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코로나19] 아이들 없는 학교급식…업체 줄도산 공포, 현실화 될라


입력 2020.04.02 06:00 수정 2020.04.01 22:17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영세 급식업체, 전례없는 경영난 체감에 폐업 고려까지

급식 대기업, 자금 순환 장기화 우려…매출 감소 불가피

친환경 농수산 업체, 정부 주도 소비 진작 등 피해 덜한 편

"급식비 선지급 후납품 등 대안 절실"

부산시교육청은 일선 학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장기간 연기되자 학생들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은 전포초등학교에 내걸린 현수막.ⓒ뉴시스 부산시교육청은 일선 학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장기간 연기되자 학생들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은 전포초등학교에 내걸린 현수막.ⓒ뉴시스

정부가 초·중·고교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등교가 무기한 연기됐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지만 가뜩이나 '제로매출'의 어려움을 겪고 있던 학교급식 식자재 납품 업체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오는 6일로 예정됐던 등교 개학을 또다시 연기해 9일부터 각 학년별 순차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일이 연기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인데다 사상 첫 신학기 ‘온라인 개학’이 현실화됐다.


정부가 등교 개학을 또 연기한 것은 최근 국내 확진자가 감소 추세이긴 하지만 해외 입국 감염자와 소규모 집단감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위기 경보 ‘심각’ 단계에서 등교 개학을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전문가들과 학부모들의 의견도 반영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이 추가 연기되자 학교급식업계가 직격탄을 맞아 '개점휴업' 상태다. 18일 오후 경기 화성시 봉담읍 화성푸드통합지원센타에 각급학교의 급식용으로 공급할 운반용 카트가 텅텅 비어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이 추가 연기되자 학교급식업계가 직격탄을 맞아 '개점휴업' 상태다. 18일 오후 경기 화성시 봉담읍 화성푸드통합지원센타에 각급학교의 급식용으로 공급할 운반용 카트가 텅텅 비어 있다. ⓒ뉴시스
◇중소기업 영세소상공인 매출 피해 누적…급기야 청와대 청원까지


하지만 각급 학교에 급식 식자재 등을 납품하는 업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3월은 입학과 개학 등 학기가 새롭게 시작되는 만큼 육류와 농산물 소비가 늘어나는 시기다.


급식업체들은 방학이라는 긴 보릿고개에 이어 코로나19라는 복병까지 만나 전례없는 경영난을 체감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폐업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매출 피해가 누적되면서 업체들의 줄도산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왔다.


특히 가공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 협력업체들은 물론 연간 계약으로 신선한 식재료를 제공하는 농업법인의 상황은 끔찍하다.


중소업체들은 치르지 못한 식자재 대금이 산더미처럼 불어났고,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감당하지 못해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다. 농업법인들은 대체납품처를 미처 구하지 못해 임시휴업을 선택했고, 재고를 쌓아 놓을 수 없는 신선 식자재 특성상 확보해 뒀던 재료들을 폐기하는 경우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대기업 역시 발을 동동구르고 있긴 마찬가지다. 학교 급식에 투입되는 가공식품 매출이 0원을 지속하고 있는데다 급식업체에 선지급한 가공식품 자금 회수도 어려워지면서 사태 장기화에 따른 내상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급식 산업군은 학교와 지역 농가, 지역 급식업체, 그리고 대기업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굴러가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따른 피해 범위는 생각보다 넓을 것으로 우려된다.


급기야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교급식업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청원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을 통해 소득없이 비용만 눈덜이처럼 불어나는 업계 실정을 낱낱이 열거했다.


청원자는 “만약 개학연기를 미리 한 달이나 두 달 정해놓았다면 적어도 경비를 일정 부분 절약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급식업체는 계속 준비만 하다가 시간을 흘려보내게 된다”고 지적했다. 30일 시작된 청와대청원은 1일 오전 10시 기준 3일만에 서명인원 1만명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급식예산의 ‘선지급 후납품’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청원자는 “정부에서 지원대책을 마련했지만, 결국에는 빚을 내서 버티라는게 대책이다. 그렇다고 대출이 쉽지도 않다”며 “어차피 급식을 주업으로 하는 사람들인 만큼 믿고 3월 급식비 선지급 후납품도 고려해달라”고 건의했다.


서울의 한 기업 구내식당에서 영양사가 메뉴에 대한 고객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아워홈 서울의 한 기업 구내식당에서 영양사가 메뉴에 대한 고객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아워홈
◇대기업, 자금 회수 어려워…1분기 실적 악화 ‘현실화’


CJ프레시웨이, 아워홈 등 B2B(기업간거래) 급식업체들도 매출 감소 피해를 보고 있다. 개학을 하면 지역 협력업체에 가공식품을 연결해 주는데, 개학 연기로 학교 급식으로 빠지는 가공상품 매출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협력업체의 자금 회수 등의 문제 역시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다만, 대기업의 경우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급식으로부터 얻는 피해는 협력업체에 비해 덜하다는 입장이다.


종사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납품이 불가해지면 식자재를 당사 물류센터에 잔류시킨다. 이어 공급사 회수가 가능한 상품인지 확인하고 가능하면 회수하고, 불가한 상품들은 활용이 가능한 다른 점포로 돌린다. 공급사 회수 및 점포 활용도 불가할 경우 전량 폐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아워홈은 어린이집 및 학교 채널 매출 비중이 낮아 감소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매출 감소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어린이집 학교 채널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약 6% 수준인데, 코로나의 영향으로 약 30% 매출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CJ프레시웨이와 같은 관련 점유율이 높은 기업의 경우 상황이 또 다르다. 삼성증권은 CJ프레시웨이의 경우 올해 급식사업 매출액 추정치를 기존 5150억원에서 5040억원으로 100억원 이상 낮췄다. 관계자 또한 장기화에 따른 손실을 우려한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이들 B2B 기업은 재택근무로 인한 기업 단체급식 수요 감소와, 방문객이 줄어든 대학병원 식당 관련 감소가 두드러지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은 공항 및 고속도로 휴게소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식음료를 제공하는 컨세션 사업 등도 함께 전개한다.


실적 악화는 현실로 드러날 예정이다. 업계 1위 CJ프레시웨이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보다 51% 감소한 32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적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번가가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전국 초·중·고교 개학연기에 따른 급식 중단으로 판로가 막힌 친환경농산물의 유통을 돕는다. 사진은 급식납품 친환경 농산물. ⓒ11번가 11번가가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전국 초·중·고교 개학연기에 따른 급식 중단으로 판로가 막힌 친환경농산물의 유통을 돕는다. 사진은 급식납품 친환경 농산물. ⓒ11번가
◇자구책은?…정부, 친환경 농가는 일단 구원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확산을 맞기 위해 정부는 농가 피해 방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학교 급식 등에 납품하는 농작물을 재배하는 친환경 농가 피해가 커지고 있다. 가공식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장성이 낮은 탓에 소비가 뒤따르지 않으면 작물을 그대로 폐기해야 한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학교 급식이 중단돼 판로가 막히고 가격이 하락하는 등 어려움이 커질 것을 우려해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판로지원센터 운영 등을 통해 농산물 폐기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1개월간 피해 예상 물량 전량 판매를 지원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개학 연기로 발생되는 피해는 51개 품목 406톤에 이른다. 특히 봄철에 생산되고 저장성이 떨어지는 엽채류와 과채류 173톤은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체들도 농가를 돕기위해 두 팔을 걷어 붙였다. 롯데마트나 이마트 등 대형마트와, 11번가 및 티몬 등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랑 손잡고 소비진작 세일에 나서고 있다.


식자재 대기업 유통업체 역시 행동에 나섰다. 온라인 쇼핑 등 B2C(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 시장을 통해 가정간편식(HMR) 판매량을 늘리는데 주력하면서 오프라인 매출 감소를 줄이고자 애쓰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 농가와는 다르게 급식 산업군의 대기업은 물론, 중소협력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 등이 뒤따라주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인위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고, 뾰족한 자구안 마련도 어렵다”면서 “어쨌든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고 사회가 정상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공삭품의 경우 유통기한이 길다는 점이다. 재고로 갖고 있다가 풀면 되는데, 문제는 자금 회전이 안된다는 것이다”며 “물건을 팔고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그런게 전혀 되고 있지 않다. 협력업체도 힘들고 대기업 입장에서도 받아야 할 돈이 누적돼면 고스란히 손실로 반영이 돼 그야말로 악순환인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