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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신용 거래 고금리'논란...제로 금리시대에 6개월 11% 부가하는 곳도


입력 2020.05.25 05:00 수정 2020.05.25 14:29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기준금리 인하에도 신용융자 이자율 상향, 예탁금 이용료는 낮춰

'빚투' 늘고, '예금이자' 줄어드는데…코로나19 타격 서민만 울상

ⓒ픽사베이 ⓒ픽사베이

증권사가 시장 금리 추락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에게 빌려준 돈의 이자율은 높게 유지한 반면, 이들에게 자금을 빌릴 때 적용하는 금리는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유례없는 경기 한파 속 서민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고자 당국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까지 인하했음에도 증권사들은 아전인수 격으로 이자율을 조정한 셈이다. 특히 불안정한 증시에 편승한 개인투자자들이 역대 최대로 불어난 상황에서 증권사가 이를 통해 제 주머니만 채우려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16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빅 컷) 이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조정한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와 SK증권 두 곳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이후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을 바꾼 증권사는 17개사에 달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주식을 구매할 돈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대출 기간 별로 적용되는 금리는 최저 3.9%(1주일)에서 최대 11%(6개월)까지 다양하다. 투자자가 1달에서 2달의 기간 동안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려고 하면 평균 7.8%라는 고금리를 내야 한다.


문제는 신용거래융자 금리가 꼼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7개 증권사는 2018년 12월 31일에 정한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금리도 대개 높은 편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은 1주일 대출에 8.5%의 이자를 받고 있다. 한양증권은 7.5%, BNK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각각 7.0%와 6.0%다. 지난해에 확정한 금리를 사용하고 있는 증권사는 15개사나 됐다.


반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늘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으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0조141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3월 25일 올해 최저치인 6조4000억원까지 떨어진 이후 한 달에 2조원 꼴로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신용거래융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폭락했던 증시가 최근 회복되며 개인투자자들의 투심도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지난 21일 장중 한 때 2004.95까지 올랐다. 최저점인 3월 19일의 1457.64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이에 소액위주로 투자를 진행하는 개인투자자들이 과도한 이자부담까지 지게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거래융자에 활용되는 돈의 조달 방법이 회사마다 달라 각자 서로 다른 이자율을 책정하고 있다"며 "기준금리에 연동해 일괄적으로 낮아지거나 하는 경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김민석 기자

반대로 증권사가 투자자에게서 빌린 돈을 의미하는 투자자예탁금의 이용료는 곧바로 하락했다. 국내 28개 증권사가 100만원 이상을 예탁금으로 이용할 경우 적용되는 평균 금리는 0.3%로 집계됐다. 예탁금 이용료는 투자자가 거래를 위해 맡긴 돈을 증권사가 사용한 뒤 3개월마다 일평균 잔액을 기준으로 투자자 지급하는 이자의 개념이다. 통상 한은 기준금리를 활용해 금리가 산정된다.


증권사들은 기준금리가 하락하자 재빨리 예탁금 이용료율을 내리기 시작했다. 금투협 공시 기준으로 빅 컷(3월) 이후 금리를 내린 곳은 15개사에 달했다. 3개사는 지난해 7월 18일 기준금리가 1.50%에서 1.25%로 인하된 이후에 이용료율을 조정했다. 과거 이용료율을 적용하고 있는 곳은 10곳에 불과하다.


이용료율 인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메리츠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각각 다음 달 6월 1일, 8일에 이용료율을 0.1%까지 인하할 예정이다. 이미 10개 증권사가 0.1%의 이용료율을 적용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이용료율이 0.1%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우려되는 점은 향후 추가적인 이용료율 인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0일 '2020년 상반기 KDI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한은이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와 불가 하방압력에 대응해 가급적 이른 시기에 기준금리를 최대한 인하한 뒤, 국채를 매입하는 등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얼마 전까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 활동했던 조동철 교수도 한은의 추가금리 인하가 필요하며 마이너스 금리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발언했다. 오는 28일 예정인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를 결정할지 여부에 주목이 쏠리는 대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예탁금 자체가 한은 기준금리에 연동해 결정되는 만큼 시장 상황에 맞춰가는 증권사가 많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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