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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음원 사재기의 늪①] 10년 묵은 의혹, 여전히 제자리걸음


입력 2020.04.21 12:47 수정 2020.04.22 09:5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박경, 사재기 의심 가수들 실명 거론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다룬 음원 사재기의 실체

ⓒSBS ⓒSBS

그룹 블락비 멤버인 박경이 공론화 시킨 음원 사재기 의혹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조작된 세계-음원 사재기인가? 바이럴 마케팅인가?’ 편을 통해 불이 붙었다. 심지어 정치권에서도 음원 순위를 조작한 세력과, 이를 의뢰한 가수들이라며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폭로성 기자회견을 하면서 시장을 혼란에 빠지게 했다.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음원 사재기 문제는 당장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0년대 초반 이미 음원 사재기 의혹이 제기됐지만, 현실적 해결책이 마련되지 못하면서 무분별한 ‘소문’만 난무한다. 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피해자도 발생하고, 논점을 흐리는 소모성 싸움이 발생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박경이 트위터에 올린 저격 글을 토대로 바이브·송하예·임재현·전상근·장덕철·황인욱의 소속사를 찾아서 입장을 들었다. 명예훼손으로 박경을 경찰에 고소한 이들 소속사는 “해당 의혹에 대해 제작진에게 충분히 소명했지만 우리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바이브의 소속사 메이저나인은 사재기 의혹을 받고, 해명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음원사이트와 문체부 등 19개 단체에 자발적으로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메이저나인 측은` “공정거래위원회는 불법 행위에 대한 증거나 정황이 없어서 조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박경에 대해서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으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장덕철의 소속사 리메즈도 “검찰과 경찰을 비롯해 모든 수사기관이 저희부터 수사해달라”는 입장이다.


의혹을 받는 모든 가수들이 ‘결백’을 주장하지만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는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가수들이 직접 방송에 나서서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사재기가 이뤄지고 있음을 증언하면서 대중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꿨다. 물론 이들에게 사재기를 제안한 업체나, 업체에 의뢰한 가수들의 실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타이거JK, 말보 등은 ‘그알’에 출연해 사재기 제안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1억~3억 원이면 음원 차트 1위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기 비용이 없어도 가능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인디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사재기 업체에서 1년에서 1년 반 동안 수익을 7대 3으로 나눠 갖자는 제안을 받았다”며 “7은 그쪽이 가져가고 3은 우리가 갖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타이거JK는 “다른 가수 음원을 ‘밀어내기’도 가능하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SBS ⓒSBS

놀라운 건 현재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의 음반 유통 관계자 역시 사재기 업체가 존재하고, 실제로 몇몇 기획사와 접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인스타그램 DM이나 메일로 ‘사재기’ 관련 제안서를 많이 받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뢰하는 사람, 실제로 이를 진행하는 사람이 모두 ‘공범’이기 때문에 입을 열기 쉽지 않다. 당사자들이 입을 열지 않는 이상 실체가 밝혀질 수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결국 당사자들이 나서지 않는 한,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 문제가 불거졌던 10년 전, 3대 대형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와 스타제국 등은 음원 사재기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재기 근절대책’을 내놓았다. 이후 2016년에는 ‘사재기 처벌법’이라 불리는 음악산업진흥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하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전무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인공지능 큐레이션 회사 ‘크레이티버’의 대표다. 최근 사재기 의혹을 받는 가수들 대부분이 이 회사와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이 일면서다. 이 회사는 지난달 송하예, 영탁 등의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는 홍보대행사 앤스타컴퍼니가 2017년 설립했다.


앤스타컴퍼니 김대건 대표는 크레이티버의 새로운 음원 플랫폼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평소 친분이 있던 회사의 노래를 이용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사재기 논란을 일으킨 앤스타컴퍼니는 ‘사재기 가수’로 오명을 쓴 송하예와 영탁 측에 공식 사과 입장을 밝히며 속죄하기 위해 회사 폐업을 결정했다.


김 대표는 다수 매체를 통해 계속해서 사재기 의혹에 억울함을 내비치고 있다. 결국 이 역시도 현재까지는 밝혀진 바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사재기를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실체를 밝혀낼 방도를 찾아내진 못하고 있고 관련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사태가 지속될 경우다. 실체 없이 의혹이 계속된다면 가요계 전체가 침체될 우려가 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은 가요계 전체가 의심을 받는 상황이다. 특히 신인이나 무명 가수의 좋은 곡이 등장해도 사재기 의혹을 받는다. 피해자가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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