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이제는 경제다] 금융지원 앞장선 시중은행…유동성 보호장치 시급


입력 2020.04.24 09:13 수정 2020.04.24 09:16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3월 중소기업 대출만 8조원 증가…연체율도 증가하며 '부실위험'

"은행 안전성부터 확실히 담보하며 금융지원 나설 수 있게 해야"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은 4월 1일부터 시중은행에서 초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데일리안DB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은 4월 1일부터 시중은행에서 초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데일리안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간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은행권이 시장 유동성 위기의 '방파제' 역할을 맡게 됐다. 은행권의 공적 역할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연체율과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지고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는 등 실물경제 대응의 최전선에 내몰린 상황이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금융지원 방침에 따라 중소기업과 중소상공인에 대한 대출을 크게 늘렸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901조4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8조7000억원 늘어나며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9년 6월 이후 가장 컸다. 이전 최대치인 2014년 1월(10조9000억원) 기록을 크게 뛰어넘는 규모다.


은행권 대출증가액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만 8조원이 늘었다. 정부가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에 나서면서 은행이 대출 문턱을 낮춘 영향이다. 중소기업 대출에는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분 3조 8000억원이 포함돼 있다.


이미 시중은행은 지난 4월부터 정부 주도로 소상공인(신용등급 1~3등급 대상)에게 연1.5%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코로나 대출' 3조5000억원 공급에 나섰다. 여기에 코로나19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6개월 이상 만기연장을 약속하기도 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3일 "금융회사가 타당한 이유 없이 (소상공인 대출) 접수를 지연·거절하거나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불만이 제기되지 않도록 걸림돌을 해소해 달라"며 전 금융권에 고강도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늘린 대출규모만큼 향후 연체율 증가도 우려돼 건전성 악화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최근처럼 실물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는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대출 부실의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들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2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43%로 전월말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1월말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세다.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대출과 신용대출 연체율의 상승폭이 높았다.


더욱이 은행권 연체율은 3월부터 급격하게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파장이 경제에 파장을 일으킨 3월부터 연체가 시작돼 상반기 중으로 통계에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체율은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3월 이후 5월쯤 통계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리먼 브라더스 파산이 그해 9월이었는데 국내 통계에 직접적으로 반영된 시기는 두 달 뒤인 11월부터였다. 당시 은행 연체금액은 10조9000억원에 달했고, 연체율도 1.18%에 이르면서 2005년 말(1.21%)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당장 은행권을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을 비롯한 금융시장에 미칠 후폭풍의 피해를 완화시킬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권 연체율 증가는 금융위기로 이어질 전조인 만큼 '완충자본'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최근 G20정상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금융 시스템의 유동성을 보장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이 경기 부양의 수단이 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보호하면서 채권의 신용경색을 완화시켜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원론'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권의 부실이 시작되면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그 악순환의 고리를 생각해볼 시기"라며 "은행권이 경제가 어려울 때 공적 기능을 담당하라는 요구는 과거부터 숙명 같은 것이었지만, 은행의 안전성부터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가운데 역할이든 지원이든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은행이 대출을 쉽게 내줘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로 인한 연체율 증가도 예상돼 주의해야 한다"면서 "기업 대출의 경우에도 건전한 금융시스템 유지를 위해서라도 꼭 긴급한 곳에만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충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