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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금융 지원, 커지는 빈익빈 부익부 우려


입력 2020.05.28 05:00 수정 2020.05.27 22:01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1.2조에 기안기금 지원까지 받는 대한항공

LCC에서도 제주항공·에어부산에 몰려

지원 대상 배제된 업체들 볼멘 소리 높아져

인천국제공항 인근에서 항공기가 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인천국제공항 인근에서 항공기가 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항공사들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금융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빈익빈 부익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각 사별로 마련하는 자구책 등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형항공사에는 지원 자금이 쏠리는 반면 저비용항공사(LCC)들 사이에서는 편차가 큰 상황이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경우, 국책은행으로부터의 1조2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과 함께 정부가 조성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통한 추가 지원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대한항공, 1.2조 금융지원에 기안기금까지 투입


대한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두 국책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받게 됐다. 두 은행은 각각 60%와 40%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경영난에 빠진 대한항공에 유동성 공급을 결정했다.


여기에 기안기금을 통해서도 추가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안기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되는 것으로 항공업과 해운업 등에 대한 우선 지원을 명시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28일 기안기금 출범식을 갖고 기금운용심의회를 구성, 내달부터 기업들의 자금지원 신청 접수와 실제 지원을 시작할 방침이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변경해 화물 적재 작업 중인 대한항공 A330 .ⓒ대한항공 여객기를 화물기로 변경해 화물 적재 작업 중인 대한항공 A330 .ⓒ대한항공

이러한 정부의 금융지원으로 대한항공은 당장 운항 정상화 전까지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매월 4000억~5000억원에 달하는 높은 고정비용으로 본격적인 운항 정상화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긴 하지만 일단 단비와 같은 존재가 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선을 LCC로 돌리면 온도차가 상당하다. 일단 LCC에 대한 지원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두 국책은행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 당초 지난 2월 국토교통부가 LCC 지원 수요 자금으로 약 3000억원 정도를 책정했고 실제 지원은 절반이 넘는 1940억원이 지원됐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은 지난 3월 산업은행으로부터 각각 400억원과 300억원, 60억원을 운영자금으로 지원받았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산업은행에서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각각 300억원과 200억원을 지원받았고 수출입은행에서도 역시 같은 방식으로 580억원과 100억원을 지원받았다.


특히 제주항공의 경우,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기업결합심사가 완료되는 대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각각 1000억원과 700억원 등 총 1700억원을 지원받기로 한 상태다. 반면 제주항공으로 인수가 결정된 이스타항공과 신생업체인 플라이강원에는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제주항공 항공기.ⓒ제주항공 제주항공 항공기.ⓒ제주항공

◆ 제주항공·에어부산에 몰려...기안기금 대부분 LCC 제외 '불만'


기안기금에서도 이러한 온도차는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정부는 기금 지원 기준으로 총차입금이 5000억원 이상이고 근로자 수가 300인 이상인 기업이라는 요건을 설정해 LCC 7곳 중에서는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을 제외한 나머지 항공사들은 접근이 차단된 상태다.


장·단기 차입금에 유동·비유동성 리스 부채를 더한 제주항공의 차입금은 6417억원, 에어부산은 5605억원으로 5000억원을 넘지만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은 리스 부채를 더해도 각각 4256억원과 3722억원으로 기준에 미달한다.


각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대형항공사를 끼고 있는 LCC인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국책은행으로부터의 금융지원 규모에서도 차이가 나지만 기안기금 지원 대상에서도 희비가 엇갈려 온도차가 심하다. 특히 아시아나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에어부산과 달리 진에어는 대한항공이 모회사가 아닌, 한진그룹 내 관계사여서 모회사를 통한 지원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예외조항을 적용해 기안기금에서 LCC를 지원하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지원요건에 해당하지 않아도 핵심기술 보호나 산업생태계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


또 추가 지원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국책은행이 검토해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불확실성이 크다. 또 이미 계획된 자금만 집행해도 국토부가 LCC 지원 수요 자금으로 책정한 금액(약 3000억원)을 넘기는 상황에서 추가 지원 여력이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이에 항공업계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지원 온도차를 어쩔수 없는 현실로 인정하면서도 속으로는 불만도 감지되고 있다.


사실 두 국책은행의 대한항공에 대한 금융지원도 대한항공과의 특별약정 체결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특별약정에는 대한항공이 제시한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안)과 이행상황에 따른 담보제공 여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앞서 대한항공은 자구안에 대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서울 송현동 부지 매각,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 등을 밝힌 바 있다.


또 대한항공의 대주주인 한진칼은 두 은행에 3000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보통주 신주를 담보로 제공키로 결정하는 등 그룹차원에 지원을 약속했다.


앞으로 대한항공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칼이 취득할 예정인 신주가 대상이다. 담보로 제공된 신주는 대한한공이 자구안 이행 등 약정한 특정조건을 내년 말까지 충족시키지 못하면 채권단에 오는 2022년 1월 제공될 예정이다.


결국 회사 규모의 차이로 자구노력에 격차가 있을수 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지만 회사를 살릴 수 있는 기회마저 상실할 수 있다는 박탈감이 업계에서 감지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사별 자구책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도 정부의 금융지원이 대형항공사와 규모가 큰 LCC들에게만 집중돼 솔직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특히 타이밍이 중요한 유동성 지원이 뒤늦게 이뤄지면서 사후약방문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9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늘어선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자료사진)ⓒ연합뉴스 지난달 9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늘어선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자료사진)ⓒ연합뉴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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