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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 없고 함성 못 질러도 신났다 ‘직관의 기쁨’


입력 2020.07.27 00:01 수정 2020.07.28 06:57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개막 후 82일 만에 야구장 찾은 관중들 “반갑다 야구야”

방역수칙에 따른 제한적 관람에도 야구 직관 자체에 만족

26일 잠실야구장 외야 관람석에서 거리두기 수칙을 지키며 앉은 관중들. ⓒ 뉴시스 26일 잠실야구장 외야 관람석에서 거리두기 수칙을 지키며 앉은 관중들. ⓒ 뉴시스

손꼽아 기다렸던 프로야구 ‘직관(관중 입장)’이 허용된 첫날 야구장에는 활기가 돌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해 지난 5월 5일 무관중 체제로 ‘플레이볼’을 외치고 개막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는 26일에야 관중을 맞이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침에 따라 잠실(LG―두산), 고척(롯데―키움), 수원(NC―KT)에서는 수용 가능 인원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관중만 받았다. 대전(SK―한화)은 27일부터 관중을 받고, 광주(삼성―KIA)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시행 중이라 추후 확정한다.


‘서울 라이벌’ LG-두산전이 펼쳐진 잠실야구장에는 예매 1시간 30분 만에 매진되는 ‘피켓팅’에 생존한 2400여 명의 팬들이 찾아왔다. 선수들 중 확진자가 발생하면 리그가 바로 중단되기 때문에 관중과의 동선은 철저히 분리했다.


발열 체크와 QR코드 확인 작업 등으로 대기 시간이 지연되면서 줄이 길어지기도 했지만 팬들은 ‘직관’의 설렘을 안고 어렵지 않게 기다렸다. 마침내 관람석으로 들어와서는 연인이나 가족 같은 일행도 좌우와 앞뒤로 떨어져 앉아 약속된 방역수칙을 준수했다.


마스크 착용은 당연했고, 관중석으로의 음식물 반입과 섭취도 제한되면서 ‘치맥’도 즐길 수 없었다. 물과 간단한 음료를 제외한 음식은 경기장 밖 복도에 마련된 지정 장소에서만 먹을 수 있었다.


일부 관중들은 “(좁은 실내인)식당이나 카페에서는 마스크도 쓰지 않고 먹고 마시는데 실외 야구장에서 취식을 제한하는 조치는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내면서도 새로운 이닝이 시작되면 경기에 빠져들어 손에 땀을 쥐거나 박수를 보냈다.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한 제한 사항들이 여러 가지 만들어지면서 야구장에서 보지 못했던 이색적인 풍경도 펼쳐졌다. 관중 입장이 허용된 세 곳 경기장에서는 마스크를 쓴 응원단장들이 관중들의 함성이나 환호를 유도하지 않고 오히려 삼가달라고 당부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잠실야구장 ⓒ 뉴시스 잠실야구장 ⓒ 뉴시스

그동안 구단에서는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응원도 큰 목소리를 내는 환호가 아닌 동작 위주로 준비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홈런에 관중석 곳곳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오거나 응원가를 부르는 상황이 발생했고, 구단은 전광판을 통해 함성 자제를 촉구하는 공지를 올렸다.


두산에 역전승을 거둔 LG 류중일 감독은 “마스크를 쓰고 어렵게 응원한 팬들에게 감사하다. 팬들이 온 첫날 승리했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류 감독 말대로 제한적인 관람으로 관중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컸지만 "신났다"는 주를 이뤘다. 그러나 감염 예방과 안전한 관람, 그리고 더 많은 관중들이 입장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참여와 준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방역 당국과 구단의 입장이다.


입장 수입 ‘제로’로 인한 구단 수익 악화로 고통을 호소해왔던 KBO리그의 한 구단 관계자는 “2020시즌 제2의 개막이라 해도 좋을 만큼, 팬들은 물론이고 구단이나 선수들도 설렌 하루다. 관중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꼈고, 관중들이 너무나도 반가웠던 하루”라며 “기대하는 입장 인원수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지만 더 많은 팬들이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안전하다는 신뢰를 주기 위해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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