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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사과”…방송가 왜색·일베 논란, 왜 같은 잘못 되풀이될까


입력 2020.06.29 08:02 수정 2020.06.29 08:0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SBS funE ⓒSBS funE

방송가에서 왜색 논란과 일베 논란은 끊이지 않는 이슈다. 그럼에도 같은 잘못은 반복되고, 그때마다 내놓는 해명도 거기서 거기다. 대부분은 ‘몰랐다’ ‘죄송하다’가 해명의 전부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이는 것은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말이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이 해명은 그저 당시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말 뿐이다.


지난 22일 방송된 SBS funE ‘왈가닥뷰티’에서 홍진영과 김민경은 “정혁이 출연자 단톡방을 나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단톡방을 나갔나. 우릴 버리고 남성 출연자들끼리 뭉치려고 한 것인가”라고 서운해 했다. 이에 정혁은 :우리 끼리 만든 단톡방은 없다. 단독방을 나간 이유는 어플을 다시 설치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 장면에서 제작진은 ‘들어봅시다. 고 노무 핑계’라는 자막을 삽입했다. ‘노무’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베’식 용어다. 뜬금없는 자막에 시청자들을 불쾌해 했다. 물론 ‘그 놈의 핑계’를 발음 그대로 표현하면서 의도치 않게 일베 용어가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SBS의 전적이 발목을 잡는다. 앞서 SBS는 일베 용어를 사용한 자막으로 여러 차례 논란에 휩싸인 바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뉴스8’에서 노 전 대통령과 코알라를 합성한 그림을 내보내는가 하면 일베에서 만든 연세대 로고도 방송에 내보내기도 했다. 지난 2014년 ‘런닝맨’에서는 일베 로고와 고려대 로고를 합성한 이미지가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또 2015년 ‘뉴스 8’에서 일베가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노래인 ‘엠씨(MC) 무현’의 일부분을 사용해 논란이 됐다. 그해 ‘한밤의 TV연예’에서는 영화 ‘암살’을 소개하며 영화 포스터에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일베 사진을 사용했다. 2016년 ‘런닝맨’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비하할 때 쓰는 ‘운지’가 자막으로 쓰인 바 있다.


SBS는 최근 왜색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12일 종영한 SBS 드라마 ‘더킹 : 영원의 군주’에서는 타이틀에 왜색 건물이 등장하고, 우리나라 군함에 일장기를 덮어씌워 일본 군함을 만드는 등의 문제를 일으켜 사과하기도 했다.


그 때마다 SBS는 “방송 전 걸러내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 “시청자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고 모든 논란을 ‘실수’로 덮었다. 이번 ‘왈가닥 뷰티’ 논란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tvN ⓒtvN

비단 SBS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20일 방송된 tvN ‘놀라운 토요일’에서는 게스트로 출연한 아역배우 김강훈에게 드라마 ‘도깨비’의 주인공 김신(공유 분)의 갑옷을 패러디한 의상을 입혔는데, ‘大一大万大吉’(대일대만대길)이란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는 16세기 일본의 역사적 인물 이시다 미츠나리 가문의 문장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시다 미츠나리는 임진왜란에 참전해 조선을 침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최측근으로 프로그램은 왜색 논란에 휩싸였고, 즉각 사과했다.


방송에서 일베 논란이 수차례 불거짐에도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그만큼 이 이슈를 가볍게 여겨서다. 그들이 언급한 것처럼 ‘재발 방지’에 조금이라도 신중을 기했다면, 무지에서 비롯된 의도치 않은 논란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고 노무’ 같은 단어를 그대로 내보내는 건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앞서 방송인 장성규는 유튜브 채널 ‘워크매’에서 일베 논란에 휩싸인 후 뼈아픈 구독자 이탈을 겪었다. 한때 구독자 400만 명을 돌파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지난 3월 11일 ‘부업’ 편에서 일베 논란이 벌어지고, 5일 만에 약 20만 명이 구독을 취소했다. 현재는 구독자가 380여명이다. 방송사도 ‘워크맨’의 일베 논란으로 이탈한 구독자 수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지 않으려면 말뿐인 사과가 아닌,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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