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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저해지 보험이 뭐길래…정부 갈지자 행보에 업계 '분통'

  • [데일리안] 입력 2020.08.06 05:00
  • 수정 2020.08.05 10:45
  •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금융당국의 만기 환급금 제동에 장점 사라진 무·저해지 상품

규제 완화하다가 돌변…핵심 영업 카드 잃은 보험사 '주름살'

무해지·저해지 보험을 둘러싼 정부의 갈지자 행보에 업계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픽사베이무해지·저해지 보험을 둘러싼 정부의 갈지자 행보에 업계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픽사베이

무해지·저해지 보험을 둘러싼 정부의 갈지자 행보에 업계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무·저해지 보험은 고객이 계약을 깰 때 환금급을 거의 주지 않거나 일부만 지급하는 대신 보험료를 깎아 주고 만기 때 더 많은 돈을 돌려주는 상품으로, 금융당국이 규제를 완화하고 나서면서 인기를 끌어 왔다. 그런데 돌연 금융당국이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사실상 관련 시장이 고사 위기를 맞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가뜩이나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보험사들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무·저해지 환급형 상품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는 일반 종합 생명·손해보험사들은 총 33개사로 전체 40개사 중 82.5%에 이른다. 그 만큼 해당 상품이 최근 보험업계에서 영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무·저해지 환급형 보험은 가입 기간 중간에 계약을 해지하는 보장성 상품 고객에게 해약환급금을 적게 지급하거나 아예 주지 않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해약환급금을 주는 다른 상품에 비해 보험료가 저렴하고, 또 계약을 만기까지 유지하면 일반 상품에 비해 더 많은 환급금을 기대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어 왔다.


이 같은 무·저해지 환급형 보험은 소비자뿐 아니라 보험사들에게도 매력적인 아이템이었다. 2015년 이후 계속된 저금리 기조로 은행의 예금 금리에 해당하는 보험사의 예정이율은 눈에 띄게 떨어졌지만, 이와 반대로 보험료는 상승하면서 가격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던 와중에 등장한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보험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규정을 개정하면서 무·저해지 환급 상품 활성화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금융위는 2015년 순수 보장성이며 20년 이하 납입기간인 상품에 대해서만 허용하던 무·저해지 환급 상품을 모든 순수 보장성 상품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며 해당 상품 출시를 유도했다. 당시 본격적으로 시장 금리가 낮아지기 시작하면서 그 역풍으로 보험료 인상이 우려되자 내놓은 조치였다.


그런데 최근 금융당국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하면서 무·저해지 환급형 보험은 퇴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계약 만기 시 지급할 수 있는 환급금에 제한을 두기로 하면서다. 금융위원회는 법제처 및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험업감독규정을 오는 10월 중에 시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계약 중간에 보험을 깨면 받을 수 있는 돈이 적지만, 끝까지 유지하면 오히려 더 많은 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해 온 무·저해지 환급형 보험으로서는 치명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남자 40세 20년납 기준 가입금액 1000만원 종신보험의 경우 표준형 보험은 보험료가 2만3300원이고 20년 납입 후 환금금은 543만8900만원으로, 이에 따른 환급률은 97.3%다. 하지만 무해지 환급금 상품은 보험료가 1만6900원으로 낮고, 20년 납입 후 환급금은 543만8900만원으로 환급률이 134.1%에 육박한다.


하지만 금융위의 개정안이 실시되면 앞으로는 무해지 환급금 보험도 20년 납입 후 환급률이 134%가 아닌 97.3%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환급금은 543만원에서 338만원으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 납입 후 30년이나 40년 등의 환급금도 표준형 보험 환급률에 연계해 낮아진다.


금융당국은 이처럼 무·저해지 환급형 상품의 환급률 마지노선을 강화한데 대해 불완전판매 차단을 위한 방침이라고 설명한다. 보험사들이 해당 상품들의 높은 환급률 만을 앞세워 이를 저축성 상품처럼 둔갑해 판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가 사실상 무·저해지 보험을 사장시키는 조치란 반응이 나온다. 납입 기간 중 해지 시 환급금을 받을 수 없는 대신 계약을 끝까지 유지하면 더 많은 만기환급금을 받을 수 있는 게 무·저해지 상품의 핵심인데, 이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번 금융위의 행보에 보험업계에서 다소 격한 반응까지 나오는 배경에는 최근 극도로 어려워진 경영 여건이 자리하고 있다. 보험 영업이 날로 힘겨워지고 있는 와중 그나마 판매를 끌어올릴 수 있는 카드인 무·저해지 상품마저 족쇄를 차게 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염려되는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생보업계 전체 당기순이익은 3조1140억원으로 전년(4조325억원) 대비 22.8%(9185억원)나 감소했다. 손보업계의 당기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3조2538억원에서 2조2227억원으로 31.7%(1조311억원) 급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무·저해지 환급형 상품을 둘러싼 불완전판매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해 환급률 자체를 건드리겠다는 것은 빈대를 잡고자 집을 태우겠다는 격"이라며 "영업현장의 일탈 행위를 적발하면 될 일을 두고 시장 전체를 위태롭게 하는 정책을 내놓은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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