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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업 폭풍] 정부, 유동성 숨통틔우기 미적…기업만 죽어날 판


입력 2020.06.22 05:00 수정 2020.06.22 04:36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국내 기업 부도리스크,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육박

규제 완화 주저하는 정부…'적극 대응' 미국과 대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우리나라 기업들을 둘러싼 불안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우리나라 기업들을 둘러싼 불안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우리나라 기업들을 둘러싼 불안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권을 통한 유동성 공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부가 여전히 규제의 끈을 푸는데 머뭇거리면서 기업들을 살릴 골든타임만 점점 지나가는 모양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중앙은행이 적극 나서 회사채 매입에 돌입한 것과 달리,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은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새 나온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기업들의 부도리스크를 보여주는 지표인 신용등급 BBB-와 AA- 회사채 간 금리 차는 이번 달 들어 6.3%까지 높아지며,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5월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매출 감소와 신용등급 하락에 직면한 기업들이 회사채 차환에 난항을 겪으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처럼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빚을 내 위기를 모면하려는 기업들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은행들의 기업대출은 지난 4월에만 27조9000억원 늘며,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월간 기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어 5월에도 기업대출은 16조원이나 늘며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대출을 통한 경영난 해소는 일시적인 방편일 뿐 장기지속성을 기대할 수 없는 미봉책의 성격이 짙다. 결국 기업들이 제대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면 회사채 시장이 안정화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금융권으로부터의 꾸준한 자금 공급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금융사들도 코로나19 위기에 몸이 움츠러들긴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코로나19로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하루 빨리 금융권에 대한 유동성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불안에 비해 그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은행들의 유동성 규제를 한시적으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을 내놨지만 관련 대책이 모두 시행되려면 아직도 오는 7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 이번 달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들의 회사채는 약 12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감안해야 할 기업어음과 단기사채도 약 53조원에 달한다.


반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심인 미국에서는 중앙은행이 적극적인 회사채 매입에 돌입하며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기축통화국보다도 상대적으로 뒤늦은 조치로 인해 우리나라의 회사채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16일부터 이른바 세컨더리 마켓 기업 신용 기구를 통해 개별 회사채 매입에 돌입했다. 세컨더리 마켓은 유통시장을 의미한다. 연준은 5년 이내 만기의 회사채를 유통시장에서 사들일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연준은 시장의 유동성과 대기업 신용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우리나라 당국 역시 경고의 메시지를 내기 시작했다. 한은은 이번 달 국회에 제출한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될 경우 조달여건이 재차 악화될 수 있다"면서 "회사채 등 신용증권 발행 상황, 금융기관 대출태도, 기업의 유동성 사정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인식과 달리 아직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제스처는 나오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정부와 한은이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회사채담보부증권 발행지원 등을 실시하고 나섰지만, 이 같은 조치들은 어디까지나 우량 회사채와 기업어음이 대상이다. 반면 보다 시급한 비(非)우량채 시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내 만기가 도래하는 비우량 회사채는 6월과 9월에만 2조5000억원이 몰려있다. 이에 대한상의 측은 "정부의 기간산업 안정기금 대상 업종인 조선·항공·해운업 기업들이 저신용 등급 회사채 시장에 많다"며 "지원범위를 저신용 등급으로 확대하는 조치는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크기가 아직 주요 선진국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현 주소를 고려하면, 유동성 완화 조치의 규모만큼이나 타이밍도 중요하다"며 "유동성이 분산되기 전에 선제적인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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