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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기금 지원으로 위기 극복 온도차 커지는 항공업계


입력 2020.06.18 06:00 수정 2020.06.17 22:11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40조 규모 기금 1호에 대한항공 유력...연내 8000억원 필요

HDC현산 재협상 요청으로 M&A 차질 아시아나 지원 어려워

LCC 제주항공·에어부산 기준 충족하지만 우선순위 밀릴 듯

여객기를 화물기로 변경해 화물 적재 작업 중인 대한항공 A330 .ⓒ대한항공 여객기를 화물기로 변경해 화물 적재 작업 중인 대한항공 A330 .ⓒ대한항공

정부가 40조원 규모로 지원하는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신청 접수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항공업계의 정부의 지원 온도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기안기금 첫 지원 대상으로 대한항공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대상으로 선정되면 항공사간 정부의 지원 격차가 커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조만간 기안기금 신청 공고를 낼 예정으로 대한항공이 기금 수혜를 받는 1호 기업이 되는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기안기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워진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것으로 정부가 항공·해운업종에 우선 지원하기로 방침을 밝힌 바 있어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1순위로 꼽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도 악화된 업황이 상당한 기간 지속될 전망인데다 향후 회복 속도도 매우 느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장기전을 대비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유동성 확보를 위한 고강도 자구책의 일환으로 추진돼 온 송현동 부지 매각도 서울시의 일방적인 공원화 추진 방침으로 타격을 받고 있어 추가 지원이 더더욱 필요한 상황이었다.


대한항공은 앞서 지난 4월 24일 산업은행으로부터 운영자금 2000억원 지원, 화물 운송 관련 자산유동화증권(ABS) 7000억원 인수, 주식 전환권 있는 영구채 3000억원 인수 등을 통해 총 1조2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받기로 한 상태다. 회사측은 산업은행과 함께 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올해 말까지 약 8000억원 가량의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17일 오후 주요 현안 브리핑에서 "지원된 1조2000억원 외에 8000억원 규모를 연말까지 필요 자금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기안기금이 설립되기 전까지는 산업은행이 우선 지원하고 기안기금 전환 여부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7월 초라도 빨리 진행된다면 기안기금을 통해서 추가 지원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한항공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도 현 상황에서 우선 고려 사항이 아니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가 추가 지원 명목으로 회사에 대한 간섭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인데 현 상황에서는 회사가 살아나는게 먼저라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6월에 인수하기로 한 영구채 3000억원을 향후 주식으로 전환하면 대한항공 지분 16.37%(1570만6000주)를 확보하면서 2대주주로 등극하게 되고 기존 국민연금 지분율 7.89%를 더하면 정부 지분은 약 25%에 육박하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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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업계에서는 당장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며 항공업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래에 발생할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의사결정의 우선 고려 사항으로 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그룹으로서는 주력 계열사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대한 고민이 없을 순 없을 것”이라면서도 “일단 대한항공을 살려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추가 지원을 마다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4월 21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주기돼 있는 모습.ⓒ뉴시스 지난 4월 21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주기돼 있는 모습.ⓒ뉴시스

대한항공의 이러한 고민은 오히려 다른 항공사들로서는 행복한 고민으로 느껴질 정도다. 대부분 기안기금을 지원받을 수 없거나 대상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진행 중인 인수합병(M&A)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까진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그룹로의 인수가 결정됐지만 HDC현산이 최근 채권단에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인수 완료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기안기금 지원 가능성에 대해 “인수합병 완료 후 기금이 들어가아할 것"이라며 "중간단계에서 들어가기는 애매한 만큼 가부간 결론이 나야 기안기금 투입 여부를 생각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기안기금 지원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LCC 7곳 중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은 기금 지원 요건(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근로자 수 300명 이상)을 충족하지만 우선 순위에서 밀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 부행장은 17일 오후 "LCC는 코로나19로 직접적인 영향받은 산업인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기준에 벗어난 기업이 많고 형평성 부분 때문에 기안기금을 통한 지원보다는 다른 정책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때문에 정부가 기안기금보다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한 기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구체화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한 LCC 관계자는 “아직 정부나 금융당국 쪽에서 추가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항공 수요 회복이 요원한 상황으로 하반기까지 악화된 업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항공기.ⓒ제주항공 제주항공 항공기.ⓒ제주항공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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