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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극과극 PPL 활용법①] 선 넘는 PPL, 선도 못 지키는 방심위 제재


입력 2020.07.07 15:23 수정 2020.07.07 17:1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라끼남' '미스터트롯', 과도한 광고 노출에 법정제재

시청자 불편함 비웃는 노골적 간접 광고

ⓒSBS ⓒSBS

​PPL(product placement), 직역하면 ‘제품 배치’다. 즉 필요한 위치에 제품을 갖다 놓는 것을 의미하는데, 방송가에서는 상품이나 상표 등을 방송 프로그램 안에서 노출시키는 형태로 활용된다. 이제는 대다수 시청자들이 익숙한 말이고, 일상에서도 뜬금없는 물건이 배치되면 “PPL이냐”라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로 널리 퍼졌다.


이러한 간접광고의 틀이 처음 갖춰진 건 언론통폐합이 실시된 1980년대로 보고 있지만, 사실상 2010년 방송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간접광고에 대한 어떠한 규정도 없었다.


지상파 3사의 간접광고 매출액은 2010년 1월 방송통신위원회(이사 방통위)의 허용 조치가 이뤄진 이후 제작비 지원 없이 드라마 소품 대여 개념으로 처음 출발했다. 이후 2015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다음해인 2011년 174억원, 2012년 262억원, 2013년 336억원, 2014년 414억원으로 해마다 10~20%가량 꾸준히 증가해 왔다.


드라마를 통한 간접광고는 많은 부분 허용되는 추세지만 작품의 질 저하를 예방하기 위해 몇 가지 제약이 따른다.


개정된 방송법 시행령에 따르면 간접광고의 크기는 화면의 4분의1을 초과하지 않아야 하며 방송프로그램에 간접광고가 포함되는 경우 해당 방송프로그램 시작 전에 간접광고가 포함되어 있음을 자막으로 표기해 시청자가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간접광고가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내용이나 구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고, 해당 방송프로그램에서 간접광고를 하는 상품 등을 언급하거나 구매, 이용을 권유해선 안 된다. 또 간접광고로 인하여 시청자의 시청흐름이 방해되지 아니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방송가의 노골적 간접광고 노출은 이러한 시행령 정도는 가볍게 무시한다. 시청자들조차 피로감을 표출한다. 오죽하면 과거 시청자들의 심리를 대변하면서 PPL을 풍자했던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의 제왕’ 코너가 인기를 끌기까지 했다.


규정이 있음에도 방송사들의 간접광고 노출의 ‘정도’가 심해지는 이유는, 방송법 시행령에 따른 제재가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서다. 방송법 시행령 중 간접광고가 ‘프로그램의 내용·구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시청자의 시청흐름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항목은 심사위원들의 주관적 재량에 달려 있다.


혹여 방심위의 제재를 받게 되더라도, 대부분 ‘권고’ ‘의견제시’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서 제작사 입장에서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한 PPL의 과도한 노출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권고’ 또는 ‘의견제시’는 방송심의 관련 규정 위반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 내려지는 ‘행정지도’로서, 심의위원 5인으로 구성되는 소위원회가 최종 의결하며, 해당 방송사에 대해 법적 불이익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반면 방송심의 관련 규정 위반의 정도가 중대한 경우 내려지는 ‘과징금’ 또는 ‘법정제재’는 소위원회의 건의에 따라 심의위원 전원(9인)으로 구성되는 전체회의에서 최종 의결되며, 지상파·보도·종편·홈쇼핑PP 등이 과징금 또는 법정제재를 받는 경우 방송통신위원회가 매년 수행하는 방송평가에서 감점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PPL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편함이 꾸준히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노골적인 광고는 이런 행태를 비웃을 정도다.


프로그램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PPL이 들어갈 수 있을까. 드라마를 예로 들어보자. 드라마 PPL은 통상적으로 1개의 제작사와 다수의 협찬사, 그리고 그 협찬사들과 계약한 대행사들이 함께 일하는 시스템이다. 국내에는 수백 개의 대행사가 존재하는데, 이들은 대본을 미리 읽는 것은 물론, 최초 기획 과정부터 함께 하는 경우도 부기지수다. 드라마의 각색, 촬영, 연출 등 드라마 제작의 대부분의 과정에 참여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이 하는 역할은 극의 흐름에 잘 녹아들도록 PPL을 삽입하는 것인데, 많은 기업의 제품을 하나의 드라마에 담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잘 녹아든 PPL은 문제가 될 게 없지만, 극의 내용과 상관없이 등장하면 시청자들은 예외 없이 불편함을 드러내며 비판한다.


지난 5월 9일 방송된 SBS ‘더킹: 영원의 군주’에서는 치킨부터 멀티밤, 커피, 뷰티 디바이스, 카페, 김치, 시리얼 등 한 회에서만 7개의 PPL을 노출시켰다. 심지어 드라마 속의 대사로 제품을 노골적으로 홍보하면서 규제를 벗어난 연출까지 감행했다. 이 드라마의 노골적인 간접 광고가 더욱 비난을 받는 건 김은숙 작가가 앞선 작품들에서 PPL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 색다른 재미를 안겼던 바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극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할 수 있음에도 그렇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었다.


그나마 드라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PPL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은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예능의 경우는 개별적으로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PPL을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포함시키기 매우 어렵다.


ⓒtvN, TV조선 ⓒtvN, TV조선

지난 2월 21일 종영한 tvN ‘라끼남’은 협찬주의 상품인 라면을 노골적으로 홍보했다며 방심위로부터 법정제재인 ‘경고’를 받았다. 특정 상품에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구성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명백히 위반했다는 것이다.


방심위는 “사실상 라면 광고를 방송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방송 시간 상당 부분에서 제품을 과도하게 부각했고 출연자가 해당 라면 상품명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면서 “마치 해당 업체 라면을 광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의도적인 구성과 연출로 부당한 광고 효과를 줬다”고 지적했다.


상반기 예능 시청률을 휩쓴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도 과도한 간접광고도 방심위 제재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방심위의 광고심의소위원회는 ‘미스터트롯’의 부적절한 간접광고를 지적하고, 제재 수위를 추후 전체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경연 참가자들이 간접광고 상품을 이용하는 장면을 부각하고 제품의 특·장점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부적절한 광고 효과를 줬다는 이유에서다. 또 기타가공품인 이 상품을 건강기능식품이라고 자막처리한 부분도 문제가 됐다.


방심위는 구체적으로 미스터트롯 10부에서 한 참가자가 “곧 있으면 무대에 올라가는데 피부가 좋게 예쁘게 나와야한다”라며 간접광고주의 상품을 다른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는 장면, 이를 참가자 3인이 연이어 섭취하는 장면 등을 지적했다. 또 다른 참가자가 “피곤하니까 형이 준비했다”고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반복적인 광고성 자막이 배치되기도 했다.


결국 방심위는 지난 6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출연자들이 간접광고 상품의 특장점을 언급하며 해당 제품을 이용‧섭취하는 장면을 반복 노출하고, 가상광고 시 일반식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고지한” TV조선 ‘미스터트롯’에 대해 법정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특히 드라마와 예능을 막론하고, PPL을 마지막 방송 직전에 대량 방출하는 성향을 보인다. 제재를 받더라도 방송이 끝난 이후라면 그 파장이 방송이 진행 중일 때보다 덜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송사의 무분별한 간접광고 노출은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안긴다. 단순히 광고 수익을 노리고 관련법을 위반하고, 시청자의 시청권을 침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방심위 등 관계 기관의 PPL 수위 관련 대책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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