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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너의 얼굴은] 잊고 싶지 않은 얼굴, 김동욱


입력 2020.04.21 16:31 수정 2020.05.21 10:08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MBC '그 남자의 기억법' 이정훈 역

로맨스·스릴러 다채로운 장르 오가

<배우의 얼굴은 변화무쌍합니다. 비슷한 캐릭터라도 작품에 따라 달라지고, 같은 작품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색을 냅니다. 대중은 그 변화하는 얼굴에서 희로애락을 읽으며 감정을 이입합니다. 여기서는 최근 주목할 만하거나 화제가 된 배우들의 작품 속 얼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


'그 남자의 기억법' 김동욱ⓒMBC '그 남자의 기억법' 김동욱ⓒMBC

이젠 절절한 멜로의 얼굴이다. 갑질 악덕 사업주를 응징하던 조진갑에서 애틋한 멜로남 이정훈으로 돌아온 김동욱이다.


김동욱은 MBC 수목극 '그 남자의 기억법'에서 과잉기억증후군을 앓는 앵커 이정훈을 연기한다. 앵커 역을 위해 전작에서 늘렸던 체중을 14kg이나 감량해 냉철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앵커석에 앉은 그의 얼굴엔 감정 변화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흔들림이 없다. 감춰둔 진실을 폭로할 때도 미동 하나 없고, 톱스타 여하진(문가영 분)과 마주할 때도 미소 한 번 짓지 않는다. 감정 기복도 표정에 드러내지 않는다.


이는 그가 맡은 캐릭터 때문이다. 과잉증후군으로 그동안 산전수전을 겪은 내성이 더해져 어떤 일이든 다 알고 있는 듯한 여유와 무게감이 얼굴에 담겼다. 이정훈 앵커의 신뢰감은 이런 김동욱의 얼굴에서 나온다.


냉철해 보이는 이정훈의 얼굴 한 쪽엔 슬픔이 엿보인다. 먼저 떠난 보낸 여자친구 서연(이주빈 분)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이 두 눈에 고인 듯, 김동욱은 인물의 사연을 표현해낸다.


미소 한 번 짓지 않았던 이정훈은 여하진을 만나 다채로운 얼굴로 변화한다. 공교롭게도 여하진은 이정훈이 사고로 먼저 떠나보낸 연인의 친구다. 정훈은 그 사실도 모른 채 하진과 엮이면서 하진에게 조금씩 다가간다. 김동욱은 연인에 대한 미안함과 하진에 대한 묘한 감정, 주저하는 마음이 뒤엉킨 이정훈의 복잡한 얼굴을 완성한다.


'그 남자의 기억법' 김동욱ⓒMBC '그 남자의 기억법' 김동욱ⓒMBC

멜로 눈빛은 하진이 서연이 친구라는 걸 알기 전·후를 기점으로 뒤바뀐다. 하진을 경계하던 눈빛은 하진이 서연이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애틋하게 변한다. 로맨스의 시작을 눈빛으로 알린 셈이다.


김동욱은 그간 로맨스와 인연이 없었다. 로맨스물을 하긴 했지만 '커피프린스 1호점' 속 귀여운 이미지를 넘지 못했다. '그 남자의 기억법'에서는 김동욱에게 이런 얼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로맨스 감성이 얼굴에 가득하다.


8회 엔딩에서 하진을 구하기 위해 달려 나가는 모습에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절박함이 돋보였다. 하진에게 스며든 그가 하진과 술자리를 가지며 연인 같은 케미를 보여준 9회 장면에서는 실제 사랑에 빠진 사람들처럼 얼굴에 생기를 되찾았다.


하진의 스토커와 마주할 때는 또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어버릴까 두려워하는 눈빛과 스토커에 대한 분노가 떨리는 목소리로 전해진다. 멜로, 스릴러를 다 품은 그의 얼굴은 정확한 발음과 좋은 목소리와 맞물려 폭발력을 가진다.


지난해 MBC 연기대상을 받을 당시 그는 "최우수상 후보에 올랐던 많은 선배들에 비해 내가 주인공으로 시청자들에게 드리는 무게감, 기대감이 많이 부족한 걸 많이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남자의 기억법'의 김동욱에겐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캐릭터의 무게감을 진중한 표정으로 표현하고, 눈빛 하나하나가 다채롭다. 전에 없던 멜로 이미지까지 얻은 얼굴이니 더할 나위 없다.


과잉기억증후군 때문에 괴로워하는 이정훈. 시청자는 기억하고 싶다. 잊고 싶지 않은, 김동욱의 얼굴을.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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