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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박스 때문에 손님 놓칠라...대형마트 “이젠 자율포장까지 고민거리”


입력 2019.12.20 06:00 수정 2019.12.20 05:04        최승근 기자

“한 명의 소비자도 아쉬운 마당에 종이박스 마저 규제로”

‘자율’ 규약이지만 파기 어려워…정부에 미운털 박힐까 전전긍긍

“한 명의 소비자도 아쉬운 마당에 종이박스 마저 규제로”
‘자율’ 규약이지만 파기 어려워…정부에 미운털 박힐까 전전긍긍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자율포장대 모습.ⓒ데일리안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자율포장대 모습.ⓒ데일리안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 비치돼 있는 종이박스 퇴출 방침을 두고 대형마트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 환경규제와 소비자들 반발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양새다. 갈수록 강화되는 정부 규제에 정면 대응도 어렵지만, 온라인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소비자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농협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 4사는 내년부터 자율포장대에서 종이박스와 테이프, 노끈 등을 철수하기로 환경부와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종이상자를 사용하지 않는 제주도 지역의 대형마트 성공사례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불필요한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장바구니 사용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3곳 기준으로 연간 658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거센 소비자들의 반발에 대형마트업계는 테이프와 노끈을 치우되 종이박스는 남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관련 정책에 반대한다는 청원인이 수천명에 달한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중소형 장바구니를 이용해 구입한 상품을 담기에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1~2인 가구의 경우 온라인으로 주문하거나 집 근처 편의점을 주로 이용하는 데 비해 중장년층의 경우 일주일치 이상의 식료품을 구입하기 위해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다 보니 이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온라인으로 이동한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오기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는 상황에서 종이박스 때문에 소비자들을 잃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종이박스만 제공할 경우 생수나 주스, 우유, 세탁세제 등 무게가 많이 나가는 상품은 운송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때 종이 테이프가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했지만 겉면만 종이일 뿐 접착부분은 기존 테이프와 같아 재활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종이박스 운송 중 파손 등으로 소비자 사고 발생할 경우 대형마트 측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부담도 크다.

그렇다고 마냥 소비자 의견만을 반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환경보호’라는 대의적 명분을 거스르기 어려운 데다 정부 정책에 반하는 행동으로 자칫 미운털을 박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가뜩이나 각종 규제로 신규 출점은 물론 의무휴업, 영업시간 축소 등 제한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정책에 반기를 들기가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자율포장대 종이박스 철수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에 환경부는 대형마트가 자율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종이박스 퇴출이 대형마트 간 자율협약이라고는 하지만 ‘자율’이라는 점을 내세워 이를 기업들이 마음대로 파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냐”며 “정부 규제가 계속되는 상황이라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반발을 안고 가기에는 대형마트업계의 현재 상황이 너무나 어렵다”며 “온라인으로 옮겨간 한 명의 소비자라도 끌어와야 하는 입장인데 종이박스 때문에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장보기를 불편해 한다면 이것 또한 업계에는 대형 규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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