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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 불확실성 해소…속으로 미소짓는 시중은행


입력 2020.06.01 06:00 수정 2020.05.31 20:08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NIM 하락' 불가피하지만 영업전략 '수월' 은행주 '상승'

주요은행 순이익 목표 낮춰 잡고 보수적 경영전략 돌입

여의도 한 은행 영업점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여의도 한 은행 영업점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시중은행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0.5%로 내리자 "올게 왔다"는 분위기다. 당장 금리인하에 취약한 은행권은 순이자마진(NIM)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향후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영업전략을 짜는데 수월해진 측면도 있다. 그동안 증권시장에서 맥을 못 추던 은행주가 살아나는 것도 은행권의 호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순이익 목표를 낮춰 잡고 '보수적 경영전략'에 돌입했다. 초저금리 시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리딩뱅크'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순이익 목표를 지난해보다 10%가량 하향 조정했고, 다른 은행들도 줄줄이 목표치를 조정하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국내 은행의 순이익은 1년 전보다 7000억원 줄어들었다. 이는 NIM이 1.46%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데 따른 것이었다. 국내은행의 NIM은 지난해 1분기(1.62%)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저금리 정책으로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차가 점차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은행권에서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내려가면 NIM이 0.03%포인트 낮아지고 연간 순이익은 2000억~3000억원 가량 감소한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올해 상반기에만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가 총 0.75%포인트 내려갔으므로 은행권에선 '조 단위'의 순이익하락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시중은행은 여수신 금리 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주부터 시중은행 여수신 금리 추가 인하가 예상된다. 일부 은행은 예·적금금리 인하 검토를 이미 마쳤고, 발표만 앞둔 상황이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의 '빅컷(0.5%p 인하)'에도 1%대 마지노선을 지키며 버텨왔던 예금금리는 이번엔 빠르게 내릴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신(新)예대율 규제로 금리를 내리는 게 조심스러웠지만, 이번엔 'NIM 방어'에 필사적으로 나서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은행 간에 눈치보기를 하면서 어느정도 시차를 두고 금리인하를 했는데, 이번에는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0%대를 맞은 최악의 수익창출 환경에서 당국이나 여론의 '눈치 볼 겨를'도 없다는 얘기다.


지난 28일 기준금리 인하 이후 은행주가 일제히 상승세를 탄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그동안 은행주는 증권시장에서 '소외주'로 통하며 하락세를 면치 못했지만, 이날 하나금융지주는 전 거래일보다 4.6% 올랐고, 우리금융지주도 4.55% 뛰었다. 이어 KB금융(3.32%), 신한지주(1.68%)은 물론 BNK금융지주(3.88%)와 DGB금융지주(3.5%)도 상승세를 탔다.


더욱이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떨어질수록 위험의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경제연구 '은행의 수익 및 자산구조를 반영한 통화정책 위험선호 경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하락할수록 대출 부실 가능성이 커지며 은행의 위험 수준도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단기금리가 1.6%포인트 하락할 때 은행 위험가중치는 평균 2.1%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은행은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위험‧고수익 신용공급을 늘리고, 이는 대출자산의 질 악화로 이어져 결국 부실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김의진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통화정책이 은행 신용의 양뿐만 아니라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수준으로 떨어진데다 정부의 각종 규제까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면서 "은행권 최대 리스크가 불확실성이었는데, 기준금리 추가인하로 더 악화될 요인이 없어진 '예측 가능한 상황'이 펼쳐지면서 경영전략이나 계획을 그려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은행맨으로 억울할정도'까지 떨어진 은행주가 오르기 시작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고 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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