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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위험거래 잇단 중단...'리스크 차단' 서두르는 증권사


입력 2020.07.24 05:00 수정 2020.07.23 14:44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신용·증권담보융자 4개월 새 7조·2조원씩↑…부실위험 상승에 삼성 신규 대출 중단

KB證, 개인고객 90% 이상 손실입은 FX마진거래서 발 빼…한투·키움 등도 고려 중

증권사들이 개인 고객들의 빚 투자와 위험거래를 중단하면서 부실 위험 줄이기에 나섰다. (왼쪽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미래에셋대우,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본사 모습.ⓒ각 사 증권사들이 개인 고객들의 빚 투자와 위험거래를 중단하면서 부실 위험 줄이기에 나섰다. (왼쪽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미래에셋대우,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본사 모습.ⓒ각 사

증권사들이 주식시장 과열로 급증하고 있는 개인투자자의 '빚 투자'와 '위험거래'를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투자자 피해는 물론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부실 등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과 삼성증권은 전날부터 예탁증권담보대출과 신용거래융자대출 서비스를 중단했다.


대출을 중단한 건 이들 뿐만이 아니다. 지난 달 24일 한국투자증권은 증권담보 신규대출을 일시 중단하고서 아직도 재개하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번 달 1일 중단했던 증권담보대출을 지난 14일부터 재개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신규대출을 중단하는 이유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개인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 광풍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주식을 사기 위해 낸 빚을 의미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3조6690억원으로 지난 3월 25일의 6조4075억원보다 113.3%(7조2615억원) 급증했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예탁증권담보융자 잔액도 같은 기간 15조3845억원에서 17조4595억원으로 13.4%(2조750억원) 늘었다. 이처럼 개인들이 주식투자를 위한 자금마련 목적으로 대출을 늘리게 되면 부실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부실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신규대출을 잠정 중단한 셈이다.


신규대출 중단 이면에는 한도가 가득 찼기 때문인 부분도 있다. 현행법상 일반 증권사는 대출 규모를 일정 한도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 통상 자기자본의 100%를 넘기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자기자본이 4조원이 넘는 대형사들은 60%으로 한도를 유지한다. 대출금액이 늘어날수록 부실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가령 4조6241억원의 자기자본을 보유한 KB증권 역시 60%에 해당하는 2조7745억원 수준의 한도를 넘겼기 때문에 대출을 중단했다. 또 올 1분기 삼성증권의 대출금은 1조2146억원으로 전년 동기 4670억원 대비 160%(7476억원) 급증했다. 증시 투자자금이 쏠린 2분기에는 자기자본의 60% 수준인 2조8211억원에 근접해 신규대출을 중단한 것이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각사 별로 다르지만 통상 대형사는 부실률 관리를 위해 자본시장법 상 한도보다 낮은 수준에서 대출총량을 관리한다"며 "이번 대출중단도 신용리스크가 늘어날 것에 대비한 선제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데일리안 ⓒ데일리안

투자자를 대상으로 횡행하고 있는 위험거래를 중단한 증권사도 있다. KB증권은 다음 달 24일부터 FX마진거래(외환차익거래) 업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FX마진은 두 개 이상의 통화를 동시에 매매해 환차익을 추구하는 장외파생상품으로 최대 10배의 레버리지를 약속한 고수익 거래이다.


특히 올 상반기에 FX마진거래액은 646억 달러(약 77조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7% 급증했다. 아울러 FX마진거래에 대한 증거금을 대신 납부해 고객을 끌어들인 뒤 피해가 발생하면 나몰라라 하는 사설업체들이 성행해 투자자 피해가 극심해졌다. 실제 FX마진거래 개인투자자의 약 90% 이상이 손실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달 1일 사설 FX마진거래에 대한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고, 집중 점검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KB증권은 이 같은 부분에서 발생할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업무를 멈췄다. 아울러 KB금융그룹 차원에서 평판 리스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를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FX마진 중개업무는 KB증권을 포함해 한투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등 7개 증권·선물회사가 취급하고 있다. 이들 증권사 역시 개인의 국제외환시장 참여를 위해 일부분만 운영하고 FX마진거래 자체를 중단할지 여부를 놓고 폭넓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대출과 거래에 대한 일부 중단 결정은 투자자 보호나 리스크 관리 명목도 있겠지만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도 일맥상통하다"며 "최근 역대급 증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같은 결정을 내리는 증권사가 추가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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