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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 부동산펀드 과열 징후···금융권 뇌관 또 터질까


입력 2020.01.13 06:01 수정 2020.01.14 00:14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저금리에 부동산펀드 설정액 101조···1년 만에 22조 넘게 유입

증권가 경쟁적 투자에 사고 잇따라...금융당국 리스크 감시 강화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박물관에 전시된 흰 레고 블럭으로 만든 빌딩 모형들.제공=AP/뉴시스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박물관에 전시된 흰 레고 블럭으로 만든 빌딩 모형들.제공=AP/뉴시스


저금리 기조와 불확실성 높은 장세가 이어지면서 부동산펀드가 100조원을 돌파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투자 규제로 인해 부동산펀드에 대한 투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증권사들의 투자 유치가 과열 양상에 접어든 만큼 리스크가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결국 부실펀드가 양산되면서 올해도 부동산이 금융시장의 뇌관을 건드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부동산 펀드의 총 설정액은 101조1713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10일 78조4656억원에서 1년 만에 약 22조7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는 176조2857억원에서 184조4832억원으로 약 8조2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부동산펀드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유망한 재테크 수단으로 부각됐다. 통상 부동산펀드의 기대수익률은 5∼6%로, 연 1%대에 진입한 은행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다. 지난해 증시가 대외 변수로 출렁거리자 투자처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정부의 잇단 대출·세금 규제로 부동산 직접 투자 기회가 좁아진 것도 부동산 간접 투자의 투자매력을 높였다.


특히 해외지역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펀드 규모가 급증했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2004년부터 시작된 부동산펀드는 초기에는 국내투자가 해외투자가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2017년부터 해외투자가 국내투자 비중을 역전했다. 또 공모펀드도 국내보다 해외지역에 투자한 사례가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어 해외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부동산펀드에 대한 관심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공모 리츠·부동산펀드 투자자에게 연간 5000만원 한도로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적용하고 세율을 현행 14%에서 9%로 내릴 계획이다. 또 공공자산, 인프라, 물류단지 등의 사업 시 공모사업자에게 우대조치를 마련해 우량 자산을 공모 리츠·부동산펀드에 공급될 수 있도록 했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 리츠·부동산펀드 시장은 이제 막 첫걸음을 떼었을 뿐”이라며 “개인들에게는 본인의 투자성향과 투자 규모 및 투자 기간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지는 것이고, 자산을 보유한 기업들에게는 자산을 유동화 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자산운용사나 신탁사, 건설사들은 신사업 진출과 새로운 상품개발을 모색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짚었다.


해외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해외부동산 역시 직접투자보다는 펀드·리츠 등의 간접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가파르게 성장한 부동산펀드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 상황이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와 경기둔화가 겹치면서 부동산의 매력도가 떨어졌고, 결국 금융사들이 내밀한 분석 없이 경쟁적으로 해외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는 그만큼 투자 리스크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KB증권이 판매하고 JB자산운용이 운용한 ‘JB 호주NDIS 펀드’의 경우 원금 손실 사태를 빚으면서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해당 호주 부동산펀드는 현지 투자자의 대출약정 위반으로 자금 회수에 문제가 생겼다. 신한금융투자 등이 4800억원어치를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은 투자금이 회수되지 않아 만기가 계속 연장되고 있다.


한국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높은 가격을 써내며 부동산 가격을 지나치게 높였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이는 수익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도 악재다.


현재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현지 빌딩 인수 계약을 먼저 체결하고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들에게 재매각(셀다운)하거나 특정 펀드에 편입해 자금을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물량이 몰리면 셀다운도 늦어지고 장기간 자금이 묶여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급 불균형과 고평가 인식에 따른 가격부담, 운용기관들의 경쟁 심화 등으로 글로벌 부동산 대체투자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어 전반적인 모니터링 강화와 사전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에 이어 해외 부동산펀드에 경고등이 켜지자 금융권의 새로운 뇌관이 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잇따른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자본시장 내 부동산 그림자 금융의 리스크 전이와 확산 경로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금융당국의 현장점검도 활발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감원은 올해 해외 부동산펀드의 구조 등 적정성 여부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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