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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불안 문제없다"…증권사, ELS 컨틴전시 플랜 들여다보니


입력 2020.07.02 05:00 수정 2020.07.01 21:32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리스크 미리 반영해 H지수 ELS발행액 1년 새 17조9000억원 축소

현금자산 3개월 새 8조원↑, 지수 배리어 최대 6000선 맞춘 상품 고려

홍콩이 중국 정부의 보안법 통과와 미국의 특별지위 해제 소식에 혼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지난 달 12일 홍콩 코즈웨이베이 등 도심 곳곳에서 12일 열린 '6·12 충돌' 1주년 기념 집회 장면 ⓒ뉴시스 홍콩이 중국 정부의 보안법 통과와 미국의 특별지위 해제 소식에 혼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지난 달 12일 홍콩 코즈웨이베이 등 도심 곳곳에서 12일 열린 '6·12 충돌' 1주년 기념 집회 장면 ⓒ뉴시스

국내 증권사들이 홍콩보안법 통과로 불거질 시장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조치들을 강구하고 나섰다. 지난 2016년 ELS사태와 올 1분기 발생한 마진콜을 교훈삼아 현금자산을 늘리고, 손실구간을 확대하는 등 위기상황에 미리 대비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홍콩지수 폭락 가능성이 제로가 아닌 만큼 증권사들이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 다른 부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상황에 대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국내 증권사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는 2조6229억원(1130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1~3월 달 발행 규모인 9조4530억원(2030건)보다 72.2%(6조8301억원) 줄어든 규모다. 홍콩의 불안정성을 고려해 관련 ELS 발행 규모를 선제적으로 줄여 손실 가능성을 축소한 것이다.


증권사는 지난해 도주범죄인 및 형사법 관련 법률 지원 개정 법안이 도입으로 촉발된 홍콩 시위에 시장 불안이 예상되자 지난해 상반기 30조3689억원(6820건)이던 홍콩H지수 ELS 발행액을 올 상반기 12조4644억원(3380건)으로 58.9%(17조9045억원) 줄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급락한 지수 때문에 대규모로 발생한 ELS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경험으로 미리 현금성 자산을 쌓아둔 만큼 지수급락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국내 증권사들은 20조7504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쌓아 지난해 말(12조1658억원) 대비 70.5%(8조5846억원) 늘렸다.


ELS 손실구간을 의미하는 지수 낙인배리어도 넉넉하다. 현재 증권사는 홍콩H지수 기초 ELS의 손실구간을 50%대 선인 6000~7500포인트 선으로 관리하고 있다. 현재 지수와는 간극이 충분한 셈이다. 또 지난해 상반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낙인배리어를 70%대까지 낮춘 상품도 올해 7개가 신설됐다. 일부 증권사는 미리 마련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수익률을 일부 조정하더라도 향후 발행될 홍콩 ELS의 낙인배리어를 80%선까지 낮추는 전략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홍콩H지수 추종 ELS의 전체 상품 비중이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라며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지수 급락으로 손실이 현실화될 경우에 사용할 플랜은 이미 마련돼있고, 추후 발행될 신상품의 손실 가능성을 조절하는 것도 가능해 이번 사태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염려는 적다"고 말했다.


또 증권사들은 주식시장이 관련 이슈 리스크를 미리 반영했고, 홍콩에서 대규모 투자자금 유출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폭락장이 재현될 가능성 자체를 낮게 보고 있다.


홍콩 보안법 통과와 특별지위 해제가 결정된 지난 달 30일 마감기준 홍콩 항셍 차이나기업(H)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86포인트(0.08%) 상승한 9765.55포인트로 마감했다. 같은 날 홍콩 항셍(HSI)지수도 112.70포인트(0.46%) 오른 2만4413.98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홍콩보안법 초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중국 정부는 보안법을 통해 국가안보처를 신설한 뒤 홍콩 내 안보전략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홍콩 투자자금이 빠져나간다는 건 아시아시장 전체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H나 항셍지수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주식시장이 관련 이슈를 선반영한데다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에 따른 무역 및 중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어서 증시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속적인 시장상황 모니터링을 통해 2016년 ELS사태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6년 2월 12일 홍콩H지수가 7505.37까지 떨어지면서 5조원 가량의 ELS가 손실 구간에 접어든 적이 있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홍콩지수가 특별지위 박탈, 보안법 통과로 인한 시장 우려와 다른 모습을 보인만큼 금융시장 불확실성 해소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만약 홍콩이 아시아 금융허브 기능을 상실하면 금융·증권회사의 위안화 조달 창구가 사라져 자금 조달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어 이와 관련한 추가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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