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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KT CEO 수난사 끝낼 ‘마지막 기회’


입력 2019.12.17 07:00 수정 2019.12.16 18:04        김은경 기자

‘깜깜이 논란’ 벗어나고자 이례적으로 후보 명단 공개

신뢰 회복 위해선 끝까지 탈 없이 ‘투명하게’ 치러져야

‘깜깜이 논란’ 벗어나고자 이례적으로 후보 명단 공개
신뢰 회복 위해선 끝까지 탈 없이 ‘투명하게’ 치러져야


서울 광화문 KT 이스트 사옥.ⓒKT 서울 광화문 KT 이스트 사옥.ⓒKT

#원아웃. KT 민영화 이후 2기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남중수 전 KT 사장. 2008년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20일 만에 정권이 바뀐 뒤 퇴진 압박에 시달리다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된 후 불명예 퇴진했다.

#투아웃. 이듬해 남 사장 후임으로 선임된 이석채 전 회장. 2012년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다음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배임·횡령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KT CEO의 수난사를 끝낼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민영화된 지 17년이나 지났음에도 KT 회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구속, 교체되거나 불명예 퇴진되는 불운을 겪었다. 새로운 회장을 뽑을 때도 ‘낙하산’이나 ‘외풍’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KT 회장 자리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도 바닥을 치고 있다. 올해 KT는 전 회장 때 벌어진 채용 비리 의혹으로 온갖 잡음과 구설에 시달려야 했다. 롱텀에볼루션(LTE)에서 5세대 이동통신(5G)으로 전환기를 맞은 중요한 시점임에도 새로 추진하는 사업들과 혁신적인 기술들은 야속하게 오너 리스크에 가려졌다.

두 번이나 시련을 겪은 KT는 이번 회장 선출 절차를 ‘투명하게’ 치르기로 작심한 모습이다. KT 이사회는 지난 12일 지배구조위원회가 선정한 차기 회장 후보 심사대상자 9명 중 비공개를 요청한 1명을 제외하고 모두 공개했다. 회장 후보군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하기로 한 것은 ‘깜깜이 논란’을 차단하고 투명성을 강조하려는 취지다.

이렇게 후보를 공개한 가운데서도 아직 의혹의 시선은 남아있다. “결국은 황창규 회장의 측근을 앉힐 것”이라거나 관(官) 출신 인사가 포함됐다는 것만으로 또다시 외부의 손길이 작용한 것으로 의심한다. 이 정도로 민영화 이후 17년의 세월 동안 KT 회장 자리에 내린 불신은 뿌리 깊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9명 중 8명은 KT의 사정을 잘 아는 전·현직 임원이며 충분한 전문성을 갖췄다. 외부 인사 역시 KT가 마련한 심사 프로세스에 따라 면접 등 동일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석채 전 회장이나 황창규 회장이 이사회 추천 외부 후보로 등장하면서 ‘낙하산’으로 지목됐던 상황과는 다르다.

한 KT 전 임원은 “이번엔 제대로 된 CEO가 선임돼 회사의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비전과 희망이 있는 기업으로 바로 서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기업 이미지와 국민의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돌이키기 어렵다. 회장 자리가 낙하산들의 전유물이거나 내부 힘겨루기를 할 정도로 한가한 상황도 아니다.

우선 경쟁사를 비롯한 글로벌 사업자의 공세가 어느 때보다 거세다. 최근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면서 KT의 유료방송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M&A까지 진행되는 와중에 KT만 합산규제로 속앓이를 하는 처지다.

경쟁사들이 내년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마치고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새 회장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KT는 아직 어수선한 분위기다.

글로벌 합종연횡으로 정보기술(IT)업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새로 부임할 회장도 화려한 환영식에 앞서 산적한 현안을 파악하고 치열하게 새로운 사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선출이 탈 없이 이뤄져야 국민들의 신뢰와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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