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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만원에서 110억원의 몸으로…9년 만에 돌아온 윤성현 감독


입력 2020.04.28 00:01 수정 2020.04.28 08:41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2011년 내놓은 '파수꾼' 호평

상업영화 '사냥의 시간'으로 컴백

'사냥의 시간'ⓒ넷플릭스 '사냥의 시간'ⓒ넷플릭스

5000만원이 든 저예산 독립영화 '파수꾼'으로 주목을 받았던 윤성현 감독이 110억원대 상업영화를 들고 돌아왔다. 9년 만에 꺼내든 작품은 결이 전혀 다르다.


2011년 개봉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얻은 윤 감독의 영화 '파수꾼'은 독립영화 최초로 2만명을 돌파했다. 영화는 죽음을 택한 한 학생(이제훈 분)의 아버지가 죽음에 의문을 품고 주변 친구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아들의 죽음에 얽힌 사연을 담는다. 미스터리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고 나간 이 영화는 고등학생들의 치기 어린 반항이나 그들의 우정을 단순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한 인간의 내면을 깊숙하고 섬세하게 훑어내며 방황하는 청춘들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독립영화인 탓에 화려한 기술이나 군더더기는 없다. 현미경을 대고 인물의 심리를 관찰하며 관객을 붙잡았다.


전작이 인물 감정과 드라마를 촘촘하게 그린 독립영화라면, 신작 '사냥의 시간'은 스릴러와 추격전, 청춘의 이야기를 한데 모은 110억원대 상업영화다. '파수꾼'은 드라마가 주축이었다면, '사냥의 시간'은 볼거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번 작품은 100억원이 넘는 외피를 입어서인지 화려한 비주얼이 돋보인다. 윤 감독 스스로 사운드와 영상에 집중한 영화라고 밝혔다.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표현한 '사냥의 시간'은 작품 전반에 레드, 옐로우, 블루, 블랙 등 다양한 색을 입혔다. 특히 레드는 네 청춘의 불안한 상황을 표현한다. 색채보다 돋보이는 건 사운드다. 아주 작은 소리만으로 긴장감을 유지한다. 윤 감독은 "보통 영화보다 훨씬 긴 시간을 믹싱, 사운드 작업에 할애했다. 사실상 사운드의 영화"라고 강조했다.


'사냥의 시간'에서 또다른 볼거리는 총기 액션이다. 총기 액션은 장르가 주는 짜릿한 긴장감 외에 총에 능숙하지 않은 청춘과 이들을 쫓는 한을 대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청춘들이 앞날을 예측하지 못하는 불안감과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 본능을 동시에 짚는다.


작품의 주제 의식을 표현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파수꾼'에서는 인물에 몰입하게끔 내밀한 심리를 촘촘하게 따라가며 표현했다. 소년 기태(이제훈 분)가 기찻길에 있거나 교실에 홀로 있는 장면만으로 긴 여운을 줬다.


'사냥의 시간'은 총격전을 하며 쫓고 쫓기며 불안해하는 친구들을 통해 이 시대 청춘들을 보여줬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총격전이 주를 이루고, 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주제 의식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었다. 윤 감독은 "'파수꾼'은 드라마가 주가 된 작품이다. 이번에는 드라마와 대사 위주에서 탈피해 단순하고 직선적인 이야기를 비주얼과 사운드를 통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파수꾼', '사냥의 시간'을 통해 방황하는 청춘에 주목한 그는 "현실에 녹아든 이야기를 선호한다"며 "'파수꾼'에서는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표현했지만 '사냥의 시간'에서는 청춘들의 고뇌를 진지하고 다방면에서 그리지 않았다. 은유만 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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