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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생활자 '막막'…고정금리 대출자 '답답'


입력 2020.05.31 06:00 수정 2020.05.31 03:53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0%대 금리시대' 1억원 정기예금 맡겨도 年이자 70만원 불과

시중은행 이번주 수신금리 인하…목돈 '탈은행' 가속화 예상

여의도 금융가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여의도 금융가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0.5%로 인하하면서 이자 생활자들과 고정금리 대출이용자 간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초저금리 시대로 본격 진입하면서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 0%대, 대출 금리 1%대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에 1억원을 1년 만기 예금에 넣어도 이자소득세를 떼고 나면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연간 70만원에 불과하다. 이제 은행의 예·적금은 목돈을 안전하게 저장해두는 '금고' 이상의 의미는 사라졌다는 평가다.


당장 은퇴자와 고령층 등 이자 생활자들의 한숨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르면 이번주부터 주요 시중은행은 수신 금리를 내릴 계획이다. 신한·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줄줄이 여수신 금리 인하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의 대표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0%대에 머물고 있다. 국민은행의 '국민수퍼정기예금'은 0.9%, 신한은행의 '신한S드림 정기예금' 0.9%, 하나은행 '하나원큐 정기예금' 0.8%, 농협은행 'NH포디예금' 0.95% 등으로 1%에 못 미친다.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떨어지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 기준이 되는 잔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따라 내려가지만, 기준금리 조정을 반영하기까진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때 지불한 비용을 바탕으로 계산하는데, 매달 15일에 공시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15일 코픽스 고시 이후 대출금리도 서서히 하락할 전망이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월 기준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1.20%로 전월대비 0.06%포인트 하락했고, 잔액기준 코픽스는 1.61%로 전월대비 0.05%포인트 내렸다. 신 잔액기준 코픽스(1.31%)도 0.07%포인트 떨어졌다. 6월 중순 이후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는 연 2%대 초반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의 배신'에 이자생활자들이 기존 예·적금에서 다른 재테크 수단으로 눈을 돌리는 '탈은행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를 떠안더라도 수익률이 더 높은 투자상품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돼 최근 증권시장에서 '동학개미 운동'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실제로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놓은 투자자예탁금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단행한 28일 44조5794억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6247억원 증가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코로나19 변동성 장세 속에 올해 초 30조원에서 10조원 이상 뛰었고, 평균 20조원대를 유지했던 지난해보다 2배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관련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전히 안정성을 중요시 여기는 고객들은 수익률이 낮더라도 기존 정기예금를 선호하고 있고, 여윳돈이 있는 분들은 채권형 펀드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라며 "과거처럼 은행에 예‧적금으로 돈을 불리는 시대는 확실히 멀어졌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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