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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19금 드라마’ 시대②] 15세인 줄 알았는데 ‘깜짝’


입력 2020.06.02 10:45 수정 2020.06.03 09:21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장면 '도마 위'

방심위 사후제재 '실효성 의문'


'부부의 세계' 스틸.ⓒJTBC '부부의 세계' 스틸.ⓒJTBC

“15세 관람가 맞나요? 정말 보기 불편했습니다.”


지난달 16일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28.371%)로 종영한 JTBC '부부의 세계‘는 8회에서 자극적인 장면을 내보내 도마 위에 올랐다. 괴한이 피해자를 가격하는 모습을 가해자 입장에서 묘사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여성을 꽃뱀 취급하는 듯한 연출도 담겼다.


시청자는 “불쾌하다”며 비판을 쏟아냈고, 결국 드라마 종영 후인 27일 방송통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권고’ 결정을 받았다. 방송 이후 방심위에 접수된 민원은 총 1686건, 이중 폭력묘사 장면에 대한 민원은 1543건이었다.


김지연 CP는 "(괴한이) 누구인지를 감춰야 해서 헬멧캠을 사용해 연출했다"면서 "지적에 대해서 면밀히 다시 보고, 깊이 반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심위는 "청소년 보호시간대에 별다른 조치 없이 재방송하거나 이후 방송 다시보기 등에서는 (편집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제작자 의도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는 연출에 대해서는 시청자 입장에서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방심위의 ‘사후 제재’는 본방송은 물론이고 재방송까지 방영된 뒤에 이뤄지는 터라 시청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개봉 전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관람 등급을 정하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방송사 내부 심의로 시청 등급이 결정된다. 방심위가 프로그램이 방송되기 전에 심의할 경우, 언론 검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방송사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방송사 자체 심의팀은 주제, 폭력성, 선정성, 언어 사용, 모방 위험 등을 고려하고, 이들 기준 중 가장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등급에 맞춘다. 이후 정해진 등급을 달고 프로그램이 방송되면 방심위가 언론 보도, 모니터링, 민원 등을 토대로 한 심의안건을 상정해 제재 여부를 가린다. 이런 사후 제재 때문에 몇몇 드라마는 짙은 선정성과 폭력성에도 '15세 이상 관람가'로 방송돼 논란을 빚었다.

'인간수업' 스틸.ⓒ넷플릭스 '인간수업' 스틸.ⓒ넷플릭스

SBS '리턴'(2018)의 경우 15세 시청등급으로 방송됐으나 방심위로부터 "잔인하고 폭력적인 내용과 선정적이고 비윤리적인 내용을 여과 없이 방송했다"며 경고 및 등급조정 권고를 받았다.


‘보이스'(2017)는 15세 이상 시청가로 방송하다가 폭력성이 문제로 제기됐고, 방심위가 행정지도인 '권고' 제재를 내리자 방송 도중 '19금'으로 변경했다.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서 스트리밍으로 제공되는 영상 콘텐츠는 '비디오물'로 분류돼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시청 등급이 결정된다. ‘킹덤’은 시리즈는 폭력과 공포의 표현수위가 높다는 이유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인간수업’은 "폭력성과 부적절한 대사, 모방위험 등의 유해성이 직접적이고 지속적으로 표현돼 있다. 또 주제 및 내용은 미성년자들의 불법 행위를 구체적으로 나타낸다“는 이유로 19금 판정을 받았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시청자들 입장에서 ‘19금 드라마’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이런 호기심이 반드시 시청률로 이어지진 않는다”며 “자극적인 장면보다는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작품 전체의 만듦새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송사가 화제성을 위해 ‘19금’을 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방송사 입장에서 ‘19금 드라마’는 과감한 선택이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시청층 등 포기해야 할 부분이 많다.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쉽게 ‘19금’을 내세울 순 없다. 자칫하면 ‘19금’이라는 이유만으로 큰 비난을 받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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