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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 발목 잡는 규제(중)] 핵심 기술을 외부에서?…SI 일감 몰아주기 논란


입력 2019.08.27 06:00 수정 2019.08.26 17:46        김은경 기자

공정위, 대기업 계열 SI 지분 매각·일감 외부 개방 요구

보안 문제 어쩌나…“최악의 경우 기술 유출 발생 위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Digital Transformation)’ 대전환기를 맞아 IT업계에 혁신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의 IT기술은 이제 IT기업뿐 아니라 공공·금융·헬스케어·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와 정책으로 글로벌 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국내 IT기업들은 글로벌 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조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DT의 대표 격인 클라우드 도입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인 27위에 머물고 있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이러한 문제점을 바탕으로 개선돼야 할 규제들을 살펴보고 해법을 진단해 본다.<편집자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공정위, 대기업 계열 SI 지분 매각·일감 외부 개방 요구
보안 문제 어쩌나…“최악의 경우 기술 유출 발생 위험”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이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을 겨냥하고 있다. 대기업이 SI 계열사를 일감 몰아주기 통로로 쓰면서 총수 일가가 사익을 편취하는 경우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총수 일가가 소유한 SI업체의 지분을 매각하거나 일감을 외부에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요구다.

하지만 SI를 관계사나 계열사에서 진행하는 것은 내부의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경쟁사나 외부 업체가 훤히 들여다보게 되는 등 보안상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항변이다.

공정위는 지난 5월 대기업 계열 SI업체 50여 곳에 내부거래의 비중, 내부거래에서 수의계약이 차지하는 비중 등의 내용을 포함한 질의서를 발송하고 답변 서한을 받았다.

실제로 공정위의 지적처럼 대기업 계열 SI 기업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높은 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60개 대기업집단 소속 SI업체들의 내부거래(매출 기준)의 평균 비중은 2017년 기준 67.1%다. 4대 그룹 소속 SI업체들의 내부거래 비중도 낮은 경우가 약 40~90%에 달한다.

◆내부거래 비중 높으나 불가피한 구조

SI업계는 보안성, 효율성 등의 이유로 내부거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SI는 기업의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종합서비스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통신망, 전산 인력 등의 전산 자원을 통합하고 정보시스템을 개발·유지·보수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관계사, 계열사가 아닌 외부 기업에서 내부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은 그룹사의 IT 시스템을 타 업체가 모두 들여다보게 된다는 의미로, 회사의 핵심 기술과 정보들이 유출될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전 세계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글로벌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에 들어가면 삼성전자가 앞으로 어떤 제품을 출시할지, 부품 조달 현황이 어떤지, 현재 공장 가동 현황이나 수요 등을 클릭 몇 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거대한 규모의 시스템이라 중소·중견업체가 이를 맡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결국 손을 댈 수 있는 곳은 국내 업체 중 LG CNS와 SK(주) C&C 정도가 가능한데, 경쟁사에 이를 맡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예외인 ‘보안성’

업계는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서 정부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예외 업종에 SI를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생리를 고려해 일감을 몰아줄 수밖에 없다면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 거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예외가 적용되는데, 보안성을 따지면 SI에 그 예외사항을 적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 시스템 전체 통합 일감을 타 업체나 중소·중견기업에 준다고 가정했을 때 그 대기업의 기술이 다른 곳에 유출된다거나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최악의 경우 그 일감을 맡은 중소·중견기업은 중간에 문을 닫을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데이터 유실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유지·보수도 안 되는 상황이 올 수 있어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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