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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이 말한 ‘그 사람들’...조사보다 수사 필요한 때


입력 2020.07.06 21:35 수정 2020.10.07 18:30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지목된 가해자들, 스포츠공정위서도 의혹 완강하게 부인

신뢰 잃은 협회·체육회 조사 보다 철저한 검찰 수사 요구돼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선수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선수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어머니에게 마지막 보낸 문자를 유언처럼 남기고 세상을 떠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최숙현 선수와 동료들이 지목한 폭행·폭언 가해자들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 때와 마찬가지로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도 가해 행위를 전면 부인했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6일 오후 4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개최했다. 당초 9일로 예정했던 공정위원회는 국민적 공분 속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조속한 진상 규명을 지시하면서 6일로 앞당겨졌다.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안영주 스포츠공정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안영주 스포츠공정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날 취재진이 운집한 스포츠공정위원회에는 고 최숙현 선수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과 장윤정 선수 포함 선배 선수 2명이 출석했다. 주요 가해자 중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팀닥터’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 소속이 아니라 출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이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출석한 김 감독과 장윤정 선수는 대한철인3종협회가 개최한 스포츠 공정위원회에서도 같은 입장이었다.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주장 선배에 대한 충격적인 증언이 이어졌지만, 김 감독은 폭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경주시청 출신의 최숙현 동료 선수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점심에 콜라 한 잔 먹어서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빵을 20만원어치 사와 숙현이와 함께 새벽까지 먹고 토하게 만들고,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견과류 통으로 머리를 때리고 벽으로 밀치더니 뺨과 가슴을 때렸다. 2019년 3월에는 복숭아를 먹고 살이 쪘다는 이유로 술자리에 불려가 맞았는데 이미 숙현이는 맞으면서 잘못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빌고 있었다"고 감독과 팀닥터의 폭행을 고발한 바 있다.


김 감독은 폭행과 폭언 사실이 없었냐는 기자들 질문에 묵묵부답이었고, 2시간 가까운 공정위 출석을 마치고 나온 후에도 기자들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앞서 김 감독은 이용 의원(미래통합당)이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검찰 조사를 받고 있고 그 부분에서 성실히 임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 등이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 등이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기자회견에서 ‘처벌 1순위’로 지목된 바 있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주장 장윤정 선수도 공정위 출석에서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김 감독과 달리 공정위로 향할 때 잠시 멈칫해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장소를 파악하려는 움직임일 뿐, 기자들 질문에는 역시 답하지 않고 황급히 회의실로 들어갔다. 공정위 출석을 마치고 나올 때도 장윤정은 "최 선수에게 사과할 마음이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성실히 조사를 받았다"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나기 급급했다.


최숙현 동료 선수들은 "가혹행위는 감독만 한 것이 아니다. 팀의 최고참인 주장 선수는 항상 선수들을 이간질하며 따돌림 했고, 폭행과 폭언을 통해 선수들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정신적 스트레스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다"며 장윤정 선수를 지목했다.


이들은 "그 선수 앞에서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되는 것 같았다. 같은 숙소 공간을 쓰다 보니 훈련시간 뿐만 아니라 24시간 그 선수의 폭력·폭언에 항상 노출돼 있었고 제3자에게 말하는 것도 계속 감시를 받았다. 그 선수는 숙현이 언니를 '정신병자'라고 하며 서로 이간질을 했다"며 “훈련을 하면서 실수를 하면 물병으로 머리를 때리고, 선배를 시켜 각목으로 폭행했다”는 등 충격적 증언이 있었지만 장윤정은 기자들 앞에서 이와 관련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장윤정은 한국 트라이애슬론을 대표하는 선수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획득했다.


스포츠공정위는 피해자들의 자료 분석과 가해자의 소명을 들은 뒤 이날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감안했을 때, '영구제명' 조처도 가능하다. 징계와 별개로 추가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이러한 가혹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이번 일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가해자들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제대로 된 상황 파악조차 하지 못한 정황이 드러났다. 감독과 선수들이 전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가혹행위 당사자로 지목된 ‘팀 닥터’ 행방에 대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알지 못한다”는 취지의 답을 내놓았다. 주요 가해자에 대한 주요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회의나 조사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현재 사건을 맡은 대구지검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때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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