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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동아줄 된 연금보험…불완전판매 주의보


입력 2020.04.09 05:00 수정 2020.04.08 14:24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지난해 초회보험료 2조 돌파…1년 새 3000억 넘게 확대

출혈 경쟁 부작용 가시화…저금리 역풍에 고객 불만 우려

연금저축 불완전판매 비율 상위 10개 생명보험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연금저축 불완전판매 비율 상위 10개 생명보험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연간 연금보험 신규 판매 규모가 1년 새 3000억원 넘게 늘어나면서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가입자가 과포화 상태에 다다르며 더 이상 고객을 끌어 모으기 힘든 다른 상품들과 달리,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속 연금보험만큼은 수요가 끊이지 않으며 위기에 빠진 생명보험업계에 동아줄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소형 생보사들을 중심으로 불완전판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몰고 온 제로금리 역풍으로 기대 수익이 더욱 줄어들게 되면서 고객들의 불만은 점점 커져갈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생보사들이 연금보험에서 거둔 초회보험료는 2조97억원으로 전년(1조6776억원) 대비 19.8%(3321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를 일컫는 표현으로, 생보업계의 대표적 성장성 지표로 꼽힌다.


생보사 별로 보면 최대 사업자인 삼성생명의 연금보험 초회보험료가 같은 기간 7369억원에서 7953억원으로 7.9%(584억원) 증가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그 다음으로 AIA생명의 연금보험 초회보험료가 2382억원에서 3610억원으로 51.6%(1228억원) 급증하며 뒤를 이었다.


농협생명의 해당 금액은 2273억원에서 2157억원으로 5.1%(116억원) 줄었지만 여전히 연금보험 시장 3위 자리를 유지했다. 한화생명의 연금보험 초회보험료도 1909억원에서 2131억원으로 11.7%(222억원) 늘며 2000억원 대를 유지했다. 이밖에 교보생명(1995억원)·동양생명(772억원)·오렌지라이프생명(481억원)·ABL생명(275억원)·흥국생명(167억원)·IBK연금보험(163억원) 등이 연금보험 초회보험료 상위 10개 생보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연금보험의 성장세는 최근 생보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다른 상품들의 경우 한정된 국내 고객들을 둘러싸고 생보사들 간 뺏고 뺏기는 출혈경쟁이 이어지면서, 전체 시장은 정체 내지는 후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종신보험처럼 계약자가 사망했을 때 보험금을 지급하는 사망보험에서 생보업계가 거둔 초회보험료는 1조117억원에서 9989억원으로 1.3%(128억원) 감소하며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다. 사망과 생존 시 보장을 동시에 담은 생사혼합보험에서 생보사들이 기록한 초회보험료는 2조6405억원에서 2조6941억원으로 2.0%(536억원) 증가하는데 그치며 제자리걸음 수준에 머물렀다.


문제는 연금보험을 둘러싼 불완전판매 우려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불완전판매는 가입자에게 운용방법이나 위험도, 손실가능성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상품을 파는 행위를 뜻한다. 이 때문에 높은 불완전판매 비율은 통상 금융권에서 무리한 경쟁에 따른 부작용으로 풀이된다.


생보업계의 지난해 연금보험 관련 신계약 대비 불완전판매 비중은 0.22%로 전체 상품 평균(0.19%)을 웃돌았다. 상품별로 보면 종신보험(0.59%)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나머지 상품들에서의 불완전판매 비율은 ▲어린이보험 0.06% ▲암보험 0.10% ▲저축보험 0.07% ▲치명적 질병보험 0.20% 등으로 모두 연금보험보다 낮았다.


특히 비교적 회사 규모가 작은 생보사들의 연금보험에서 불완전판매가 잦은 것으로 분석됐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큰 대형사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무리한 영업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처브라이프와 KDB생명의 연금보험 불완전판매 비율은 각각 1.73%와 1.04%로 1%가 넘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과 ABL생명의 연금보험 불완전판매 비율도 각각 0.85%와 0.56%로 높은 편이었다. 또 오렌지라이프생명(0.46%)·농협생명(0.40%)·DGB생명(0.30%)·교보생명(0.30%)·흥국생명(0.26%)·KB생명(0.22%) 등의 연금보험 불완전판매 비율이 생보사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이런 와중 대형 생보사들이 연금보험에 매기는 이자율인 공시이율을 낮추고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은 더 커져가고 있다. 공시이율이 떨어지면 그 만큼 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만기 환급금이 줄어드는 대신 보험료만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번 달 삼성생명은 연금보험 적용 공시이율을 2.47%로 기존보다 0.03%포인트 내려 잡았다. 한화생명도 2.45%로, 교보생명 역시 0.35%로 각각 0.03%포인트씩 연금보험 공시이율을 하향 조정했다.


이는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갑작스레 기준금리가 0%대까지 추락하게 된 후폭풍이다. 유래 없는 제로금리 시대가 가시화하면서 보험사들로서는 가입자들을 상대로 한 지급 이자율을 예전만큼 책정해주기 어려운 입장이다. 한은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과 금융권의 불안이 커지자 지난 달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더 내린 0.75%로 운용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1%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근래 시장 여건에서 생보사들이 영업 확대를 꾀할 수 있는 분야는 현실적으로 연금보험을 주축으로 한 노후 소득 연계 상품뿐"이라며 "다만, 과잉 경쟁은 불완전판매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고객과 보험사에 모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철저한 영업 현장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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