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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매운동 1년”…유통업계 중심 ‘화력’ 여전


입력 2020.07.02 06:00 수정 2020.07.01 21:35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소비자들 ‘안 먹고 안 쓴다’ 인식 명확히 자리 잡아

일부 기업 퇴출 수순 밟거나, 지속된 매출 하락으로 어려움 호소

서울 중랑구 유니클로 엔터식스 상봉점 앞에 영업 종료를 알리는 세움 간판이 설치돼 있다.ⓒ뉴시스 서울 중랑구 유니클로 엔터식스 상봉점 앞에 영업 종료를 알리는 세움 간판이 설치돼 있다.ⓒ뉴시스

지난해 7월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1년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불매운동 동력은 여전한 상태다. 일본 제품은 ‘안 먹고 안 쓴다’는 인식이 명확하게 자리 잡으면서 시장 철수를 추진하거나, 지속된 매출 하락으로 버티기에 들어간 기업까지 생겼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NO 재팬’ 운동이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는 일부 전망과 다르게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확산된 ‘NO 재팬 운동’은 꾸준히 영향력을 발휘하며 동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일본계 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일본 불매운동의 최초 타깃으로 지목되면서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7월 일본 본사 임원의 ‘한국 불매운동 폄하’ 발언을 계기로 집중 표적의 대상이 됐다.


오카자키 다케시 패스트리테일링 CFO의 “한국 불매운동이 장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 만큼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발언은 일본 불매 운동에 기름을 부었다.


이후 임원은 두 차례에 걸쳐 공식사과문을 배포했지만, 매출 하락 신세를 면치 못했다. 실적 부진을 버티지 못하고 일부 매장은 문을 닫았고, 남은 매장들도 매출 회복이 요원한 실정이다.


유니클로 자매 브랜드인 ‘GU(지유)’는 지난 5월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한국 진출 1년 8개월 만이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매출 감소를 견디지 못하고 두 손을 들었다.


일본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게시된 서울 시내 한 마트 주류코너 모습.ⓒ뉴시스 일본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게시된 서울 시내 한 마트 주류코너 모습.ⓒ뉴시스

불매운동은 유니클로를 기점으로 반경이 넓어지면서 일본 맥주로까지 영향을 미쳤다. 일본 맥주는 10년간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서 부동의 1위자리를 지켜왔지만 불매운동 여파에 현재는 유통채널에서 자취를 감췄다. 일본 맥주 수입사들은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약 9억2000만원으로 지난해 5월(약 71억5000만원)과 비교해 87% 가량 감소했다.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는 현재까지 일본 맥주 발주를 중단하고 있거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소량만 발주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작년부터 판매가 안되니 재고가 계속 남아서 발주도 자연스레 못하고 있다”면서 “유통기한 지나면서 자연스레 매대에서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맥주는 편의점에서도 찬밥신세가 된 지 오래다.


최근 편의점 CU는 유통기한 종료가 임박한 일본 수입맥주 12종에 대해 본사 반품 처리를 진행했다. 대상은 아사히캔(6종), 코젤라거캔, 산토리캔(2종), 오키나와캔, 에비스캔(2종) 등 총 12개 품목으로 반품된 맥주는 전량 폐기했다. 4캔에 만원 행사에서도 여전히 제외되고 있다.


CU관계자는 “현재 일본 맥주 발주가 가능하지만, 안 팔리는 상품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점주님들이 주문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남아있는 가맹점의 재고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본사 반품처리했다. 이에 대한 비용은 모두 가맹본부가 부담했다”고 말했다.


아직 사업 철수를 결정하진 않았지만 실적 악화에 힘겨워하는 일본계 기업도 다수다.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93.4% 감소해 71억원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2018년 국내에 진출해 23개까지 매장 수를 늘린 일본 햄버거 브랜드인 모스버거도 경영난으로 매장을 순차 폐점하고 있다.


이밖에 화장품 브랜드 DHC도 불매운동으로 H&B스토어를 비롯한 이커머스 등 주요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에서 퇴출당해 제대로 된 영업활동을 벌이지 못하고 있다. 당시 DHC 전속 모델인 배우 정유미도 잇단 소비자 항의에 공감, DHC에 모델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본 상품 못지 않은 국산 대체상품이 얼마든지 많아졌고, 그것을 찾아 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면서 “상품의 선택지가 과거 대비 많이 늘어난 만큼 국내 진입해 있는 기업들이 빠른 시간 내에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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