 감소로 흑자에 겨우 턱걸이했고, 혼다는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다임러는 2분기 영업손실이 16억8000만 유로(약 2조3000억원)에 달했고, 미국 포드도 2분기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현대오일뱅크, 효율성 확대·차별화 전략으로 위기돌파


유가 급락과 글로벌 수요 급감의 직격탄을 맞은 정유·화학 업계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상당히 선전했다.


LG화학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이 57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31.5%나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8.2%로 2018년 3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양대 축인 석유화학과 배터리 사업 모두 호조를 보였다. 석유화학부문은 글로벌 수요 부진 속에서도 차별화된 운영 효율성 증대 및 주요 제품 스프레드 개선 등으로 434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13.1%)을 달성했다.


LG화학 충북 오창공장 직원들이 생산된 전기차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다.ⓒLG화학 LG화학 충북 오창공장 직원들이 생산된 전기차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다.ⓒLG화학

배터리 부문에서는 사상 최대인 155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자동차향 배터리 공급 증가 호재 속에서 폴란드 공장 수율 등 생산성 개선, 원가 절감 등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회사측은 자동차 배터리 부문에서 수율 정상화와 고정비 절감을 통해 구조적인 이익창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정유업계는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위축으로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보는’ 마이너스 정제마진이 계속되며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었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수익을 내는 기업이 나타났다. 바로 현대오일뱅크다.


현대오일뱅크는 2분기 13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률이 0.5%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마이너스 정제마진 속에서 흑자를 낸 자체만으로도 이례적으로 평가받는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정유 4사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비결은 차별화 전략이었다. 우선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자 당초 하반기로 예정됐던 정기보수를 앞당겨 실시하며 급격한 업황 악화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했다.


여기에, 불순물이 많아 정제가 까다롭지만 가격이 저렴한 남미산 초중질원유 도입 비중을 늘리며 마이너스 정제마진을 극복했다. 현대오일뱅크의 2분기 초중질원유 투입 비중은 경쟁사 대비 5~6대 높은 33%에 달했다. 이는 탈황설비를 비롯, 업계 최고의 고도화설비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장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했다. 마진이 양호한 경유 생산에 집중해 수익성을 개선했다.


◆대한항공, 여객수요 줄자 항공화물 집중 '역발상'으로 흑자전환 성공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가간 이동 제한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항공업계에서도 ‘솟아날 구멍’을 찾은 기업이 있었다.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2분기 전세계 주요 항공사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대한항공은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난 가운데서도 148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변경해 화물 적재 작업 중인 대한항공 A330 .ⓒ대한항공 여객기를 화물기로 변경해 화물 적재 작업 중인 대한항공 A330 .ⓒ대한항공

전세계 하늘길이 막히며 항공여객 수요가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항공화물 부문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흑자 달성에 성공한 것이다.


세계 항공화물 시장 자체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상반기 세계 항공화물 수요는 약 15% 감소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화물 임시 전세편을 잇달아 유치한 것은 물론, 방역 물품 등 적시에 수송해야 하는 고가의 화물을 유치해 수익성을 높였다.


공급 측면에서도 기민하게 움직였다. 세계 항공화물 공급이 약 23% 줄어든 상태에서 대한항공은 철저한 정비 점검과 관리로 화물기 가동률을 작년 동기 대비 22%나 끌어올렸다.


◆이재용 '초격차', 최태원 '딥 체인지', 정의선 '컨틴전시 플랜' 주효


이처럼 코로나19 속에서도 호실적으로 빛을 발한 국내 대표 기업들에게서는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지속적인 선제적 투자로 ‘규모의 경제’ 확보나 ‘사업 다각화’에 나서면서 어떤 위기 속에서도 생존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고, 고부가가치 전략을 통해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수익성 확보가 가능했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전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초격차 전략’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딥 체인지’ 전략으로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체질을 만들어 대비했다.


업종 환경 변화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한 것도 국내 대표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하며 신속한 대응에 나섰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여객 감소로 발생한 유휴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자는 ‘발상의 전환’으로 위기 돌파를 지휘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업황이나 해외 경쟁사들과의 상황과는 동떨어져 보일 정도로 선전하고 있다”면서 “K-방역 이상으로 ‘K-위기대응’이 모범사례가 될 정도로 코로나19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기민한 대응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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