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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올림픽 포기’ NBC 입김 결정적?


입력 2020.04.01 13:21 수정 2020.04.02 14:17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IOC, 최대 고객 NBC 눈치 보며 여름 개최 확정한 듯

"선수들 건강과 안전 보다 역시 '돈'에 따라 결정" 비판

2020 도쿄올림픽은 살인적 폭염 속에 개최된다. ⓒ 뉴시스 2020 도쿄올림픽은 살인적 폭염 속에 개최된다. ⓒ 뉴시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이 집어삼킨 ‘2020 도쿄올림픽’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이 아닌 살인적 폭염으로 악명 높은 도쿄의 여름으로 연기된 배경에는 미국 NBC 입김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 언론들은 “도쿄올림픽 개막이 2021년 7월23일(폐막 8월8일)로 확정된 배경에는 올림픽 주관방송사 미국 NBC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당초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내년 5월에 개최안을 제시했다(7월 개최안도 제시).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이 우려되는 살인적 혹서기를 피할 수 있고, 일본의 상징과도 같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시기라는 점을 고려한 제시안이다. 일부 종목의 국제연맹도 도쿄의 살인적 무더위를 피해 봄에 개최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일본은 코로나19의 종식 시점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고, 대학생들이 주를 이룰 자원봉사자(약 8만 명)를 모집하는데도 방학기간인 7~8월이 수월하다는 점 등 기존의 틀을 깨지 않는 일정상의 이유를 들어 7월 개최를 유도했다. 연기에 따른 추가비용(약 7조 원)도 다소 줄일 수 있는 일정이다.


IOC도 일본의 입장을 수용해 내년 7월 개최에 합의한 뒤 확정 발표했다. IOC는 개막 확정일을 발표하면서 선수와 올림픽에 관련된 모든 사람의 건강 보호를 언급했다.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봄이 아닌 살인적 혹서기에 개최하는데 건강과 안전을 운운했기 때문이다.


결국, 돈 문제에 부딪혀 여름 개최를 택한 셈이다. 일본의 입장도 반영을 했지만, IOC 결정 배경에는 주관방송사 NBC가 크게 자리한다. IOC의 올림픽 수익금이 약 7조 1000억 원에 달하는데 그 가운데 70% 이상이 방송 중계권 수입이다. TV 중계권 수입 중 절반 이상을 미국 NBC가 지불한다. IOC로서는 NBC가 최대 고객이다.


2011년 NBC는 2020년까지의 중계권료로 IOC에 43억8000만 달러(5조4500억 원)를 지불했고, 2014년에는 77억5000만 달러(9조6500억 원)를 추가해 2032년까지로 계약을 연장했다.


최대 고객 NBC가 가장 희망하는 시기인 여름(7~8월)에도 미국 프로야구(MLB)가 열리지만, 프로농구(NBA)-미식축구(NFL)-프로아이스하키(NHL)는 쉰다. 미국에서 올림픽이 가장 주목받을 수 있는 시기다. 올림픽이 연기되는 것만으로도 경제·경영 면에서 큰 타격을 입은 NBC로서는 시청률이 분산돼 TV 광고단가가 떨어지는 시기를 피하고 싶었다.


2021년 여름 개최되는 2020 도쿄올림픽. ⓒ 뉴시스 2021년 여름 개최되는 2020 도쿄올림픽. ⓒ 뉴시스

IOC가 개최 일정을 발표하면서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했던 말은 또 거짓으로 느껴지게 됐다. 즉, 선수 퍼스트라면 내릴 수 없는 결정이다. 올림픽이 열릴 7월말부터 8월 초까지 도쿄의 평균기온은 무려 32.9도(2019년 기준)에 달했다. 사망자도 속출하고 수천 명이 병원으로 실려 가면서 국가 재난사태를 선포할 정도였다.


후쿠시마 원전발 방사능 우려 속에 개최지 선정 때부터 말이 많았던 도쿄올림픽은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서 시작되는 성화봉송 코스와 경기일정 수립, 선수단에 후쿠시마산 쌀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으로 국제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숱한 논란과 우려에도 강행 기조를 타고 나아가던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나 멈춰 섰다. 올림픽 역사상 사상 초유의 ‘연기’ 사태를 마주한 도쿄올림픽은 연기 시기를 놓고도 도마에 올랐다. 아베 총리의 “관객과 함께 감동을 느끼는 올림픽을 열겠다”는 말이 진심인지 의구심마저 든다. ‘부흥 재건’ 메시지 알리기에만 혈안이 됐던 일본의 도쿄올림픽이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열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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