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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간 거리 2m' 공연계 반발하자 서울시 '사과'


입력 2020.03.31 14:43 수정 2020.04.02 16:33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서울시 '공연장 잠시멈춤' 공문 통해 휴관 유도

대학로 공연 포기-반발 확산에 대책 논의

코로나19 방지를 위해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코로나19 방지를 위해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 뉴시스

'관객 간 거리 2m 유지' 서울시 지침에 공연계가 반발하자, 서울시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지난 26일 서울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한 공연장 잠시멈춤 및 감염예방수칙 엄수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공연장에 보냈다.


서울시는 공문을 통해 "최근 일부 소극장에서 휴관하지 않고 예정대로 공연 진행을 강행함에 따라 밀폐된 공간, 좁은 객석 간격 등 공연장 특성으로 인해 코로나19 집담감염 및 지역사회 확산이 심히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연장 잠시멈춤' 캠페인 동참을 호소하고, 휴관이 어려운 공연장은 6대 감염 예방 수칙을 엄수하라고 주문했다.


서울시가 제시한 6가지 감염 예방 수칙에는 △ 입장 전 발열, 기침, 인후염 등 증상 유무 및 최근 해외방문 여부 확인 △ 공연장 내 손소독제 비치 △ 공연 관람 중 관람객 대상 마스크 착용 독려 △ 공연 시 관객간, 객석 및 무대간 거리 2m 유지 △ 공연 전후 공연장 소독 실시 △ 공연 관람객 명단 작성 등이 포함돼 있다.


뿐만 아니라 "공연 강행으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확진자 및 접촉자들에 대한 진단과 진료, 방역 등의 비용에 대해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이 가운데 논란이 되는 건 공연 시 관객간 2m 거리 유지 항목이다. 다른 항목의 경우 이미 공연장 및 제작사들이 자발적으로 지켜온 수칙이거나, 실행 가능한 수칙이지만 관객 간 거리 2m를 유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한 좌석당 불과 50cm 남짓한 소극장 공연장의 경우 관객들을 2m 떨어져 앉게 한다면, 전체 객석의 4분의 3가량을 비워두고 공연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시의 공문이 지나치게 강압적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극단Y 측은 공식 SNS를 통해 "협박성 짙은 이런 공문은 모든 생계와 일상을 멈추라는 지시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 수 있습니까?"라며 "수많은 공연예술인들에게, 소극장들에게, 그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리는 협박을 그만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공연 관계자는 "소극장으로 한정 지어 문제 삼은 것도 문제고, 강행이라는 표현도 지나쳤다"며 "차라리 정부가 모든 공연 중단을 권고하고 지원책을 제시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공연 취소도 잇따랐다. 4월 19일까지 공연 예정이던 뮤지컬 '빨래'는 남은 공연 일정을 포기했다. 제작사 측은 "소극장 공연의 특성상 감염 예방 수칙 중 '4. 공연 시 관객 간, 객석 및 무대 간 거리 2m 유지'를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취소 이유를 밝혔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측도 30일로 예정했던 마지막 티켓오픈을 연기하고 "공연장 운영에 대한 다방면의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해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본 후 정부 시책에 맞게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반발이 커지자 서울시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30일 대학로 공연장 및 제작사 관계자들을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대책을 논의했으며, 일부 오해가 빚어진 부분에 대해서도 사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논의된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문 하나로 빚어진 파장과 후유증을 완전히 해소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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