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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정부세종청사는 '발열 체크중' …코로나19 집단감염 ‘뒤숭숭’


입력 2020.03.13 09:00 수정 2020.03.13 08:44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18명 확진자 나온 해수부는 초비상, 본부 직원 전원 검진 중

해수부와 같은 층 근무 타 부처 공무원들, 두렵지만 정상근무

점심은 도시락·행정공백은 원격근무로 대신, 청사도 마스크 대란


정부세종청사 내 코로나19 확진 전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 사이 연결브리지에 내건 걸개그림 ‘힘내라 대구 경북 힘내라 대한민국’이라며 코로나19 위기극복을 독려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부세종청사 내 코로나19 확진 전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 사이 연결브리지에 내건 걸개그림 ‘힘내라 대구 경북 힘내라 대한민국’이라며 코로나19 위기극복을 독려하고 있다. ⓒ데일리안

국가 1급 보안건물이자 행정의 집결지인 정부세종청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사례가 줄줄이 나오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세종청사에서 현재 근무 중인 공무원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는 12일 기준 모두 21명으로 확인됐다. 외청인 인사혁신처과 대통령기록관에서도 각각 1명씩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 7일 세종청사 10동에 근무하는 보건복지부 직원 1명이 확진된 것을 시작으로 10일에는 해양수산부에서 1명이 양성으로 확인됐다. 이어 11일 해수부에서 부부공무원을 포함해 4명이, 교육부에서 1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12일에는 해수부에서만 13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고 국가보훈처 직원 1명도 양성 판정을 받자, 청사 근무자들 사이에서는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특히 3일 사이에 18명의 확진자가 나온 해수부가 위치한 청사 건물인 5동은 더욱 긴장감이 돌았다.


발열체크 카메라 가동·게이트 안면인식은 해제, 4층·옥상·연결통로 모두 폐쇄돼


12일 오후, 이틀간의 광범위한 방역과 소독을 마친 5동을 들어서자 발열을 체크하는 카메라가 체온을 감지했고 청사 게이트마다 설치된 출입 통과장치인 안면인식시스템 앞에 서니 예전과는 달리 ‘얼굴인식 사용 중지’라는 안내문구가 떴다.


‘마스크를 벗지 말고 착용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출입카드를 터치하자 문이 열렸고 엘리베이터도 가동됐다. 단, 5동의 코로나19 진원지로 알려진 4층과 함께 옥상은 운행을 중지한다는 정부청사관리본부의 안내문이 승강기 안팎으로 붙어 있었다.


해양수산부가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5동 입구 ⓒ데일리안 해양수산부가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5동 입구 ⓒ데일리안

통제된 4층 대신 3층으로 올라가자 일주일 전과는 다르게 근무자들이 실내에서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이동하고 있었다. 점심시간 이후 복도에는 단체로 주문한 듯 도시락 패키지가 눈이 띈다.


운영 중이었던 5동 구내식당이 10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폐쇄됐고 근무자들은 혹시나 모를 감염 불안감에 식사를 자체 해결하거나 도시락 주문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현재 해수부는 5동의 4~6층까지 3개 층을 사용하고 있는데, 4층을 사용하는 수산정책실과 해운물류국, 대변인실에서만 확진자가 나오면서 4층 근무 직원들은 자택 대기를, 다른 2개 층 직원들은 부서장의 판단 하에 필수 인력이 근무하는 상태다.


이날 청사에서 만난 해수부 관계자는 “전체 인원의 3분의 1가량이 출근해 업무를 이어가는 중”이라며 자택근무의 경우 청사 밖에서는 업무 관련 정보를 사용할 수 없는 보안시스템으로 인해 행안부의 정부원격근무서비스(GVPN)를 통한 원격접속으로 최소한의 행정공백을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에 이어 코로나라니, 왜 안 좋은 일만…빨리 벗어나기만 바랄 뿐”


또 해수부의 첫 확진자의 감염경로가 뚜렷이 밝혀지지 않는 등 오리무중에 빠진 상황에서 연이어 양성반응이 나오자 세종시의 권유로 해수부 본부 전체직원이 순차적으로 검진을 받고 있다고도 전했다.


검진은 세종시 방역당국의 역량이 한계가 있어 세종시 보건소와 청주의 선별진료소, 오송의 ‘드라이빙 스루’로 나눠 실시 중이며, 본부 직원 600여 명 중 200명이 넘는 직원이 검진을 마쳤지만 나머지 직원들과 접촉자들의 검사가 진행 중으로 확진자는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에 한 해수부 직원은 “(해수부가)긴 세월호 참사 여파에서 벗어나나 했더니 코로나19로 다시 안 좋은 상황이 됐다. 빨리 정상화되기만 기도할 뿐”이라며 심경을 토로했다.


결국 잇단 확진사태에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이날 SNS를 통해 “해수부를 책임지고 있는 장관으로서 현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판단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역사회의 불안과 우려를 야기하고 있는 점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문 장관은 직원들에게는 사적인 모임과 불요불급한 외출의 자제 등을 주문하면서도 “연이은 확진자 발생은 매우 아픈 일이기는 하나 극복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누구를 탓하거나 자책하기 보다는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위기를 극복하는데 힘을 보태자”면서 독려하기도 했다.


발열 체크 중인 5동 게이트 ⓒ데일리안 발열 체크 중인 5동 게이트 ⓒ데일리안

구조상 길게 늘어선 세종청사는 평상시 옥상과 4층의 연결통로를 통해 타 부처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7일 보건복지부 직원의 확진 이후 청사 전체의 연결통로도 폐쇄됐다. 늦은 감은 있지만 그나마 잘한 일이라고 꼽히는 조치 중 하나다.


때문에 타 부처로의 이동은 1층 게이트로 다시 나가 해당 동으로 이동한 후 다시 게이트로 통과해야만 했다.


아직까지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부처는 비교적 차분했으며, 곳곳에서 방역의 흔적과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해 지하주차장의 시용시간을 통제한다는 알림문구가 게시됐다.


하지만 타 부처에서도 감염 전파에 대한 불안감과 불편함은 터져 나왔다.


국토교통부의 한 공무원은 “5동의 해수부가 사용하는 3개 층에는 타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토부도 같은 층을 쓰며 시설물을 공유하고 있는데, 해수부에서만 다수 확진자가 나왔다고 해서 검진과 축소근무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재택근무하려면 개인 휴가를 쓰는 방법밖에 없다”며 막연한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실제 일시 폐쇄된 공간인 문제의 5동 4층은 해수부와 농식품부가 나눠서 업무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간단한 통제선만 두르고 농식품부는 정상 근무를 하고 있다. 물론 방역은 지속적으로 한다지만 자신도 모르게 남아있을 수 있는 전파원과의 차단은 요원한 상태다.


“줄은 길고 마스크는 턱없이 부족하고…약사로서 감당하기 힘든 상황”


‘마스크 품절, 제발 약국에 문의 자체 부탁드린다’는 정부세종청사 내 약국과 청사 인근의 한 약국 게시물 ⓒ데일리안 ‘마스크 품절, 제발 약국에 문의 자체 부탁드린다’는 정부세종청사 내 약국과 청사 인근의 한 약국 게시물 ⓒ데일리안

또한 코로나19 확산세로 연일 지속되는 마스크 대란이 세종청사에서도 재연됐다.


세종1청사 안에 약국은 단 1곳으로, 약사에 따르면 공적마스크 판매를 기다리는 긴 줄이 첫날부터 계속됐다는 것이다.


판매 첫날은 50매 수량만 배분 받아 순식간에 동났고 이후 물량이 늘어 200매 가량이 입고되지만 청사 내 1만5000명이 상주하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는 공급이라는 지적이다.


약국 관계자는 “그 보다 더한 것은 마스크 관련 전화 문의와 늘어선 줄, 구매자들과의 언쟁, 시스템 오류 등으로 요 며칠 너무 힘들어 지쳤다”면서 “생각 같아서는 마스크 판매를 안 하고 포기하고 싶은데 청사 내 상황이 좋지 않아 그러지도 못하고 어찌할 줄을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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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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