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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 대 빅딜' 푸르덴셜생명 인수전 본궤도


입력 2020.03.20 09:09 수정 2020.03.20 09:09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KB금융 비롯해 대형 사모펀드 줄줄이 출사표

'간접 참여' 우리금융 복병…매각 가격 '촉각'

푸르덴셜생명을 품기 위한 금융사들 사이의 인수전이 본궤도에 올랐다.ⓒ푸르덴셜생명 푸르덴셜생명을 품기 위한 금융사들 사이의 인수전이 본궤도에 올랐다.ⓒ푸르덴셜생명

푸르덴셜생명을 품기 위한 금융사들 사이의 인수전이 본궤도에 올랐다. 생명보험 사업 강화를 위해 일찌감치 참여 의사를 밝혔던 KB금융그룹에 시선이 쏠리는 와중, 지주 출범 이후 비(非)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골몰하고 있는 우리금융그룹도 간접적으로 레이스에 참여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아울러 대형 사모펀드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내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2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인수 가격을 둘러싸고 복잡한 셈법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 인수합병(M&A)의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전날 마감한 본입찰에 참여한 곳들은 KB금융을 비롯해 대형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여전히 입찰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향후 참여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매각주관사 측은 이날 본입찰 마감 이후에도 참여 기회를 열어둔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이미 KB생명보험을 계열사로 두고 있지만 꾸준히 생명보험 부분 보강을 노려 왔다. KB생명이 보유한 자산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10조453억원으로 아직 국내 24개 생명보험사들 중 17위에 해당하는 소형사다. 이에 KB금융은 최근 잇달아 후순위채와 영구채를 발행하며 7000억원의 실탄을 새로 조달,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대비해 왔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인수 시 신한금융그룹으로부터의 리딩금융 탈환도 노릴 수 있다. KB금융그룹의 지난해 순이익은 3조3118억원으로, 신한금융(3조4035억원)에 비해 900억원 가량 뒤지며 금융그룹들 중 2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3분기까지만 146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단순 합계로만 보면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할 경우 순이익에서 신한금융을 제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항마인 사모펀드들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는 평이다. 금융권에서는 가장 높은 매각가를 제시할 수 있는 후보로 국내 1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거론된다. 그 만큼 자금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한앤컴퍼니는 얼마 전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탈락한 설욕전을 치르기 위해 칼을 갈아 왔다.


IMM PE는 의외의 복병으로 꼽힌다. 우리금융이 지주사 과점주주 중 한 곳인 IMM PE에 자금을 대는 방식으로 인수전에 뛰어들기로 하면서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모양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초 지주사 전환 이후 비은행 사업 보강에 힘을 쏟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은 인수금융 형태지이만 앞으로 푸르덴셜생명 M&A에서 전면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롯데카드 인수전에서도 당시 우리은행을 통해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본입찰에 등장, 최종 인수를 거머쥔 바 있다.


결국 관건은 이들이 푸르덴셜생명에 얼마의 가격을 책정했느냐다. 푸르덴셜생명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적인 자본력이다. 푸르덴셜생명의 지급여력(RBC)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15%로 보험업계 1위다. RBC 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숫자로, 보험사의 자산 건전성을 평가하는 대표 지표다. 푸르덴셜생명의 자산은 20조1938억원으로 생보업계 11위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푸르덴셜생명의 매각가를 2조원 안팎으로 점치고 있다. 앞서 신한금융이 자산 규모 32조8414억원의 오렌지라이프를 사들이는데 투입한 자금이 3조3000억원 가량이었음을 감안한 가격이다. 반면 예비입찰 단계에서 푸르덴셜생명 측이 원한 기업 가치는 3조원 이상으로, 시장의 시각과 상당한 격차를 드러냈다.


문제는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면서 보험사 경영 여건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들로부터 받은 돈을 잘 굴려 다시 이를 보험금으로 지급하고 남은 수익을 거둬들여야 하는 보험사의 사업 구조 상 낮아진 시장 금리는 투자 수익률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에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여파가 확산되자 각국 중앙은행들은 경쟁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정책금리를 0.00~0.25%까지 내리며 사실상 제로 금리 모드에 들어간데 이어, 한국은행 기준금리 역시 이번 달 0.75%까지 낮아지며 사상 처음으로 0%대에 진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이 분명 남다른 메리트를 갖고 있는 매물"이라면서도 "악재가 쌓이고 있는 보험업계의 경영 여건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오버페이가 나오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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