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승자의 저주②] 따이궁이 흔든 면세시장…주판알 튕기는 현대백화점

롯데·신라·신세계, 내달 시내면세점 불참 가능성 ↑

규모와 바잉파워 위해 강북권 노리는 현대백화점

롯데·신라·신세계, 내달 시내면세점 불참 가능성 ↑
규모와 바잉파워 위해 강북권 노리는 현대백화점

ⓒ두타면세점

내달 시내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면세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한화에 이어 두산이 4년 만에 면세사업에서 손을 뗐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주요 '빅3' 업체마저도 시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다음 달 신규 시내면세점 입찰 참여를 꺼리고 있다.

뒤늦게 면세사업에 뛰어든 현대백화점은 때마침 두산이 사업권을 포기하면서 입찰 여부를 두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지난 29일 두산이 반납하겠다고 밝힌 두타면세점 사업권을 이어받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두산 입장에서는 면세사업 철수로 인한 200여명의 고용 승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현대백화점 입장에서는 손쉽게 강북까지 면세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내달 중순부터 대기업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 절차를 진행한다. 서울에 3곳, 광주 1곳, 인천 1곳, 층남 1곳 등 전국 6곳에 신규 특허권이 나온다.

4년 전만 하더라도 입찰 경쟁에 너도나도 뛰어들었지만, 올해는 확연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가 2015~2016년 면세사업권을 남발하면서 시내면세점이 급증한 상황에서 2017년 불어닥친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 조치는 면세 시장을 휘청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올 연말에 특허가 신규로 발급되면 신규면세점들의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분위기에 다음달 14일 마감인 서울 신규 시내면세점 특허 입찰전도 흥행 참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경쟁 과열로 시장이 어려워진 탓에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3 업체들 마저 입찰에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

대신 12월 예정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T1) 사업권 입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공항 임대료 탓에 반납했던 일부 사업권을 이번 기회에 되찾겠다는 포석이다.

이에 따라 시내면세점 입찰에는 강남에만 매장이 있는 현대백화점만 유일하게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기존 두타면세점 입점 브랜드와 판매 직원 등을 승계할 경우 특허 취득 심사에서 상당한 가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허 획득에 성공하면 두타면세점 자리에 현대백화점면세점 2호점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무역센터점 한 곳만을 운영중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규모와 바잉 파워(구매력) 확대를 위해서라도 추가 사업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의 면세점 확장 계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선 무역센터점에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무리한 사업 확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비좁은 사업장 구조 역시 해외 브랜드 매장을 꾸리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면세점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면세점만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리뉴얼이 필요한데 쉽지 않은 환경"이라면서 "과당경쟁으로 인한 면세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무리한 사업 확장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