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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SK가 주목한 '폐차되는 전기차 배터리'의 가치


입력 2020.07.30 10:48 수정 2020.07.30 11:03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양사 협력 통해 배터리 제조-렌탈·리스-재사용 등 생애주기 통제

ESS 등으로 재사용시 배터리 공급가격 하락…전기차 시장 확대 요인

자동차용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발전소간 에너지 순환 및 배터리 리사이클을 설명한 개념도. ⓒ현대자동차그룹 자동차용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발전소간 에너지 순환 및 배터리 리사이클을 설명한 개념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와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생애주기 통제’라는 사업 아이템을 놓고 협력을 추진한다. 당초 현대차와 SK이노베이션은 해당 사업을 별개로 추진해 왔으나 양사의 사업이 공통점이 많고, 배터리의 전 생애주기를 통제하려면 전기차와 배터리 제조사간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두 회사가 손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영조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장과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가 만남을 갖고 ‘BaaS(Battery as a Service)’ 사업 관련 협력에 관해 논의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배터리 서비스 협력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과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협력 체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aaS라는 개념은 서비스형 모빌리티를 뜻하는 MaaS(Mobility as a Service)에서 차용한 용어로, 배터리 제조를 넘어 렌탈이나 리스, 재사용 등 배터리와 연계된 서비스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2019년 5월 27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2019년 5월 27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지난해 5월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BaaS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 개념이 구체화됐다.


당시 김 총괄 사장은 배터리를 전기차용으로 판매하는 게 아니라 렌탈 혹은 리스로 공급해 소유권을 유지하다가 전기차가 용도를 다하고 폐차될 때 회수해 재활용하는 식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사업 구상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총괄 사장 직할로 미래사업 탐색 조직을 만들어 원소재, 소재 배터리, 리사이클 등 배터리 전후방 사업을 망라하는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해 왔다.


SK이노베이션이 BaaS 사업 구상에 나선 것은 배터리가 전기차의 동력원으로서의 용도를 끝내고도 상당 기간 생애주기가 남아있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자동차 업계의 통상적인 보증기간인 8년·16만km를 지나도 본래 성능의 30%가량이 소진되고 70%는 남아있다.


성능의 70%밖에 발휘하지 못할 경우 부피와 무게 대비 효율성이 중시되는 전기차 동력원으로서의 가치는 크게 떨어지지만, 고정 설치물에서는 여전히 높은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잉여 전력을 저장했다 필요시 사용하는 ESS(대용량에너지저장장치)가 대표적이다. 육상에 설치하는 설비인 만큼 다소 부피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더라도 저렴한 가격에 확보할 수 있다면 경쟁력이 충분하다.


특히 ESS는 최근 정부의 신에너지 전환 정책과 맞물려 전력 공급이 일정치 않은 태양광과 풍력 설비에 필수적인 장치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의 소유권을 소비자에게 넘기지 않고 렌탈·리스로 공급한 뒤 계속해서 통제력을 유지하고 전기차가 폐차되는 시점에 리유즈(재사용), 리사이클(재활용)하는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게 SK이노베이션의 BaaS 사업 구상이다.


이 경우 배터리 제조사로서는 배터리를 전기차 단일 용도로 판매하면서 마진을 얻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고, 공급가격도 낮출 수 있다.


이는 전기차 초기 구매비용 하락으로 이어져 전기차시장 확대를 통한 배터리 수요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지영조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장 사장(오른쪽)과 김택중 OCI 대표이사 사장이 2019년 9월 9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 저장장치 실증 및 분산발전 사업 협력 양해각서' 체결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지영조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장 사장(오른쪽)과 김택중 OCI 대표이사 사장이 2019년 9월 9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 저장장치 실증 및 분산발전 사업 협력 양해각서' 체결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제조사인 현대차도 일찌감치 전기차 생애주기 이후의 배터리 재활용 방식에 주목해 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6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ESS 개발 가속화 및 사업성 확보 차원에서 세계적인 에너지기업인 핀란드 ‘바르질라’와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현대제철 사업장에 1MWh 규모의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ESS의 구축을 완료하고 실증사업을 전개했다.


지난해 9월에는 자체 개발한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ESS를 북미 상업용 태양광발전소에 연계해 실증사업을 시작함과 동시에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분산발전 사업모델 발굴에 나서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현대차그룹은 에너지 솔루션 기업 OCI와 손잡고 현대차그룹이 자체 개발한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ESS를 한국 공주시와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OCI의 태양광발전소에 설치해 실증 분석과 사업성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사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를 폐차 단계에서 회수해 ESS에 장착함으로써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음은 물론, 전기차 폐배터리 처리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사업에 주목해 왔다.


배터리 생애주기를 통제하려면 배터리 제조사 뿐 아니라 전기차 업체, 에너지 솔루션 업체 등 각 생애주기 단계별 연관 기업들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와 SK이노베이션의 협력은 필연적이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에너지 솔루션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어 배터리 제조-리스(전기차)-재사용(ESS)의 모든 가치사슬이 두 기업을 통해 완성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사와 전기차 업체간 협력을 통한 배터리 생애주기 통제는 전기차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빠르게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업종 모두에 이익이 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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