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현장] “여의도 어디 하나 무너져야 재건축 시작하는 겁니까”


입력 2020.05.27 05:00 수정 2020.05.26 22:40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여의도 주민들 “서울시, 아파트 지구단위계획 빨리 발표해 달라” 원성

여의도 수정아파트 전경 ⓒ김희정 기자 여의도 수정아파트 전경 ⓒ김희정 기자

“그래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는 날이 오기는 한답니까? 여의도 웬만한 아파트는 다 40년이 넘었고 이제는 안전문제도 심각해요. 어디 아파트 한곳이 무너져야 재건축 시작한다는 말이 나오는 건지 답답합니다.” (여의도 한 아파트단지 60대 주민 A씨)


지난 26일 오전 아파트가 밀집된 국제금융로와 여의대방로 교차점에서 만난 한 아파트단지 주민은 “왜 유독 재건축 허가가 여의도에만 박한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정치와 금융의 중심지로 고층빌딩이 즐비한 여의도는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화려한 도시’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주거공간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여의도 대부분의 아파트가 1970년대에 지어져 수명이 다해가기 때문이다.


여의도는 마포대교와 일직선상에 있는 ‘여의도 공원’을 중심으로 ‘동여의도’와 ‘서여의도’로 나뉜다. 63빌딩과 여의도성모병원이 있는 곳을 동여의도, 국회의사당이 있는 곳을 서여의도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여의도 아파트단지는 이중 동여의도에 밀집됐다. 여의나루역 한강공원 주변으로 삼부·한양·장미·대교·화랑·삼익·시범아파트가 모여있으며, 아래 여의도역 근처로 내려가면 광장·미성아파트가 샛강생태공원 주변으로 위치했다.


여의도 지도. 여의도공원을 기준으로 서여의도(국회의사당쪽)와 동여의도(63스퀘어쪽)가 있다. ⓒ네이버지도 여의도 지도. 여의도공원을 기준으로 서여의도(국회의사당쪽)와 동여의도(63스퀘어쪽)가 있다. ⓒ네이버지도
여의도 아파트 위치도. 붉은 색으로 표시된 대상지가 시범아파트 단지. ⓒ시범아파트 청원 서울시 심사보고서 여의도 아파트 위치도. 붉은 색으로 표시된 대상지가 시범아파트 단지. ⓒ시범아파트 청원 서울시 심사보고서

이 아파트들은 재건축 기준 연한인 30년을 넘긴 지 오래다. 가장 오래된 시범아파트(1971년 입주)는 올해 50세가 됐다. 재건축에 대한 주민들의 열망은 그 어떤 지역보다 높지만 서울시의 재건축 인허가 벽은 높기만 하다.


서울시의 입장도 난감하다. 여의도가 강남에 버금가는 입지적 파급력을 갖고 있다 보니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까 걱정이다. 또한 아파트 개별로 재건축을 진행하기보다는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여의도의 전체적인 발전을 고민하는게 낫다는 것이다.


과거 서울시는 2018년 ‘반포·서초·여의도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수립’ 발표를 계획했지만 ‘부동산 시장 불안정’을 사유로 계획은 보류되고 있다. 이에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의는 지난 3월 서울시에 ‘여의도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조속한 수립’ 청원을 올리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매체에서 보도된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나설 예정이 없다’는 것은 시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청원에 대한 답변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경 ⓒ김희정 기자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경 ⓒ김희정 기자

시범아파트 주민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30년을 거주했다는 주민 B씨는 “지금 가장 문제는 노후화로 인한 열악한 시설과 안전문제”라며 “배관문제가 가장 심해 집집마다 녹슨물이 나오고 누수로 인한 전기안전문제도 심각하다”고 했다.


시범아파트는 지난 2017년 5월 도시정비법에 따라 실시한 안전진단 결과 ‘조건부 재건축(D등급)’ 판정을 받았으며, 2019년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실시한 정기안전점검 결과 16개 동은 ‘B’등급, 8개동은 ‘C’등급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서울시의회에 ‘시범아파트 안전사고 예방대책 수립 및 여의도 지구단위계획 발표에 관한 청원’을 소개한 정재웅 서울시 의원(더불어민주당·도시계획관리위원회)은 “시범 아파트는 필수적인 안전시설을 보강해야 한다”며 “서울시에서도 청원에 관한 답변에서 안전문제 대책에 대해서는 언급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재건축을 준비하고 있는 광장아파트의 주민 C씨는 “최근 용산이 다시 개발된다고 해서 여의도 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도 다시 높아진 상황”이라며 “이제는 정부도 여의도 원주민들의 고충을 헤아려달라”고 말했다.

'현장'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