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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안 먹어요"…가격 폭등 보다 무서운 건 손님들 불안심리


입력 2019.10.01 06:00 수정 2019.09.30 17:25        최승근 기자

재고 여력 있는 프랜차이즈 보다 개인 자영업자에 가격 인상 직격탄

2010년 돼지고기 파동 재현 우려…계절적으로 구제역, AI 발생 시기도 겹쳐

재고 여력 있는 프랜차이즈 보다 개인 자영업자에 가격 인상 직격탄
2010년 돼지고기 파동 재현 우려…계절적으로 구제역, AI 발생 시기도 겹쳐


경기도 파주와 연천, 김포, 강화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에 이어 또다시 인천 강화군에서 의심 신고가 접수된 25일 강화대교 앞에서 차량들에 대한 거점소독이 실시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경기도 파주와 연천, 김포, 강화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에 이어 또다시 인천 강화군에서 의심 신고가 접수된 25일 강화대교 앞에서 차량들에 대한 거점소독이 실시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으로 외식업계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돼지고기 수급 불안에 따른 가격 인상도 문제지만 이번 사태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릴까 더 우려하는 눈치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경기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첫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현재까지 ASF가 발병된 농가는 9곳이다. 이 여파로 돼지고기 도매가는 이전에 비해 약 30% 올랐고 ASF가 발병한 파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경매가가 60%나 뛰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는 '축산관측 10월호'에서 10월 평균 돼지 도매가격은 kg당 4000~42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911원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대만 등 돼지고기 소비량이 높은 국가에서도 ASF가 발병하면서 수입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중국의 경우 ASF가 확산되면서 1년 전에 비해 도매가가 80% 이상 오르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ASF 확산으로 돼지고기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이를 사용하는 외식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삼겹살, 족발, 돼지갈비 등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에서 일정 재고물량을 비축해 당장 가격 인상 위협은 적지만 개인 자영업자의 경우 시장 도매가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다 보니 갈수록 가격 압박이 심해지는 분위기다.

서울 마포구에서 돼지갈비 구이점을 운영하는 윤모씨는 “이틀에 한 번씩 축산시장에서 고기를 받는데 지난주에는 가격이 평소보다 10% 이상 올랐다”며 “그때그때 물량을 받는 식이라 미리 물량을 확보할 수도, 보관할 방법도 없다.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면 가격 인상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가격도 문제지만 더 큰 걱정은 소비자들의 외면이다. 정부에서는 ASF가 돼지에게만 전염될 뿐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수차례 설명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올랐다는 보도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가격 압박이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면서 “가격 보다는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은 시장 상황에 따라 수요가 감소하면 상승폭이 제한될 수 있지만 불안심리가 강해지면 사태가 해결돼도 소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대형마트 정육코너에 진열된 돼지고기.ⓒ데일리안 대형마트 정육코너에 진열된 돼지고기.ⓒ데일리안

업계에서는 돼지고기의 경우 국내 소비량이 많고 활용도가 높다보니 소비자 불안감이 높을수록 직접적인 매출 영향이 높다는 설명이다.

앞서 발생했던 케미컬포비아 현상이 되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화장품, 생활용품 등의 경우 얼굴에 바르고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제품인 반면 돼지고기는 먹는 식품이기 때문에 기피현상이 더 오래, 그리고 강력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0~2011년 구제역 파동 당시에도 돼지고기 기피현상이 심해져 축산업체는 물론 외식업체도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ASF와 함께 계절적으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철이 다가오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만에 하나 이들 가축 질병까지 더해질 경우 육류 소비 전체에 대한 불안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외식업계와 함께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대형마트와 돼지고기로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식품업계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경우 재고 물량 덕분에 아직까지 수급불안이 현실화되는 단계는 아니지만 장기화될 경우 가격 상승과 함께 물량 부족 문제에 시달릴 수 있다.

소시지나 햄, 만두, 돈까스 등 돼지고기로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식품업계도 국산은 물론 수입산 돼지고기 가격 상승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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