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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새 사령탑 “위기돌파 특명”...관리형 리더십 급부상


입력 2020.04.01 05:00 수정 2020.04.01 05:48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현대차·대신·신한금투·IBK, 재무·리스크관리 등 ‘위기극복’ 전문가 CEO 발탁

30년 재경 담당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경험까지...“자본시장 새 국면 적응해야”

왼쪽부터 최병철 현대차증권 대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 서병기 IBK투자증권 대표ⓒ각 사 왼쪽부터 최병철 현대차증권 대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 서병기 IBK투자증권 대표ⓒ각 사

어려운 경영 환경에 직면한 증권사들이 사령탑 교체라는 극약 처방에 나서고 있다. 불안정한 금융시장에 대응하고 라임 사태로 흔들린 고객 신뢰를 되찾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증권사들은 재무·리스크관리, 기업금융(IB) 역량이 높은 전문가들을 새 수장으로 내세웠다. 이들의 위기돌파 능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큰 변화가 예상되는 자본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새로 선임한 곳은 현대차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IBK투자증권 등이다.


현대차증권의 경우 이용배 전 대표에 이어 또다른 재무통인 최병철 대표를 선임해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앞서 이용배 전 대표는 임기가 만료된 지난해 연말 현대로템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최병철 현대차 재경본부 부사장이 지난 19일 정기 주총을 통해 현대차증권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최병철 대표는 1987년 현대정공에 입사해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 현대자동차 재경본부장 등을 거쳤다. 30여간 주로 재경 본부에 몸담아오며 재무 분야 전문성과 금융시장 네트워크를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증권업계 경험은 없지만 이용배 전 대표도 증권업 경력 없이 현대차증권의 실적개선을 이끌어냈다. 현대차증권은 이번에도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고 내실경영을 주도할 수 있는 최 대표를 새 얼굴로 발탁했다.


대신증권도 재무·리스크관리 등의 분야를 두루 거친 오익근 대표를 새 수장으로 선임했다.


오익근 대표는 대신금융그룹에서 32년간 근무한 정통 ‘대신맨’이다. 1987년 대신증권 공채로 입사해 지점영업부터 마케팅, 인사, 재무관리, 리스크관리, IB 등 증권업 전 부문에서 경험을 쌓았다. 2013년부터는 5년간 대신저축은행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오 대표는 이 기간 대신저축은행을 업계 10위권 우량 저축은행으로 성장시켜 능력을 입증 받았다.


오 대표는 나재철 현 금투협회장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당면 과제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추락한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주요 현안으로 꼽힌다.


신한금융투자는 신임 대표이사로 이영창 전 대우증권 부사장을 선임했다. 김병철 전 대표는 라임 사태와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손실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작년 3월 취임 이후 1년 만이다.


이영창 대표는 1988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20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획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을 맡아 험로를 극복하는 지원 능력을 보여줬다. 서을 도곡동지점장 시절에는 꼴찌지점을 전국 1등으로 만들었고 딜링룸 부장을 지낼 때는 국내주식형 펀드 운용 수익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자본시장 전문가이면서 역시 위기에 강한 인사라는 게 업계 전반적인 평가다.


이 대표도 라임사태에 따른 회사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이 대표는 “중요한 시기에 사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신한금융투자가 이른 시일 안에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IBK 투자증권은 ‘경쟁사 임원 발탁’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냈다. IBK투자증권은 서병기 전 신영증권 IB부문 총괄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IBK투자증권은 공모를 통해 IB 분야 전문성을 가졌으며 리스크관리자 등을 역임한 서 사장을 발탁했다. 서 대표는 외환은행과 한국투자공사(KIC)를 거쳐 신영증권에서 리스크관리본부장, 자산관리(WM)부문장을 지냈고 2018년부터 신영증권 IB 총괄부사장으로 일했다.


유안타와 교보증권은 대표이사 체제를 변경했다. 유안타증권은 서명석·궈밍쩡 각자 대표체제에서 궈밍쩡 단독 대표체제로 바꿨다. 교보증권은 김해준 대표이사 체제에서 박봉권 전 교보생명 자산운용총괄 담당 부사장을 영입해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박봉권 사장은 1990년부터 교보생명에서 주식·채권 운용 업무를 맡았고 2003년부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7년 정도 일했다.


새 CEO들은 코로나19 사태라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서 회사 경영 바톤을 이어받았다. 시장 혼돈이 길어지면서 이들 최대 장기인 위기 돌파 능력이 발휘될 것으로 증권사들은 기대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시장 전반이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돼 누구보다도 빠른 적응력이 요구된다. 또 장기적으로는 자본 투자형 증권사가 여전히 증권업을 이끌어 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향후 치열한 IB 경쟁도 예상된다.


정준섭 NH투자증건 연구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증권업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은 여전히 자본 투자형 모델일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탄탄한 자본력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은 증권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증권업은 은행·보험업에 비해 언제나 시대의 변화에 가장 빠르게 적응해 왔다”고 분석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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