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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대책 후폭풍…5대 은행 전세대출 5.5조 급증


입력 2020.04.21 05:00 수정 2020.04.21 05:29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대출 막차' 수요 수면 위로…전셋값 '고공행진'

코로나19에 위태로운 가계…빚 부담 가중 우려

국내 5대 은행 전세자금대출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 전세자금대출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에서 가계가 빌려간 전세대출이 올해 들어서만 5조5000억원 넘게 급증하면서 9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해 말 전세자금까지 옥죄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이후 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렸던 후폭풍이 이제야 수면 위로 드러나는 가운데, 이에 힘입어 서울의 전셋값은 연일 최고가를 다시 쓰고 있다. 이런 와중 불어 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서민들의 경제 여건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가장 나쁜 수준까지 악화되면서 불어난 가계 빚을 둘러싼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들이 보유한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총 87조원으로 지난해 말(81조3058억원)보다 7.0%(5조6942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증가율은 같은 기간 전체 가계대출이 610조7562억원에서 619조9881억원으로 1.5%(9조2319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네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의 전세대출이 19조3921억원에서 21조2144억원으로 9.4%(1조8223억원) 증가하며 20조원을 넘어섰다. 국민은행 역시 16조2486억원에서 17조8356억원으로, 농협은행은 15조5656억원에서 17조1511억원으로 각각 9.8%(1조5870억원)와 10.2%(1조5855억원)씩 전세대출이 늘었다. 하나은행의 전세대출도 14조4883억원에서 15조6662억원으로 8.1%(1조1779억원) 증가했다. 우리은행만 15조6112억원에서 15조1327억원으로 전세대출이 3.1%(4785억원) 감소했다.


이처럼 올해 초 전세대출이 몸집을 키우는 배경에는 지난해 말에 나왔던 12·16 부동산 대책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본격적인 전세대출 규제는 지난 1월 말 시행됐지만, 계약 시점과 잔금 시점 사이에 괴리 탓에 규제의 영향이 은행 대출에서 확인되기까지는 통상 2~3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특히 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결국 전세자금 규제까지 강화하고 나서자 그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이들이 몰렸던 데다, 규제 직전에 발생한 주택거래에 따른 대출 수요도 많았다는 해석이다. 정부는 올해 1월 20일부터 고가주택 보유자가 전세자금 대출을 새로 신청하는 경우 보증을 제한하고, 대출을 받아 다주택을 보유하게 될 때에는 기존 대출을 회수하는 초강경 대책을 시행 중이다.


이렇게 전세 시장에 대출 자금이 쏠리면서 전셋값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의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4억607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부터 9개월째 쉼 없는 상승세다. 국민은행의 리브온 월간주택가격 동향으로 봐도 서울의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지난 달 4억5061만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4억5000만원을 돌파했다.


문제는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악재로 가계의 경제 사정이 그 어느 때보다 나빠진 현실 속 이런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짊어진 빚이 많아진 와중 코로나19로 소득까지 악영향을 받으면서 가계의 대출 상환 부담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이 가속화 한 지난 달 현재생활형편 소비자동향지수(CSI)는 83으로 전월(91) 대비 8포인트나 떨어지면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82) 이래 최저를 나타냈다. CSI는 소비자들이 경기를 어떻게 체감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2003~2018년 평균을 기준값 100으로 삼아 산출된다. 이 수치가 100을 밑돌면 장기평균보다 소비자심리가 부정적임을 의미한다. 이 중 현재생활형편 CSI는 이름 그대로 가계가 체감하고 있는 경제적 상태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가뜩이나 금융권에서는 가계대출의 질을 둘러싼 염려가 커지고 있던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4대 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에서 1개월 이상 연체된 금액은 총 1조2284억원으로 전년 말(1조1725억원) 대비 4.8%(559억원) 늘었다. 일반적으로 가계대출 연체금은 1년 중 연말에 가장 축소되는 특징을 띄는데, 지난해 말 해당 액수는 2014년 말(1조5177억원) 이후 최대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규제 시행으로 이제는 당분간 전세대출이 안정 국면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다만 이미 가계 빚이 불어날 대로 불어난 상태에서 코로나19로 예상보다 가계의 대출 상환 능력이 악화될 경우 차주는 물론 금융사들의 리스크도 확대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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