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차기 우리은행장 선정 '디데이'…2파전 압축


입력 2020.02.11 06:00 수정 2020.02.10 21:15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지주 출범 후 첫 행장 윤곽…손태승 회장과 역학 관계 주목

김정기 부행장 유력 구도에서 권광석 대표 다크호스 급부상

우리금융그룹이 11일 그룹임원추천위원회 회의를 열고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단독 후보를 선정한다.ⓒ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이 11일 그룹임원추천위원회 회의를 열고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단독 후보를 선정한다.ⓒ우리금융그룹

차기 우리은행장이 가려질 디데이가 밝았다. 우리금융그룹이 지주 체제로 재출범한 후 분리된 행장 자리의 첫 주인공이 되는데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파트너가 될 인사가 정해진다는 점에서 시선이 쏠리는 모습이다. 당초 김정기 집행부행장이 유력하게 점쳐졌으나, 막판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가 급부상하면서 우리은행장을 둘러싼 경쟁은 2파전 양상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11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그룹임원추천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단독 후보를 선정할 계획이다. 임추위는 현재 우리은행장 쇼트리스트에 오른 후보자들에 대한 면접까지 진행해 둔 상태다. 대상자는 김 집행부행장과 권 대표를 비롯해 이동연 우리FIS 대표까지 총 세 명이다.


이번 경쟁 레이스에 우리은행은 물론 금융권 전체의 관심이 모이는 이유는 우선 우리금융이 지주로 시스템을 개편한 이후 처음으로 선임되는 우리은행장이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월 우리은행에서 지주로 지배구조를 전환한 후 손 회장이 행장 직을 겸직해 왔다. 그리고 최근 손 회장이 우리은행장 직을 분리하기로 하면서 본격적인 행장 선정 절차가 진행됐다.


아울러 손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연임이 불가한 중징계를 받은 상황에서 진행되는 인선이라는 점은 이번 우리은행장의 향배가 한층 주목을 받는 배경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달 30일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책임의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를 의결했다. 이 때문에 원래 지난 달 말 새 행장을 내정할 방침이었던 우리금융 임추위는 일정을 미뤄 오늘 다시 최종 선정 작업을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사 임원은 원칙적으로 연임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우리금융 이사회가 최근 금융당국의 최종 제재가 나올 때까지 손 회장 체제를 지속하기로 결정, 사실상 연임 강행 의지를 밝히며 금융당국과 맞서는 형국이 됐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말 열린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일찌감치 손 회장을 임기 3년의 차기 최고경영자 후보로 단독 추천한 바 있다. 손 회장은 최악의 경우 소송전을 벌이더라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 금융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구도 탓에 차기 우리은행장 선정에 있어 손 회장과의 관계는 최대 관전 포인트로 부각되고 있다. 손 회장이 위기에 빠진 와중 앞으로 그룹 수장과 가장 긴밀히 호흡을 맞춰야 할 우리은행장을 낙점하는 형국이 되면서, 연임 의지를 더욱 분명히 하는 제스처로 풀이될 수 있어서다.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뉴시스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뉴시스

당초 김 집행부행장이 차기 행장으로 유력하게 점쳐지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집행부행장은 손 회장 임기 동안 우리은행의 대외협력단·업무지원그룹 상무를 거쳐 부행장으로 승진하며 상당 기간 손 회장과 호흡을 함께 해온 인물로 평가된다.


하지만 권 대표가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면서 경쟁은 안갯속에 들어선 분위기다. 특히 우리금융의 과점주주 중 한 곳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권 대표에 우호적인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아울러 권 대표도 우리은행 IB그룹 겸 대외협력단 집행부행장과 우리PE 대표 등 과거 우리금융에서 주요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또 김 집행부행장과 권 대표가 나란히 상업은행 출신이란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과거부터 우리은행장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이 번갈아 맡아왔는데, 손 회장이 한일은행 출신인 만큼 행장에는 상업은행 인사로 균형을 맞추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런 정무적 여건을 제외해더라도, 신임 우리은행장의 향후 행보에 있어 그룹 회장과의 관계는 안팎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직 지주 체제로 출범한지 채 1년이 안 된 만큼 우리금융의 사업 포트폴리오 대부분은 아직 은행에 쏠려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그룹 회장과 은행장 사이에 더욱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평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장 인선이 손 회장의 연임 행보와 밀접히 연관되면서 최종 후보의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때보다 그룹 회장과의 역학 관계에 눈이 쏠리는 행장 인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