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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금융도 동남아 광폭행보…신남방 한일전 '촉각'


입력 2019.10.12 06:00 수정 2019.10.11 22:10        부광우 기자

일본 대형 금융그룹들 동남아 현지 은행 인수합병 가속

"새 성장 발판 찾아라" 아세안 국가들서 경쟁 가열 전망

일본 대형 금융그룹들 동남아 현지 은행 인수합병 가속
"새 성장 발판 찾아라" 아세안 국가들서 경쟁 가열 전망


일본의 대형 금융사들이 동남아시아에서 벌이는 광폭행보에 우리 금융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픽사베이 일본의 대형 금융사들이 동남아시아에서 벌이는 광폭행보에 우리 금융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픽사베이

일본의 대형 금융사들이 동남아시아에서의 영역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남아 시장은 국내 금융사들도 기회의 땅으로 삼고 있는데다,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신남방 정책의 중심인 곳이다. 아세안에서 벌어지게 된 남다른 한일전을 둘러싸고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일본 금융사들이 벌이는 광폭행보에 금융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대형 금융그룹인 미츠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과 미쓰이스미토모차이낸셜그룹(SMFG) 등은 동남아 현지 은행들에 대한 출자 및 인수합병을 통해 소매 영업 기반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MUFG는 올해 5월 인도네시아에서 BNP은행을 다나몬은행에 흡수 합병시키는 작업을 완료했다. 이번 합병 전까지 MUFG의 소비자금융 자회사인 에이콤은 BNP은행의 지분 67.59%를 갖고 있었고, 미츠비시UFG은행은 다나몬은행에 대해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 SMFG는 지난 2월 인도네시아 연금저축은행 BTPN에 추가로 출자해 자회사로 만든 뒤, 현지법인인 SMBC인도네시아를 BTPN은행에 합병시켰다.

이들 일본의 대형 금융그룹들은 이전까지 동남아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이 중심이었지만, 최근 동남아 국가들이 성장세를 지속하며 소매금융에 대한 수요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고 현지 영업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올해 동남아 시장의 GDP 성장률이 4.8%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마찰 여파로 지난해보다는 0.3%포인트 가량 낮아지겠지만, 당분간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예상이다. 이와 함께 베트남과 필리핀, 미얀마 등은 미·중 무역 갈등을 계기로 중국으로부터 생산 기지 이전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아울러 동남아 경제는 인터넷 쇼핑과 온라인 미디어, 공유 서비스 등 디지털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향후 현지 기업들뿐 아니라 개인 고객의 금융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동남아 국가들은 시대 흐름에 적응력이 높은 젊은 층의 인구 비중이 높음에도, 예금 계좌 평균 보유율이 50%에도 못 미치고 있어 금융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평이다.

이 같은 동남아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근거로 이미 일본 금융사들은 동남아 경제권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라를 제외한 동남아 국가들에서 일본 은행들이 보유한 대출 잔액은 약 1001억1000만달러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일본 금융권의 움직임은 한국 금융사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다. 사실상 국내 금융 시장이 포화 상태에 빠지면서, 신남방으로 불리는 아세안 시장에서 신 성장 발판을 찾으려는 금융사들의 보폭은 은행을 중심으로 한층 빨라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말 국내 금융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해외 점포 433개 중 신남방 지역에 위치한 숫자는 171개로 39.5%에 이른다. 같은 시점 기준으로 32개 국내 금융사들이 18개국에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국가별로는 ▲미얀마 10건 ▲베트남 9건 ▲인도네시아 4건 ▲인도 4건 등 신남방 지역이 34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신남방 진출을 핵심 대외 경제 정책으로 밀고 있는 정부로서도 이런 흐름은 환영한 만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말 인도네시아에서 신남방 정책을 천명하면서 동남아·인도에 대한 교류와 협력을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4개 강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이를 통해 아세안과의 교역량을 내년까지 2000억달러로 성장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아세안 시장을 두고 벌이는 일본과 우리 금융사들의 탐색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남방에서의 행보를 두고 한일 양국 금융사들이 서로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본 금융사 가운데 동남아 개척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MUFG는 해외 자회사들이 독립적으로 영업 전략을 세우고 심사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 본점은 주주로서의 지배구조와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식이다. SMFG의 경우 인도네시아 자회사의 수익성이 아직 저조함에도 서민에 대한 금융 포용 정책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이슬람 금융 기법을 이용한 소액 금융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만 한 대목이다.

다만, 신남방 시장에서의 새로운 자금 조달 루트 마련은 숙제다. 영업 기반 확대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대출 재원인 예금 확보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일본 은행들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개인 고객의 편리성을 향상시키고,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과의 제휴로 결제 수요를 확보해 자금 조달 여력을 키워 간다는 전략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일본 은행들이 동남아에서 추구하는 영업 전략의 특징은 현지 법인에 대해 적극적인 현지화를 도모하고, 감독당국의 정책 과제인 금융 포용과 성장 산업 지원이라는 관점에서 상호 윈윈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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