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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수 신선식품 AS제도…맛 없으면 무조건 환불 ‘강수’


입력 2020.06.15 07:00 수정 2020.06.14 20:58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고객 신뢰도 향상, 매출 증대 효과 기대

온라인 채널 대비 경쟁력 갖추기 일환

반품률은 0.01% 이하, 만족도 ↑

홈플러스는 2018년, 국내 최초로 신선 A/S 제도를 도입해 운영중이다. ⓒ홈플러스 홈플러스는 2018년, 국내 최초로 신선 A/S 제도를 도입해 운영중이다. ⓒ홈플러스

유통업계가 고객이 만족하지 못한 먹거리를 100% 환불해주는 초강수 ‘AS 제도’ 를 확대하고 있다. TV나 휴대폰 같은 전자제품에 주로 쓰이던 ‘무상 AS’ 개념을 먹거리 상품에 도입해 고객 신뢰 향상은 물론 매출 증대 효과를 보고자 하는 전략이다. 영수증 지참시 횟수 상관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환불해 준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이마트는 ‘피코크 100% 맛 보장제도’를 도입했다. 이마트의 PL(Private Label·자체 기획상품) 브랜드인 피코크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맛이나 품질에 불만족하면 전액 환불해주는 제도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한 상품만 가능하고, 구입한 지 30일 이내의 영수증만 가지고 오면 제품 없이도 고객센터에서 환불 받을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피코크 제품의 맛과 품질을 믿어도 된다는 걸 알리기 위해 도입했다”며 “현재는 환불 횟수나 금액 제한 등의 조건은 없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중에서도 신선식품 환불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홈플러스다. 홈플러스는 2018년 업계 최초로 모든 신선식품의 100% 품질만족을 책임지는 ‘신선 품질 혁신 제도’를 도입했다. 신선식품은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교환·환불해주고, 적립 포인트 역시 업계 평균의 20배로 크게 높이는 등의 파격적인 혜택이 골자다.


홈플러스는 주주변경 이후 2015년부터 꾸준히 신선식품을 강화해 왔고, 2017년부터는 ‘신선의 정석’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그 자신감의 일환으로 이듬해 각 점포에 신선식품 구매고객 전용 창구인 ‘신선 A/S 센터’를 세우고 본격 환불제도를 시작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신선식품 환불제도는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연구하고 꾸준히 상품 품질을 강화해온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혹시 손해를 보게 되더라도 홈플러스를 찾는 고객에게는 기존 어디에도 없던 혜택을 제공해 신뢰를 쌓고 장기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고 말했다.


한 소비자가 이마트에서 가정간편식을 고르고 있다. ⓒ이마트 한 소비자가 이마트에서 가정간편식을 고르고 있다. ⓒ이마트

◇손해 감수해가며 100% 환불 보장…왜?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전액 환불을 강조하며 환불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쇼핑 업계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계속되는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항에서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하나의 묘책인 셈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시식행사가 줄어든 데다, 다양한 상품이 쏟아지면서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 역시 환불 마케팅에 힘을 싣고 있다. 상품에 대한 자신감을 전면에 드러내 최종 소비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유입하는 하나의 전략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가격만 가지고 싸울 때는 지났다. 마진이나 손실보다, 고객이 느끼는 품질이 가장 중요하고,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이제는 신선 A/S 제도를 시작했으니 상품, 점포, 본사 모든 직원들이 한 마음으로 품질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환불제도를 도입하면 소비자 반응을 통한 상품력 강화도 가능해진다. 특정 상품의 반품이 몰리면 상품 자체의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고, 이런 정보들을 통해 보다 세밀하게 신선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쇼핑 업계에 신선식품 경쟁력 만은 뺏기지 않겠다는 절실함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홈플러스 자체 조사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의 절반 이상인 53.6%는 신선식품을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83.5%의 소비자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신선식품을 구매한다. 그만큼 대형마트에 중요한 시장이다.


반면 온라인 쇼핑업체들은 아직은 신선식품에 환불제도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선식품의 맛이나 신선도를 오프라인 업체와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배송비 등 교환·환불에 따른 비용과 시간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식품의 경우 한 번 맛을 보면 상품 가치가 사라지는 데다, 일부러 반품·환불을 하는 블랙 컨슈머들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블랙컨슈머를 사전에 차단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는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국 사람들은 체면을 중시하는 풍토가 짙을뿐 아니라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 또한 감내해야 할 몫으로 업계는 생각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환불제도 도입으로 고객 만족도는 증가한 반면, 실제 반품률은 0.01% 이하로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이라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꿔주니 고객과의 실랑이가 없고 직원들의 업무부담도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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