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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부산대회 불참 김동현, 가늘고 긴 파이터


입력 2019.11.06 09:26 수정 2019.11.06 16:12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객원기자

UFC 입성 후 또 다른 스턴건으로 탄생

지금껏 쌓은 커리어만으로도 성공적 평가

지금껏 쌓은 것만으로도 김동현은 충분히 성공적인 UFC 파이터로서 평가받을 수 있다. ⓒ 뉴시스 지금껏 쌓은 것만으로도 김동현은 충분히 성공적인 UFC 파이터로서 평가받을 수 있다. ⓒ 뉴시스

4년 만에 한국서 개최하는 ‘UFC 파이트 나이트 부산(12월 21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을 향한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개최까지는 한 달 이상 남았지만 매치업이 발표될 때마다 화제가 되고 있다. ‘닌자거북이’ 박준용, ‘격투 강백호’ 정다운, ‘슈퍼보이’ 최두호 ‘마에스트로’ 마동현 등 다수의 코리안 파이터가 출격을 확정했다. 2015년 UFC 서울 대회 이상의 명경기들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부산대회를 가장 크게 달구는 매치업은 메인이벤트로 '코리안 좀비' 정찬성과 'T-CITY' 브라이언 오르테가의 충돌이다. 인지도 높은 페더급 랭커의 맞대결이자 차기 타이틀전 구도와 연관이 있어 큰 관심을 모은다.

지난 UFC 서울 대회에서는 벤 헨더슨-호르헤 마스비달전이 메인이벤트를 장식했다. 해당 대회에는 다수의 코리안 파이터가 출전했지만, 대미를 장식할 경기를 치르기에는 무게가 떨어졌다. 김동현은 네임벨류와 인기에서, 추성훈은 성적에서 조금 모자랐다. 당시 정찬성은 병역 의무를 이행 중이었다.

부산대회서 볼 수 없는 UFC 코리안 파이터 맏형

UFC 코리안 원투펀치는 이번에도 볼 수 없다. 부산 대회에서 '스턴건' 김동현(37·부산 팀매드)을 볼 수 없다. 정찬성에 비해 해외 팬들 사이에서는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활발한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정찬성 이상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김동현은 압박형 그래플러로 이미지가 굳어졌지만 옥타곤에 데뷔하기 전까지 아시아 무대에서의 김동현은 토탈 파이터에 가까웠다. 그라운드 압박도 강하면서 위력적인 타격 능력도 겸비했다. 스턴건이라는 닉네임도 김동현 펀치에 맞은 상대가 마치 전기 충격기에 닿은 듯 몸을 부르르 떨며 쓰러진다고 해서 붙었다.

그러나 힘과 맷집, 내구성이 뛰어난 파이터들이 즐비한 UFC에 입성한 후 김동현은 파이팅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타격 테크닉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지 않은 상태에서 파워풀한 서구 선수들과 타격전을 펼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그래플링 위주로 주 패턴을 바꿔 경쟁력을 키웠다. 주무기 ‘스턴건’의 충격 방향을 바꿨다고 할 수 있다. 상대를 스탠딩에서 감전시켜 넉아웃 처리했던 과거의 패턴을 버리고, 넘어뜨린 뒤 바닥에서 전압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려 상대를 방전시키는 패턴으로 풀어갔다.

철저히 포지션 싸움 위주로 나가며 승률을 끌어올렸다. 이런 패턴 탓에 현지에서의 인기는 그리 높지 않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집요하게 상대에게 달라붙는다 해서 ‘매미’라는 별명이 떠올랐다.

어찌됐든 김동현은 ‘지옥의 체급’이라는 웰터급에서 롱런에 성공하며 가장 성공한 UFC 아시아권 파이터 중 하나로 우뚝 섰다. 라이트급 이상 체급에서 동양 선수는 단순히 생존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중위권 이상에서 오랜 시간 활약한 것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김동현의 압박형 그래플링은 UFC 웰터급 중간 레벨까지는 잘 통했다. 유도식 허리 후리기, 다리걸기에 레슬링식 클린치 싸움, 원레그, 투레그 태클은 물론 상대를 감싸 안고 하위가드로 들어가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상대를 그라운드로 끌고 가는데 능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포지션 우위를 잡아가며 점수를 따냈다.

파운딩 등을 퍼부을 때도 무리하지 않고 먼저 포지션을 굳혀놓거나 중심을 잃지 않을 만큼 짧게 치는 플레이를 주로 펼쳤다. 브라질 신성으로 불렸던 에릭 실바, 악동 캐릭터로 유명한 네이트 디아즈, 준수한 타격과 레슬링을 앞세워 오랫동안 옥타곤서 생존했던 조쉬 버크만 등 만만치 않은 상대들도 이러한 플레이에 꽁꽁 묶였다.

상대가 그라운드에 신경을 곤두세우면 빈틈을 틈타 예상하지 못한 한 방을 꽂았다. 실바를 무너뜨린 카운터 훅, 존 헤서웨이를 실신시킨 백스핀 엘보우 등이 대표적이다.

예능 프로그램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동현.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예능 프로그램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동현.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하지만 테이크다운이 잘 통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타이론 우들리, 카를로스 콘딧, 데미안 마이아, 콜비 코빙턴 등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우들리에게는 완력에서 밀리다 이판사판 격으로 백스핀 공격을 시도하며 반전을 노렸으나 오히려 한 방을 허용하고 옥타곤 바닥에서 실신했다.

마이아는 그래플링 스킬에서 김동현보다 우위에 있었다. 이를 의식한 듯 김동현은 초반부터 무리해서 힘을 썼는데, 아쉽게도 그 과정에서 부상을 당했다. 콘딧은 테이크다운 디펜스가 썩 좋은 선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변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김동현과 붙었을 당시 콘딧은 스탠딩에서의 활발한 타격, 주짓수와 체력을 앞세운 하위에서의 끊임없는 움직임 등을 통해 압박형 그래플러에게 강한 면을 보였다. 콘딧은 날렵한 스텝과 기동력을 통해 김동현의 압박을 흘린 후 플라잉니킥을 작렬하며 김동현을 쓰러뜨렸다.

코빙턴은 레슬링을 특기로 한다는 점에서 베이스만 살짝 달랐을 뿐 실질적으로는 김동현과 같은 압박형 그래플러였다. 둘의 대결 당시 김동현은 전성기에서 내려오는 단계였고, 코빙턴은 떠오르는 기대주였다. 결국 김동현은 힘과 체력에서 밀리며 경기를 내줬다.

이번 부산대회까지 불참하는 김동현은 사실상 예전 같은 파이터 활동을 펼칠 의지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지금껏 쌓은 것만으로도 김동현은 충분히 성공적인 UFC 파이터로서 평가받을 수 있다. 가늘고 긴 옥타곤 활동을 통해 다른 코리안 파이터들에게 길을 열어준 점은 높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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