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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경제다] 위기대응 선봉은 '기업'…정부는 규제철폐로 후방 지원


입력 2020.04.20 05:00 수정 2020.04.20 05:14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경제계 “어려움 처한 산업 전폭 지원해야…규제 및 노동시장 개혁 등”

법인세 OECD국중 8번째로 높아...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21개국 인하

차등의결권, 신주인수선택권 등 경영권 방어수단 없어 외부공격에 취약

재계 요청한 과도한 상속세 부담, 모호한 환경·안전 규제 등도 개선 시급

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뉴시스 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뉴시스

21대 총선이 180석이라는 공룡여당의 탄생을 남기고 마무리됐다. 이제 정부와 여당은 ‘단독 개헌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만큼 국정운영 결과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책임을 지게 됐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경제를 되살릴 책임이 막중하다.


지난 15일 총선 직후 주요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21대 국회에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경제와 민생을 회복하고 한국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달라”고 요청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어려움에 처한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규제개혁, 노동시장 개혁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들이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견실한 경제발전과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무역협회는 “기업 혁신과 해외 경쟁력 강화의 토대를 마련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충고했다.


기업들이 정부·여당에 가장 원하는 것은 인위적인 시장 개입이 아니라 기업 활동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기업이 전면에 나서 경기를 부양하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는 후방 지원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인세 최고세율 한국만 역주행…금융위기 이전으로 환원해야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 법인세 인하다.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5.0%로 OECD 36개국 중 8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부터 미국 등 21개국이 법인세율 인하한 반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법인세를 22.0%에서 3.0%포인트 인상했다.


경쟁국들보다 높은 법인세 인하는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만큼 세율 인하와 최저한세제 폐지와 같은 세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재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법인세 인하 수준은 현재 OECD 36개국 평균치(2019년 기준 21.7%)와 비슷한 22%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많다.


기업들이 경영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경영권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주요선진국들은 차등의결권, 신주인수선택권, 황금주 가운데 적어도 1개 이상의 경영권방어수단이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으나 우리나라는 한 가지도 도입되지 않아 행동주의펀드 등의 공격에 대한 대응이 취약하다.


이에 따라 경영권 방어수단의 부재로 단기차익을 노리는 외부세력의 공격이 있을 경우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 등 단기적, 소모적 대응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투자 여력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주주총회 결의요건도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하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주총 출석 주식수 만을 기준으로 의결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의결정족수를 ‘출석의결권의 과반수,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보통결의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경제활력 제고와 고용·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경영계 건의’를 통해 국내 현실에 맞는 경영권 방어수단을 도입하고, 주주총회 결의요건 및 3%룰을 개선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기업의 영속성 보장 및 원활한 기업 승계를 지원하는 상속세제 개선도 재계의 요청 사항이다. 지난해 상속세제를 일부 손봤지만, 여전히 높은 세율과 까다로운 공제요건으로 인한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하고자 하는 의지를 저하시켜 국부 유출과 기업의 해외이전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경총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25%로 인하하고 상속세 공제요건도 완화하는 한편, 분납기간과 거치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호한 환경·안전 규제, 지나친 기업 책임 범위도 손 봐야


환경·안전 규제도 모호한 규정을 명확히 하고 과도하게 설정된 기업의 책임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도급인에게 시설 및 기계·설비에 대한 관리의무, 적격의 하청업체 선정의무, 하청에 대한 지도감독의무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도급인과 수급인 간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설정하지 않고 도급인의 의무와 처벌이 외양적으로만 강화된 상태다.


이는 도급규제의 실효성은 나타나지 않고 산업발전만 저해시키는 결과로 이어지는 만큼,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수급인과의 협력·조정 등 역할로 명확히 한정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규제 대상을 ‘연간 100kg 이상 제조·수입 기업’으로 규정하고 최대 47개의 시험자료를 환경부에 제출해 등록하도록 한 규정도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선진국에 비해 과도한 등록기준으로 인해 화학물질의 등록을 포기할 경우 이를 구매해 사용하는 공장에서의 생산중단이 초래되고 연계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국가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규제 대상이 연간 10t 이상, 유럽과 일본, 중국은 1t 이상임을 참고해 우리도 화평법 규제 대상 취급량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단기 처방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기업의 투자활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불필요하게 기업 발목을 잡는 후진적 제도와 선진국에 비해 과도한 규제들을 개선해 기업들이 경제 회복을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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