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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음원 사재기의 늪②] ‘암묵적 방관자’ 음원 사이트, 변화 가능할까


입력 2020.04.21 12:47 수정 2020.04.22 09:5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해킹-조작 알면서도 방치하는 음원사이트?

플로의 실시간 차트 폐지, 업계에 미치는 영향

ⓒSBS ⓒSBS

실체는 없지만, 업계는 물론 대중들도 음원 사재기가 이미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인식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음원 사이트’라고 지적한다. 과거와 달리 음악을 소비하는 패턴이 단순화되면서 음원 사이트의 힘이 막강해졌다. 음원 사이트가 만들어준 카테고리 안에서의 음악을 소비하면서 차트 종속력이 강해진 것에 따른 부작용이 바로 음원 사재기라는 분석이다. 즉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시발점이 된 음원 사이트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음원 사이트가 ‘사재기’를 알면서도 방조한다”고 입을 모은다. 방송을 통해 음원 차트의 여러 이상 징후들이 공개됐음에도 이들은 하나 같이 “이상 징후는 없었다”는 반응이다. 이에 이명길 한국매니지먼트연합 상임이사는 “음원 사이트가 나서야 사재기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면서 “음원 사이트에서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모니터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1억 원에 1만 개의 아이디로 원하는 음원의 스트리밍 수를 늘려 차트 순위를 급상승 시킨다는 의혹이 밝혀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1개의 휴대폰(또는 PC)으로 30~50여개의 아이디를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된 불법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200~300여 대의 기기로 총 1만개의 아이디를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멜론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비정상적으로 음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패턴을 파악해 필터링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움직임이 포착되면 블락 처리 해왔다. 한 달에 차단 조치하는 블랙 아이피가 1만 5000건 정도다. 영구 차단 조치된 아이피는 약 150만개”라고 밝히면서 “불법 수집된 아이핀으로 시도되는 사재기 방지 시스템을 강화할 계획이다. 빠른 시일 내 아이핀 본인인증을 폐지하고 휴대전화 인증 절차를 더 철저히 할 예정”이라고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미 불법 접근을 위한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고, 이를 강화하겠다는 음원 사이트의 입장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실제로 음원 사이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만약 그렇다고 해도 현 상황을 보면 구조 자체가 개편되지 않는 이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현재 방화벽이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사재기로 의심되는 현상들이 나타나는 건 이미 그 패턴을 넘어서는 수법을 찾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재기를 시도하는 대상을 솎아내지 못하는 무의미한 방안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주장이다. 대다수가 음원 사이트의 ‘TOP 100’ 중심으로 음악을 듣는 상황이 경쟁을 부추기고, 결국 사재기에 이르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실시간 차트 폐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시간 차트가 폐지되고 주간, 월간 차트만 공개하면 순위 경쟁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이용자들도 실제 음원의 인기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음원 사이트들이 실시간 차트 폐지에 있어서는 대부분 소극적이다. 여전히 실시간 차트가 이용자 유입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로 인한 광고 수익 등도 실시간 차트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다만 최근 음원 사이트 플로는 사재기 근절을 위한 변화를 꾀했다. 플로 관계자는 “일방적인 차트 의존을 지양하고 음악 생태계의 건강한 변화를 이끌고자 이번 실시간 차트 폐지를 단행했다”면서 “그동안 기존 음악플랫폼의 1시간 단위 실시간 차트는 다양한 방식으로 왜곡이 일어나 실제 팬과 대중의 관심과 동떨어진 순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변화로 짧은 시간 내 비정상적인 행위로 차트에 진입하는 차트 왜곡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플랫폼 자체적으로 문제점에 대한 대안과 방법을 찾고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부회장은 “아직까지 어떤 효과를 거둘지는 모르겠다. 24시간 누적을 기반으로 한 시간 단위로 바뀌는 차트이기에 기존 실시간 차트와 얼마나 다르고 효과가 있는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플로에서는 비정상적인 청취 패턴을 감지했다는데 향후 다른 플랫폼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심이다. 플로는 찾은 비정상적인 패턴을 다른 음원 사이트들은 찾지 못한 것인지, 찾지 않은 것인지, 혹은 찾고도 모른 척 한 건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윤 부회장은 플로가 플랫폼 자체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시도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움직임이라면서도 “지금의 차트를 조작하는 세력들이 또 플로의 바뀐 시스템에 맞춘 새로운 조작 방법을 내놓을까봐 걱정”이라고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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