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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댈 곳 없는 대중음악, ‘음악인’ 지원서 배제된 이유


입력 2020.05.21 07:03 수정 2020.05.21 07:0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음악'이라 쓰고, 실상은 '순수예술'만 지원"

애매모호한 기준에 대중음악 관계자만 울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공연 시장이 얼어붙었다. 정부와 관련 단체들은 무너진 공연계를 지원할 여러 방안들을 내놓았고,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들도 점차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몇몇 공고의 지원의 ‘범위’를 놓고 잡음이 나온다.


지난 4월 27일 공모를 시작해 5월 19일 마감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의 ‘2020년 공연장 대관료 지원’ 사업 이야기다. ‘공연하자’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해당 공모글에서 아르코는 “코로나19로 침체된 공연예술계 활성화를 위해 ‘2020년 공연장대관료지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내용을 살펴보면 국내 예술단체(예술인)의 공연예술분야, 세부적으로는 연극(뮤지컬 포함), 무용, 음악, 전통예술의 대관 공연에 대한 지원이 진행된다. 지원 규모와 유형 등도 상세히 표기되어 있다. 지원 유형은 두 가지로 나뉜다. 공연장 대관료 지원(코로나19 피해경감 우선 지원)과 이미 지급한 대관료의 미환불 금액 지원(코로나19로 인한 공연 취소가 명확히 증빙되는 경우에 한함)이다.


공연 관계자들은 당연히 환호했다. 지난 1일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협회 회원사인 44개 중소 레이블 및 유통사가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열기로 했던 행사 중 73개가 연기 또는 취소돼 손해액만 약 62억 7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인디 뮤지션이 많이 활동하는 홍대 근처 소규모 공연장 공연에 대해 별도로 집계한 결과, 2월부터 4월 사이 공연 117개가 연기·취소돼 약 9억 5000만 원의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고, 대중음악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전국적으로 211개 공연이 연기·취소되어 손해액만 약 633억 2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손해액은 전체 티켓 중 80%가 판매됐다고 가정한 뒤, 관람 인원에 티켓 가격을 곱해 나온 값이다. 여기에 공연장 대관과 무대 장비 업체 등에 지불한 각종 계약금 및 환불 수수료 등의 금액까지 더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지는 상황이다.


ⓒ서울문화재단 ⓒ서울문화재단

최근 대중음악 기획사 A 대표는 대관료를 지불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거듭 공연을 연기한 끝에 취소를 결정하면서 막대한 손해를 떠안게 됐다. 그러던 중 공고를 확인하고 서류를 제출했지만 ‘부적격’이라는 답을 받았다. “순수 예술에 한해서만 지원한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아르코는 통상 순수예술 관련 사업을 해왔던 단체이기 때문에 아주 이해 못할 이유는 아니다. 하지만 ‘음악’이라는 애매모호한 기준을 제시해 혼선을 준 부분은 매우 아쉽다.


서울문화재단 역시 서울시와 함께 ‘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지원’ 심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사업에서 역시 대중음악은 ‘음악’의 범주 안에 두지 않는 듯 보였다. 실제로 선정단체(인)를 보면 대중음악 관련자는 찾아볼 수 없다. 더구나 서울문화재단은 제출받은 지원서를 ‘심사’한 총평을 남기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긴급지원이라는 말에 지원했는데, 심사 결과를 보니 화를 참기 어렵다”면서 “피해 상황이 아니라 어떤 것이 ‘예술’인지를 자기들만의 기준으로 심사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다수의 대중음악 관계자들은 ‘긴급 지원’이라는 말을 믿고 지원했지만, 모두 같은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음악’이라고 적어두고 ‘순수예술’이라고 해석하는 건, 대중음악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것이나 다름없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한줄기 빛이 날까 했는데, 오히려 대중음악이 처한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비단 이번 두 사례 뿐만 아니라 대중음악은 항상 소외되어 있다. 어떤 기준을 둘 때 항상 조금씩 어긋나는 식이다. 피해는 커지는데, 기댈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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