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그 후로 오랫동안’ 롯데, 모처럼 명품 키스톤 콤비 품나


입력 2020.04.20 00:02 수정 2020.04.20 09:01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늘 약점이었던 키스톤 콤비가 모처럼 시즌 전부터 강점으로 부각

1992 박계원-박정태, 2008 박기혁-조성환 이어 동반 GG도 기대

2008시즌 나란히 골든글러브 수상한 키스톤콤비 조성환-박기혁. ⓒ 연합뉴스 2008시즌 나란히 골든글러브 수상한 키스톤콤비 조성환-박기혁. ⓒ 연합뉴스

아치형 구조물에서 키스톤(Key-stone)은 양쪽에 쌓아올린 돌들을 연결하고, 하중을 분산시키는 가장 중요한 돌이다.


야구에서도 마찬가지다. 반원형 내야의 가장 중앙 꼭대기 부분에 위치한 2루 베이스 주변을 지켜야 하는 키스톤 콤비(유격수-2루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탄탄한 수비를 갖춘 키스톤 콤비는 안타성 타구를 막아낸 뒤 더블 플레이로 위기를 지워버리며 투수의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 타구가 가장 많이 향하는 데다 활동 반경도 넓어야 하는 키스톤 콤비의 가치는 센터라인 중에서도 첫 손에 꼽힌다. 강팀과 약팀을 평가할 때 선발 마운드와 함께 꼭 포함되는 항목이다. 내야 수비의 견고함은 팀 성적과 직결된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꼴찌 굴욕을 뒤집어 쓴 롯데 자이언츠의 2020시즌은 기대할 만하다. 늘 약점으로 지적됐던 키스톤 콤비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강점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 키스톤 콤비가 강점으로 평가받은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박계원(유격수)-박정태(2루수), 8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로이스터 감독 체제에 힘을 보탠 박기혁(유격수)-조성환(2루수)은 꽤 강했다. 두 쌍의 키스톤 콤비는 나란히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해당 시즌 롯데의 성적도 괄목할만했다.


그 후로 오랫동안 롯데에서 키스톤 콤비는 약점으로 꼽혀왔다. 조원우 전 감독 등 키스톤 콤비의 중요성을 부르짖었지만 끝내 품어보지 못한 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포수 강민호까지 빠진 센터라인에서 키스톤 콤비의 공수 밸런스까지 무너지면서 롯데는 가을야구와 점점 멀어졌다.


지난해 키스톤 콤비를 비롯한 롯데의 내야 수비는 경기 초반부터 목청껏 응원하는 팬들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롯데 내야 실책은 지난 시즌 KBO리그 10개팀 가운데 삼성 라이온즈(77개) 다음으로 많은 76개. 너무나도 불안한 내야 수비 여파는 마운드까지 침투했고, 꼴찌 추락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새로운 프로세스를 밟으며 2020시즌을 맞이하는 롯데에서는 명품 키스톤 콤비 탄생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마차도와 키스톤콤비 이룬 안치홍. ⓒ 연합뉴스 마차도와 키스톤콤비 이룬 안치홍. ⓒ 연합뉴스

200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KIA 타이거즈에 입단한 첫해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며 세 차례 골든글러브와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2루수’ 안치홍이 FA계약(2+2년/최대 56억 원)을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몸을 불렸던 지난해와 달리 체중을 줄이면서 반응 속도가 좋아졌고 수비 범위도 넓어졌다. 지난 시즌 수비가 썩 좋지 않았지만 자체 청백전에서는 좋았을 때의 날렵한 수비를 몇 차례 보여줬다. 롯데 합류 직후 침묵했던 안치홍의 방망이도 뜨거워졌다. 홈런 외에도 간결한 스윙으로 질 좋은 타구도 많이 날리고 있다.


안치홍과 호흡할 ‘유격수’ 딕슨 마차도의 수비는 롯데 성민규 단장을 비롯한 야구 관계자들과 팬들로부터 이미 몇 차례 박수를 받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보여줬던 유격수다. 타구에 반응하는 속도와 순발력, 유연한 몸놀림으로 까다로운 타구를 어렵지 않게 막아낸 뒤 강한 어깨로 정확하게 1루에 송구한다.


공격보다 수비에 무게를 뒀던 마차도는 최근 자체 청백전에서 맹타를 휘둘렀다. 탄탄한 수비 못지않게 예상 밖의 파워도 뽐냈다. 주력도 떨어지지 않아 리드오프로도 몇 차례 출루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수비가 빛날 뿐, 공격이 약한 것은 결코 아니다.


든든한 키스톤 콤비 구축으로 신본기는 3루로 이동해 롯데의 고민이었던 핫코너를 책임진다. 물론 주전 키스톤 콤비만으로 버틸 수 없다. 체력적 문제나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 짐을 덜어줄 백업자원이 풍부해야 한다.


하지만 박계원-박정태, 박기혁-조성환 이후 오랫동안 이렇다 할 키스톤 콤비를 내놓기 어려웠던 롯데로서는 모처럼 품어보는 명품 키스톤 콤비에 대한 기대가 크다. 탄식이 아닌 탄성을 내지르게 할 키스톤 콤비가 롯데에서 모처럼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