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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기업 삼성-2] 과거 50년 교훈을 새시대 비전으로


입력 2019.11.12 06:00 수정 2019.11.11 17:39        박영국 기자

이병철 도쿄 선언, 이건희 프랑크푸르트 선언…고비 때마다 '결단'

이재용 "50년간 시속 혁신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 없는 투자"

이병철 도쿄 선언, 이건희 프랑크푸르트 선언…고비 때마다 '결단'
이재용 "50년간 시속 혁신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 없는 투자"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삼성전자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는 지난달 25일 공판에서 1993년 당시 51세였던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언급하며 “2019년 51세의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선언은 무엇이어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 발언은 시간과 장소의 적절성 여부를 놓고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그만큼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우리 국민에게 큰 영향을 줬고, 우리 국민에 뇌리에 깊게 박혀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6월 7일 임원과 해외주재원 등 200여명을 독일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로 불러 모으고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체질·제도·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며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모든 걸 바꾸라”고 일갈했다.

이후 삼성은 ‘질 위주’의 경영을 정착시키고 불량을 뿌리 뽑기 위해 ‘라인스톱제’, ‘휴대폰 화형식’ 등의 조치를 취했다.

삼성의 ‘애니콜’ 신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듬해 애니콜을 시작으로 2003년 벤츠폰, 2004년 블루블랙폰 등 밀리언셀러를 잇달아 쏟아냈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며 그 이전까지 삼성과 ‘빅3’를 형성하던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자취를 감췄지만 삼성전자는 2010년 갤럭시S를 내놓으며 애플을 맹추격했다.

이후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세계 시장 판매량에서 애플을 누르고 1위에 올랐으며, 지금까지 계속해서 혁신 기술과 제품을 내놓으며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 1983년 삼성반도체통신 기흥 VLSI공장 건설현장 방문해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다. 그 옆으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의 모습도 보인다.ⓒ삼성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 1983년 삼성반도체통신 기흥 VLSI공장 건설현장 방문해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다. 그 옆으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의 모습도 보인다.ⓒ삼성

◆휴대폰 불태운 뒤 애니콜 신화 탄생,
"일본도 하는데…" 10년 뒤 반도체로 일본 제쳐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10년 전인 1983년에는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도쿄 선언’이 있었다. 그해 2월 일본을 방문한 그는 “일본이 할 수 있는 것은 우리도 할 수 있다”며 D램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당시 일본은 미국에 이어 GDP(국내총생산) 기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었지만, 한국의 경제력 순위는 인도네시아보다 못한 22위였다. 순위 차이를 현 시점에 대입하면 세계 GDP 30위인 나이지리아 기업이 10위인 한국의 1등 기업 삼성을 넘어 반도체 시장을 접수하겠다고 하는 것만큼이나 ‘야무진 꿈’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그 ‘야무진 꿈’을 ‘현실’로 이뤄냈다. 도쿄선언이 있었던 해 11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했으며, 92년에는 세계 반도체시장을 지배하던 일본 도시바나 NEC,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을 제치고 세계 최초로 64MB D램을 개발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D램 세계시장에서 40%가 넘는 점유율로 28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미국 인텔마저 꺾고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모두 합한 반도체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금 반도체와 스마트폰은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이자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산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주요 고비마다 신사업 진출과 품질 및 시스템에 대한 체질 개선, 과감한 투자에 대한 과감한 결단이 위기 탈출은 물론, 더 큰 도약으로 삼성을 이끌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8월 20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서 에어컨 출하공정을 점검하며 가전사업부 경영진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8월 20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서 에어컨 출하공정을 점검하며 가전사업부 경영진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대내외 악재 산적…100년 기업 도약 위한 투자

반세기를 달려온 삼성전자는 올해 또 다시 큰 고비를 마주했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와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반도체 시장 침체 등 외부 악재 속에서 실질적으로 삼성을 이끄는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 리스크까지 겹쳤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선대 총수들이 남겨준 지난 50년의 교훈을 잊지 않았다. 그는 지난 6월 전자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지난 50년간 지속적인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면서 투자 지속 의지를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집행유예 석방 이후 반년만인 8월에 미래성장 기반 구축을 위해 인공지능(AI)·5세대이동통신(5G)·바이오·전장부품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을 중심으로 3년간 총 18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단일 그룹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고용 방안이었다.

이어 올 4월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연구개발(R&D) 및 생산기술 확충에 총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10일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퀀텀닷(QD)을 육성하기 위해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반도체와 같은 기술 선도와 초격차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연이은 투자 발표는 ‘투자 없이는 미래가 없다’는 이 부회장의 경영이념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미래를 위해 새로운 분야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동시에 기존 주력사업에서도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선대 총수들의 도쿄선언,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이어 어떤 성공 신화를 만들어낼지 다른 기업들도 주목하고 있다”면서 “50년 뒤 창립 100주년을 맞은 삼성이 과거를 뒤돌아볼 때 현 시점에 이뤄진 투자가 위기 돌파를 넘어 더 크게 도약하게 된 결정적 계기로 기록되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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