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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도 잃었다"…전대미문 유동성 장세에 가치株 고개 푹


입력 2020.07.13 05:00 수정 2020.07.10 16:36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국내 94개 가치주펀드 7개월 새 수익률 -5.43%, 자금 5119억원 '뚝'

코로나19 여파로 산업구조 개편되며 성장주 수익률 7개월 간 15%↑

국내 94개 가치주펀드가 7개월 새 -5.43%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가치투자가 빛을 잃어가고 있다. ⓒ픽사베이 국내 94개 가치주펀드가 7개월 새 -5.43%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가치투자가 빛을 잃어가고 있다. ⓒ픽사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산업구조가 재편된 데다, 전대미문의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면서 투자의 무게중심이 성장주 쪽으로 쏠리면서 가치주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가치주를 담은 펀드에 자금이탈이 가속화되고 수익률이 하락세를 나타내는 등 상황이 지속 악화되면서 대체 펀드로의 이동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KODEX 가치투자 상장주식펀드(ETF)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17.95%로 집계됐다. 이 ETF는 에프앤가이드가 산출하는 가치투자형 지수를 기초로 운용된다. 같은 날 가치투자형 지수도 설정 이후 -13.46% 떨어지자 이에 연동한 ETF 수익률도 떨어진 것이다.


가치투자는 기업 가치에 믿음을 둔 주식 현물 투자 전략이다. 가치투자자들은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순자산가치, 성장가치, 수익가치 등을 분석한 뒤 저평가된 종목을 골라 투자한다. 이런 가치주들을 선별해 하나로 담은 것이 ‘가치주펀드’다.


펀드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94개 가치주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지난 8일 기준 -5.43%였다. 연초 이후 가치주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5119억원에 달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연금전환형1(주식)C'가 연초 이후 -16.89%를 기록하면서 손실률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신영마라톤[자](주식)C, -13.54% ▲KB연금가치주전환형[자](주식)C, -11.89% ▲신한BNPP해피라이프연금전환형[자](주식)(C-C1), -10.88% 등을 포함해 94개 펀드가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신영마라톤펀드'에서는 7개월 만에 576억원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한국밸류10년투자퇴직연금1(채혼)(C)'에서도 438억원의 돈이 흘러나갔다.


이 같은 가치투자의 실패는 국내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가치투자의 대표주자인 미국 워렌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는 올 1분기 델타·아메리칸 등 항공주 주가 폭락 여파로 약 497억 달러(약 60조6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버핏은 온라인 상에서 이뤄진 버크셔의 주주총회에서 항공주에 대한 판단이 틀렸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데일리안 ⓒ데일리안

이처럼 가치투자와 펀드의 수익률과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는 코로나19를 기준으로 급변한 산업구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산업은 지난 2010년에서 2011년 동안 코스피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자동차·화학·정유 등 중공업과 제조업 산업이 무너지고 인터넷, 정보·통신(ICT), 제약·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제조업 생산률은 전월 대비 7.0% 감소했다. 감소폭으로는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최대치다. 특히 자동차(-21.4%), 기계장비(-12.9%) 등이 크게 줄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11년4개월만에 최저치인 63.6%까지 떨어졌다. 제조업이 약세를 나타내는 이유는 코로나19 여파로 수출에 타격을 입어 생산이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인터넷, 정보·통신(ICT), 제약·바이오 등 성장주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실제 NAVER(48조7862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48조1681억원), 셀트리온(43조3830억원), 카카오(30조8340억원) 등 IT·바이오기업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으로 대거 유입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성장주가 뜨고 가치주가 지는 형국이 되면서 펀드에도 어떤 종목을 담느냐에 따라 양극화되는 모양새다"라며 "이 같은 현상은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산업이 무너진 대신 IT, 바이오 관련 신산업 비중이 성장하는 등 산업구조 재편이 주요 원인이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하락세인 가치주를 대체할 상품으로 성장주와 가치주를 꼽았다. 실제로 지난 2일 기준 국내에 설정된 14개 뉴노멀(언택트·바이오 업종) 관련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5.0%로 집계됐다. 최근 3개월 간 수익률은 49.1%에 달한다. 공모주 역시 지난 한 달 동안 6794억원의 자금을 끌어 모으며 성장하고 있다.


한국펀드평가 관계자는 "가치투자는 기간을 짧게 가는 전략이 아닌 만큼 좀 더 긴 기간을 지켜볼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저금리와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최근 이를 대체하기 위해 성장주와 공모주 펀드 등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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