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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무한변신’ 웹소설①] 5천억대 시장·억대 공모전…무서운 성장


입력 2020.08.06 13:59 수정 2020.08.06 16:48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구르미 그린 달빛' 등 인기 드라마로 승승장구


웹소설 원작으로 한 '구르미 그린 달빛'ⓒKBS 웹소설 원작으로 한 '구르미 그린 달빛'ⓒKBS

"이혼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재혼 승인을 요구합니다."


배우 수애가 도도한 표정으로 말한다. '네이버 시리즈에서 인생 작을 만나다'라는 광고에서 수애는 인기 웹소설 '재혼황후'의 나비에를 싱크로율 100%처럼 소화해 화제가 됐다.


'재혼황후'는 나비에 황후가 변심한 황제의 곁을 떠나 재혼하겠다고 선언하며 시작되는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로, 전통을 거부하고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여성의 이야기다. 2018년 11월 연재 시작부터 올해 4월 완결까지 누적 조회수 7000만건을 돌파했으며, 누적 매출은 40억원에 달한다.


'재혼황후' 같은 웹소설은 2000년대 초반 나온 인터넷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귀여니 소설 '늑대의 유혹', '그놈은 멋있었다' 등은 다소 유치하고 오글거리는 대사에도 10~20대에게 사랑받았고, 영화로까지 제작됐다. 로맨스, 무협,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로 인터넷에서 읽히던 인터넷 소설은 모바일 환경이 발달하면서 급변하기 시작했다. 소수의 마니아층만 보던 장르에서 나아가 '웹소설'이라는 하나의 영역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웹소설 시장은 2013년 100억원 수준에서 2018년 4000억원 규모로 폭발적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에는 5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7년 만에 5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억대 연봉 작가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웹소설 플랫폼 중 한 곳인 '네이버 웹소설' 정식 연재 작가 중 26명이 한해 1억원 이상을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혼황후'의 알파타르트, '전지적 독자시점'의 싱숑, '조선연애실록'·'퇴근 후에 만나요' 등을 쓴 로즈빈 등이 스타 작가로 꼽힌다.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가 추산하는 웹소설가 지망생은 20만명에 달한다.


웹소설 원작으로 한 '해를 품은 달'ⓒMBC 웹소설 원작으로 한 '해를 품은 달'ⓒMBC

종이책 시대가 저물어 가는 상황에서 웹소설은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다. 이북(e-book)은 한 번에 구입하거나 다운로드받아 읽어야 하지만, 웹소설은 3~5분 남짓한 시간에 빠르게 볼 수 있다. 유료 콘텐츠 한 편 가격은 100원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짧은 콘텐츠를 즐기는 ‘스낵컬처’가 유행하는 요즘에는 최적의 콘텐츠인 셈이다.


웹소설 시장이 늘어나면서 공모전 규모도 커지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지난해 11월에 6억원이 넘는 상금을 걸고 공모전을 치렀으며, 웹소설 플랫폼사인 문피아는 6월 3억4000만원 규모의 공모전을 열었다. 네이버는 현재 상금 8억원 상당의 웹소설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웹소설 IP(Intellectual property rights·지식재산권)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해를 품은 달'과 '구르미 그린 달빛'등이 있다. 국대 최대 로맨스 소설 인터넷 커뮤니티인 로망띠끄에 연재됐던 '해를 품은 달'은 2012년 MBC 드라마 방영 당시 전국 시청률 40%를 돌파하며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다.


2013년 10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네이버에서 연재된 '구르미 그린 달빛'은 2016년 박보검 김유정 주연의 KBS 드라마로 재탄생, 시청률 20%를 넘어서며 사랑받았다.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웹소설의 누적 조회수는 5400만건을 기록했으며, 누적 매출은 11억원을 넘어섰다. 웹소설이 ‘돈’이 되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성장한 것이다.


한 웹소설 작가는 "예전에는 독자들이나 순수 문학 작가들이 웹소설 작가들을 가벼운 글을 쓰는 작가들로 치부하며 무시했다"며 "하지만 웹소설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웹소설 작가들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순수 문학 작품을 쓰던 작가들도 웹소설로 넘어 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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