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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못 번다" 금융당국 거듭된 경고에도 꿈쩍 않는 '동학개미'


입력 2020.05.01 05:00 수정 2020.05.01 06:03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묻지마 투자말라" 경고에도 유가상승에 1조3600억원 베팅

'빚 투자' 신용거래융자 잔고만 이달 들어 2조4000억원 급증

대박을 꿈꾸며 빚을 내 주식시장으로 향하는 '무모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8조9813억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무려 2조4000억원 급증했다.ⓒ데일리안 대박을 꿈꾸며 빚을 내 주식시장으로 향하는 '무모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8조9813억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무려 2조4000억원 급증했다.ⓒ데일리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최근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풍에 잇따라 경고 메시지를 냈지만, 투자자들의 매수행렬이 이어지는 등 당국의 영(令)이 서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례적인 투자열기가 자칫 개인의 큰 금전적 손해로 이어질 수 있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언제부터 개미들에게 신경썼느냐"며 신중한 투자를 당부하는 금융당국을 향해 오히려 불만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경고를 투자시그널로 받아들이는 '청개구리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이 '투자 경고 메시지'를 내는 데에도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7일 간담회에서 "대부분은 돈을 벌지 못할 것"이라며 수위 높은 경고장을 내밀었다. 윤 원장은 동학개미운동 일부를 '투기성 세력'이라고 규정하며 "동학개미의 행태는 투자의 기본에서 어긋나는데 이름을 너무 좋게 지어줬다"고 꼬집기도 했다.


금감원은 지난 9일에 이어 23일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선물 연계 상장지수증권(ETN)과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투자에 최고 등급(위험)의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2012년 소비자경보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울린 위험 등급 경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일 "단순히 과거보다 주가가 낮아졌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에 뛰어드는 '묻지마식 투자', 과도한 대출을 이용한 '레버리지 투자' 등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가 개인투자자들에게 공개 경고를 한 첫 사례였다.


손 부위원장은 금융회사 CEO와 가진 간담회에서도 "고객들을 고위험 상품으로 인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7일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개인투자자 유의사항'이란 보도자료를 내고 "향후 주식시장 예측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며 개인투자자, 특히 경험이 많지 않은 신규 투자자들은 현명하고 신중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금융당국의 이례적 경고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최근엔 개인 투자자들이 원유 상장지수증권(ETN)이나 외환 차익거래(FX마진거래) 등 투기성이 매우 큰 상품에 투자를 하는 사례까지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유가가 폭락했지만, '언젠간 회복한다'는 기대감에 따른 투자행렬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감원이 소비자경보를 발령한 다음 날인 지난 10일부터 지난 24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ETN·ETF를 총 1조364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 투자자는 이 기간 10거래일 내내 해당 ETN과 ETF 모두에서 연속 순매수 행진을 기록했다.


특히 대박을 꿈꾸며 빚을 내 주식시장으로 향하는 '무모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8조9813억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무려 2조4000억원 급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을 말한다. 통상 잔고가 많을수록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지만, 그만큼 위험도 커졌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28일 기준 43조9729억원으로 한 달 넘게 40조원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까지 30조원 수준이던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24일 처음으로 40조원대에 올라선데 이어 지난 1일에는 47조6669억원까지 증가하며 정점을 찍었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도 3125만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지난달 86만개 넘게 급증했고, 이달 들어서도 48만개 넘게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1월(21만개)과 2월(34만개) 증가폭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준으로, 그만큼 증시에 뛰어드는 개미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모든 투자는 투자자의 책임이지만, 지금 개인투자자들의 흥분상태는 진정제를 투여해야할 정도"라며 "이제는 당국의 경고를 믿고 받아주셨으면 한다. 냉정하게 판단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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